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토끼가 안겨준 삶의 위로, 그리고 냉담한 현실
국내에서 유기 및 구조된 소동물 중 토끼를 포함한 ‘기타 유기동물’ 입소 건수는 2023년 기준 약 1,716마리에 이른다. 개와 고양이 외에도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은 개나 고양이에 비해 대중들에게 덜 알려졌다는 이유로 쉽게 소외된다.
그래서 도심 속 공원에 토끼가 나타나도 사람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이 책은 단순한 감성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그런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이미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책의 저자인 시안은 13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토끼를 입양하게 된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받아든 생명.
끝이 그리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현재까지 '세이브 더 버니즈(Save the Bunnies)'라는 유기토끼 구호 커뮤니티를 직접 개설하여 활동 중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직접 구조하고, 보호한 토끼만 하더라도 수십 마리.
생명 하나, 하나마다 사연이 있어
돈이 남는 사업이 아님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책은 전반적으로 그런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만난 토끼들과
그런 토끼들을 입양하신 분들,
그리고 그분들과 토끼의 애정 관계에 대해 감성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다른 여느 감성에세이와 달리
냉담한 현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반려동물인 집토끼가 도심 환경에 버려진 이후 겪게 되는 고초를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아이들을 품은 채 죽음을 맞이한 어머 토끼의 생전 X-ray 사진이나
질병으로 한쪽 눈을 덜어낸 토끼,
달리는 차에 목이 잘린 아이의 사진까지 관련 정보가 녹아있다.
실제 편집을 맡은 입장에서
오히려 어디까지 대중들에게 공개해야 충격이 적을 것인가를 고민했어야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무지로 인한 오해, 그리고 그런 오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유기되는 토끼의 몫이라는 점이
잎은 울림을 준다.
사람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방생'해준다는 생각으로
도심 속 공원이나 캠핑장, 아파트 화단에
토끼를 '유기'한다.
문제는
집토끼에겐 어느 곳이든 야생이란 점이다.
공원이든, 산 속 캠핑장이든,
집토끼가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풀은 없다.
이건 한국산 토종 산토끼와 유럽산 집토끼의 차이를 전혀 모르는 데에서 비롯된 문제다.
유기된 토끼들은 평균적으로 사흘이면
수분 부족, 먹이 부족,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 압박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니 유기된 순간부터 생명들에겐 희망이 없다.
유일한 희망은 저자처럼 구호활동을 몸소 실천하는 소수의 자원봉사자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라고 만능이 아니다.
생명을 곁에 둔다는 건 그만큼의 책임이 함께하는 문제다.
궁극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함께 도와야만 겨우 약간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책을 직접 편집하고 출간한 입장에서
(그리고 실제 반려동물을 전혀 키울 생각이 없는 입장에서)
부디 이 책을 구매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보다 절실하게 외치고 싶은 건
세상에 소외받고 있는 생명들에 관한 작은 관심이다.
여러분이 나처럼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이 전혀 없고,
입양할 의지가 전혀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그저 도심 속에서 길을 잃은 토끼를 보면
함께 분노해줄 수 있길 바라고,
신고해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가 현재진행형임을
부디 잊지 않고 인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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