작은 한마디에 사르르 풀린다.
남편이 회사를 쉬는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나만 출근하는 날이라 남편은 자고 있었고,
나는 평소처럼 바쁜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장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아직 덜 깬 표정으로
눈을 꿈뻑이며 안방문을 열고 나온다.
"여보 화장실 다 썼어? 나 배아픈데..."
"나 화장 마무리하고 양치만 하면 돼!"
그러자 남편이 다리를 비비꼬며 이야기한다.
"나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남편을 보니 화장실이 급해 보인다.
나는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칫솔과 치약을 챙겨 나오며 이야기한다.
"여보! 나 싱크대에서 양치하면 돼. 어서 들어가!"
나는 주방 식탁에 칫솔과 치약을 올려두고,
화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얼른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뚝딱뚝딱 화장을 마무리하고,
앞머리를 헤어롤로 말고는 양치를 하기 위해 칫솔과 치약을 올려둔 식탁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챙겨둔 칫솔과 치약이 안 보인다.
‘분명 양치하려고 여기에 뒀는데 어디 갔지?’
출근 시간은 1분 1초가 바쁘다.
나는 동동거리며 기억을 더듬어본다.
내가 분명 남편한테 말하고 식탁 위에 둔 것 같은데...
혹시 떨어졌나 싶어 의자 위도 살펴보고, 식탁 밑도 모두 살펴본다.
‘아! 혹시 싱크대에서 양치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싱크대 근처에 뒀나?’ 싶어
싱크대에도 가서 여기저기 살펴본다. 그런데 치약과 칫솔이 없다.
와~ 정말 내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 분명 식탁에 둔 것 같은데...
작은 방에 화장하러 가면서 어디 올려뒀나 싶어 화장대도 훑어본다.
하지만 칫솔과 치약은 없다.
마음은 점점 더 급해진다. 회사가서 양치해야 하나?
양치 못한 찝찝한 기분으로 집을 나서기는 싫은데...
그러다가 혹시나 남편이 가져갔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로 눈길이 간다.
남편은 아직 큰일을 보는 듯하다.
나는 다시 한번 나를 의심해본다.
혹시 내가 식탁에 올려둬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올려뒀다고 착각한 건가?
화장실에 그대로 있는 건가? 화장실에 들어가 확인해보고 싶은데
남편의 프라이빗한 시간에 방해가 될까 조금 주저하다가, 화장실 앞에 서서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나 좀 들어가도 돼?"
"응"
남편의 대답을 듣고 문을 여니 남편은 볼일을 다 봤는지 양치를 하며 샤워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칫솔과 치약은 화장실에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정말 주방 식탁에 올려뒀는데...
의아한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한번 물어본다.
"여보 이거 식탁에 있지 않았어?"
"응 나 치약 필요해서 정리한 건데"
순간 짜증이 치솟는다.
"아니 여보 나 지금 출근해야 하는데 이걸 얼마나 찾아다닌 줄 알아?
물어는 보고 정리해야지! 나 싱크대에서 양치한다고 했잖아!"
솟구치는 짜증을 꾹꾹 눌러 남편에게 말해본다.
하지만 꾹꾹 눌러도 묻어나오는 내 짜증스러운 말투에,
남편도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대답한다.
"아~미안해~"
이런 식의 사과는 나를 더 화나게 할 뿐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치약만 가져가면 여보가 찾을까 봐 둘 다 정리한 거야."
전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본인은 저 문장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지 궁금하다.
그냥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양치를 하면서도 짜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짜증을 참기 못하고 현관을 나서며 기어코 한마디를 한다.
"아침에 얼마나 바쁜데. 정말 배려가 없어!"
닫히는 현관 틈으로 남편의 짜증 가득한 대답이 화살처럼 뚫고 나온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서 립스틱을 바르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본다.
한껏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다.
별것 아닌 것으로 하루의 시작을 망친 것 같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체되어 평소 타던 지하철을 놓칠까 봐 마음이 급해졌다.
뛰어가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를 반복하며 역으로 간다. 교통카드를 찍으려는데
지하철 도착 음악이 들려온다. 계단을 두 걸음씩 뛰어 내려가며 겨우 지하철을 타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무사히 제 시간에 출근 후 평소처럼 바쁜 일과를 보낸다.
아침의 일 때문인지 가슴에 작은 돌이 지긋이 마음을 누르고 있는 듯 답답한 마음으로 오전을 보낸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 기분 나쁘게 출근하게 해서 미안해. 아침부터 나도 마음이 괴롭다. 조금 더 여보를 많이 생각하는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게. 오늘 금요일이니까 화이팅하고 같이 즐거운 주말 보내자."
남편이 아침에 기분 나쁘게 말한 것 같다고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메시지를 보자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먼저 손을 내밀어준 남편에게 참 고맙다.
나는 아침 출근 시간이라 예민하게 굴어 미안하다는 답장을 적으며,
마지막에 하트(♡)도 넣어 메시지를 보낸다.
자신도 기분이 나빴을 텐데 먼저 사과 메시지를 보내준 남편에게 참 고맙다.
그리고 나도 더 넓은 마음으로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