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정치'라고 하지 말자.
무속이란 단어가 너무 아깝다.
타인의 고통을 치유하는 소명으로 무속활동을 하시는 무인들도 계시고,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게 할 유산으로서 선조적 전통,
민간신앙과 무속의 윤리와 코스몰로지를 다시 보고 기억하는 흐름과 분리하자.
'미신과 주술정치', 차라리 '컬트정치'라고 하자.
윤석열 내란 이후 이 정권을 '무속정치'라고 표현한 글들을 읽고 불편함을 느꼈다. 답답한 마음에 위와 같이 짧게 쓰고 내 페이스북에 공유를 하였다. 이후 위의 메모에 대한 반론, 그 반론에 대한 반론들이 생각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다시 풀어써 본다.
무속이란 민간신앙 중 하나로, 무를 중심으로, 즉 무당, 당골, 박수무당 등에 의해 행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캠프 및 정치적 결정에 여러 무속인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혀지고 있는데, 이는 개인의 출세, 자본, 권력 성취를 위해서 사용되는 무속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 문화가 해체된 이후, 극도로 개인주의화되고 출세지향적이 된 사회의 경향에 따라 무속의 성격 및 참여자들이 변화되었다고 민속학자들이 말한다.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신앙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은 다른 고등종교라고 하는 종교도 마찬가지다.) 과거 공동체의 화합과 호혜의 기능을 가졌던 무속의 모습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무속을 과거의 것으로 박제하게 된다. 식민주의와 근대화로 인해 잃은 전통과 문화에 대한 역반응으로서 '전통의 원형'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려면, 그것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인정해야 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이 부패한 정치가들이 이용한 무속이 현재의 무속의 한 일면인 것이 맞고, 그렇다면 '무속정치'란 말이 잘못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무속은 식민주의와 근대화시기를 거쳐서 미신으로 핍박을 받았고 그로 형성된 사회적 이미지와 고정관념으로 인해 무속인들과 과거의 세대들이 상처를 입었다. 이제야 무속이 우리의 역사, 문화의 하나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나 싶었는데. 이 부패한 정치를 묘사하며 '무속정치'라고 하는 것은 '무속'을 다시 한번 더 폄하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무속이란 단어 대신에 점술을 이용하는 이 부패한 정치를 더 날카롭게 가리킬 수 있는 표현이 있었으면 했다. 다만 이를 통해 무속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리하면서, 정통성이 있는 무속인과 없는 무속인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다. 무속활동에 있어 옳음과 그름을 나누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도는 무속을 다시 한번 더 근대적 시선으로 정화시켜 버리게 된다.
나의 의도는 첫 번째는 타인을 치유하는 소명을 가지고 무속활동을 하시는 무인들이 더 폄하받지 않도록 돌보기 위해서이다. 두 번째는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와 다른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무속의 가치를 돌보기 위해서 이다. 최근 기후 위기 앞에서 기후 및 환경 운동, 재야생화운동과 함께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애니미즘 운동, 기독교로 선교되기 전 민간 전통들을 다시 돌아보는 운동, 마녀의 경험적 지식과 행위들 - 유기농 약초 등 민간의료지식, 원주민의 경험적 에콜로지적 지식들에 다시 가치를 두는 운동이 생겨나는 것을 유럽에서 보고 있다. 어쩌면 이들과 나란하게, 우리의 경우 무속 혹은 민간신앙을 통해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와 윤리를 다시 떠올리고 필요한 것을 배우기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속이란 단어를 부패한 정치권력과 연결시키면서 이 가능성을 잃고 미신으로 다시 폄하시키게 될까 경계한다.
그렇다면 어떤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까. 주술, 신비주의란 단어도 이 부패한 정치에 붙이기에 너무 아깝다. 몇 가지 떠오르는 단어는 '무속'을 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던 '미신', 그 외에 '반지성주의', '컬트'이다. 미신은 과학적 관점에서 헛된 것으로 여겨지는 믿음이나 신앙으로, 마음이 무엇에 끌려서 잘못 믿는 것 또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에 대한 맹신(盲信)을 의미한다. 미신이라고 하면 아직도 체계화된 종교 이외의 믿음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는 서구 식민주의의 인식이 담겨있어 무속행위와 가깝게 쓰는 것이 썩 좋지 못하다.
반지성주의는 지성에 대한 믿음의 붕괴, 지식인과 지성주의를 적대하는 태도를 의미하고, 전체주의 혹은 독재정치에 관계된 이견을 압살 하려고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한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듣기보다 자신만의 의견을 강화하기 위해 점술과 주술을 이용한 현 정치의 모습을 잘 설명해 준다. 컬트는 신흥사이비종교를 의미하는데, 그들만의 권력을 위해 점술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풍자해 줄 만한 단어다. '무속정치'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반지성주의 정치', '컬트 집단'이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