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00 나의 멜랑꼴리아
막내의 피해의식 - 기다림이 고문인 이유 -1
나는 기다리는 게 너무 싫다. 끔찍하게 싫다.
마치 커다란 손해 입는 것처럼 진저리 친다. 그래서 혼자 준비해서 나가고 싶어서 약속을 따로 잡곤 한다. 학창 시절에도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반드시 누군가가 따라왔기 때문에 닌자처럼 다녀온 적도 있다.
"어디 다녀왔어?"
"화장실."
"말 좀 해 주지."
거기에 대한 대답은 늘 자동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급했어."
라든가
"큰 거 마려워서 창피해서."
등등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생색내듯 먼저 같이 가자고 제안하곤 했지. 하지만 말이야, 나는 나를 누가 기다려주지 않았다는 뼈저린 생각이 박여있어. 그래서 너를 기다리는 것이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너를 기다리는 동안 온갖 울화통이 터지는 내 마음의 문제야. 나는 너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기다림을 얻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무의식이 나를 지배한단다. 나는 자전거도 탈 줄 몰라. 온 식구가 나를 위한 자전거 레슨을 해 주지 않았어. 명확히 말하자면 그럴 겨를이 없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