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_2
3_ 화려한 데뷔
커다란 극장들 뒤편 작고 고요해 하늘의 별이 반겨주는 극장이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가로수가 펼쳐진 오르막길을 한참을 오르고
대형 공연들이 펼쳐지는 곳 사이에서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올렸다.
현재 느끼는 감정들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가끔은 오해받는 아이는 그럼에도 해낼 수 있다는 어떤 마음이 샘솟아 무대에 오른다.
인간은 저절로 깨달아지는 것들이 없는 배움의 동물이라 눈앞에 닥쳐야만 벽이 있음을 아는 아둔한 동물이라
아이는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밝은 조명 아래에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 만져졌다.
발 밑에서부터 어두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차올라 가슴까지 찼을 땐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얼굴을 덮어 그 무언가와 아이는 하나가 되었다.
도대체 무엇을 애써야 하나
아이는 아이로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었는데 화가 났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니! 그 속에 진심이라곤 찾아보이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우린 완벽하지 않아.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지”
대사를 뱉는 아이는 이해되지 않았다. 무대 뒤편에서 이 극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랬다. 이토록 화려한 데뷔를 홀로 느꼈다.
4_ 연습하면 되어지는 것들이 있어
닫친 문을 바라보며 어쩌면 다시 열리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문고리를 걸어 잠그면서도 그렇게 바랬는지 모른다.
인간은 마음과 다른 행동으로 가장 강력히 원하는 마음을 표현하는구나. 그래서 외로워지는 길을 선택하는지도 몰라.
그 속을 언젠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 속을 언젠가는 들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 속을 말해도 될까?
여자는 무서웠을 거다. 술을 마신 남자의 힘을 여자는 감당하지 못했다. 닫힌문은 의미가 없어 모든 소리가 들어왔고 커다란 화분이 깨어질 때
모두가 지금을 끝내고 싶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문을 열고 흙판을 맨 발로 밟으며 주방칼을 들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그때부터 아이는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삶과 죽음은 이토록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자들은 자주 떠나갔다. 쪽지를 남기거나 혹은 그냥 사라졌다. 말도 없이. 여자들이 없으면 남매는 맞았고 밥도 먹질 못했다.
사람이 오고 갈 때마다 생각한다.
‘그저 유통기한이 다 되었을 뿐이야. 우리가 좋아서 온 사람이 아니니까 아빠가 좋아서 왔던 사람이니까 언제든 갈 수 있어.‘
버려졌지만 버려진 줄 몰랐다. 화가 났지만 화가 쌓이는 줄도 몰랐다. 무서웠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아이는 방문을 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