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유난히 크리스마스트리를 접어 다시 박스에 넣기가 너무 아쉽더라고.
봄이 오면 그 아쉬움이 사그라들겠거니 하고 밤엔 여전히 전구를 켜서 빛을 감상했었다. 봄맞이 대청소 땐 트리를 분해해서 박스에 집어넣어야지 하면서.
크리스마스트리는 바라만 봐도 신비스럽고, 어쩌면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저 트리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상상도 해 보고.
몇 년째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잊어보고 하여도 변함없이 그 생각은 항상 그 자리에.
루퍼트가 병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나는 트리에 전구를 켜고 소원을 빌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크리스마스 땐 소원을 안 빌었지. 그럼 아직 소원 사용권이 남아있을 거야, 그렇게 믿고 루퍼트를 살려달라 기도 했다. 어쩐지 트리를 치우기 싫더라니, 루퍼트가 아프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이런 소원을 빌게 될 줄이야...
결과적으로 루퍼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그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생각하고. 그럼 이번 크리스마스는 2월 22일이네, 좀 일찍 찾아온 것일까? 뭐든 상관은 없지만 루퍼트가 아직은 회복 중이라, 더 좋아지기 전 까진 트리의 불이 꺼지진 않을 것 같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면 불을 끄는 게 맞는 것이지만... 이번만 좀 봐줘, 지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