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토끼보다 빠른 이야기

귀 기울여 들어보면 배울 게 많은 인생 : 불혹

by 가리영

아이들은 수수께끼 퀴즈를 좋아한다.

수수께끼 책을 사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자유놀이시간마다 알쏭달쏭한 문제가

가득 담긴 책을 가지고 친구와

수수께끼 놀이를 한다.


문제를 내는 아이도

맞추려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도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을 즐기고 있다.


맞춰가는 상황에서는 통쾌함과

정답을 비켜가는 아슬함 사이에서

아이들은 까르르 거리며 웃는다.


콩은 콩인데 못 먹는 콩은?

말은 말인데 타지 못하는 말은?

병아리들이 가장 많이 먹는 약은?

도둑이 가장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은?


아이들은 요건 못 맞추겠지?

라는 마음으로 문제를 내고

아하~ 그거였어?!라고 말하며

수수께끼만의 즐거움에 쏙 빠져버렸다.


한 아이가 말한다.

(수수께끼를 응용한 동물 맞추기 놀이)


- 이건 내가 책에서 없는 수수께끼를 만든 거다! 한번 맞춰봐~


- 토끼보다 더 빠른 것은?


- 음..



거북이!!


- 야 거북이가 느리지~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해서 거북이가 졌잖아!


아이는 말한다.


- 땅에서는 느리지만

바다에서는 거북이가 더 빨라~

토끼랑 거북이랑 바다에서 경주하면

거북이가 훨~~ 씬~~!! 빨라~



아이의 말을 듣고 있으니


어랏! 그렇네~

왜 토끼가 항상 빠르다고 생각했지?

바다에서 경주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못했지? 새로운 이야기다.


7살 아이가 만들어 낸 새로운 이야기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여보~ 그러니까 거북이가 바다에서 토끼랑 경주할 거란 생각 해봤어?


항상 지던 거북이가 말이야.


토끼보다 거북이가 더 빠르다는 말

그곳이 바로 바다면

무조건 거북이가 빠른 거잖아.


그렇게 반대로 생각해 봤어?

그동안 거북이는 느린 거

토끼는 빠른 거라고 생각하던

내 생각을 확! 깨는 발상이었다니까


7살 아이가 바다에서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난 평생 토끼가 무조건

거북이보다 빠르다고 생각했을 거야.


마흔이라는 나이에

7살 아이가 말한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장소의 역발상이

나의 생각을 깨우친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며

나는 늘 느리다고 생각했다.

느리게 달릴 수밖에 없는 육지에서

나는 빠르게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었다.


남들에게 있는 평범한 건강한 아이가 아니었고

재활이라는 밑 빠진 독을 채우는

변한게 없는 치료적 투자에

늘 가정 형편은 빠듯했다.

타고난 염색체 결함은

땅에서의 아이의 시간을

최대한 느리게 키워나갔다.


버거웠고 비참하기도 했다.


메말라버린 시선과 내 마음의 바스러짐에

나는 사실 달리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와의 경주에 달려야 할 이유를

못 찾아 잠시 멈춰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저 멀리 보이는 드넓은 바다를 보았다.


그래! 나는 바다에 가야 한다.

내가 겪어온 삶을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가득한 나만의 바다

때로는 내가 흘렸던 눈물과 비슷한

짭짜름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곳


그곳에서는 내가 가장 빠르다.

시간을 버텨내고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을

나는 직접 매일 나 자신과 싸우며 당차게 일어섰다.

숨 막히게 드센 파도에

숨을 고르게 참고 내쉬며 헤쳐나가는 법을 배웠다.

넘치는 물살에도

나는 그것을 타고 더 빠르게 떠밀려나가는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때로는 내 힘이 아닌 무엇인가가

나를 가장 좋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바람의 힘을 감사했다.


나는 빠르다.

육지의 토끼들보다

느린 거북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나는

육지가 아닌 나만의 바다에서 가장 빠르다.


토끼처럼 한숨 자지 않는다.

그저 흔들리는 들물과 날물의 물결에

내 몸을 자연스럽게 맡긴다.

때로는 그곳이 어디일지 몰라도

내 마음의 평온함이 유지되는 바다에서

나는 나와 같은 또 다른

거북이 엄마의 손을 잡는다.


빨리 가지 말고

우리 여기서 같이 가보자고 말하며 꼭 잡아본다!


그렇게 늘 느리다고 생각하며 고민이 가득했던

내 인생의 수수께끼를

아이들의 수수께끼 놀이에서 풀었다.


정답은 늘 알쏭달쏭함과

번뜩이는 깨달음 사이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아하! 알고 보니 그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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