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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Sep 26. 2024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기분을 붙잡고 산다는 건

어쩌면 소설_4

7_ 750원짜리 진라면


합숙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잠을 자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날이 많았고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들도 함께 했다.

모두가 겁먹었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불평하지 않았다. 모이지 않는 저녁 하루, 아이는 산책이 하고 싶었다.

아이와 또 아이보다 어린아이는 둘이서 운동장을 걸었다. 아껴둔 이야기들이 오갔고 어느 방향도 해결할 방도가 없었지만 둘은 걸을 수 있음에 기뻤다.

‘HOME'에 돌아와 여자는 아이 둘을 재우지 않았다.


“너희가 뭐가 답답해서 산책을 해!”


같은 이야기가 매일 반복됐지만 아이들은 졸지도 편히 앉지도 않았다.

가끔은 여자도 기분이 좋았다. 아이의 생일이 되자 서프라이즈파티도 열어줬다.

맛있는 음식과 음료와 은은한 조명과 축하의 말이 그 안에서 오갔고 아이는 여자를 사랑했다. 사랑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날들이 괜찮았다.


해가 어스름프레 떠오르면 방에 들어가 아이와 아이보다 어린아이는 잠시 누었다가 여자가 잠이 들면 조용히 일어나

'HOME'에 있는 누구보다 먼저 나왔다. 아이 둘은 버스를 탈 돈을 아껴서 편의점에 들러 진라면 매운맛 큰 컵을 사서 나눠 먹었다.

가끔은 삼각김밥 하나도 나눠 먹을 수 있었다. 아이 둘은 라면을 좋아해서 매일 먹는 라면이 질리지 않았다.



8_ 꿈을 기억하는 밤


어느 오래된 아파트 복도에 서있었다. 문 하나가 열리더니 무서운 목소리가 들리며 지옥으로 끌고 가려 했다.

기도하는 목소리를 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쉽지 않았지만 목소리와 싸웠다.

첫 번째 문이 닫히고 옆에 문이 열리더니 다른 목소리가 죽음으로 끌고 갔다. 또 기도했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빨간 눈의 거대한 어떤 어둠 속 형체가 말했다.


“이제 그만해. 기도해도 소용없어. 이제 가야 해”


그 목소리는 무섭지도 않았기에 그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오지 않아도 돼. 괜찮으니까 더 있다가 와.”


심장이 아프도록 목소리가 빛이 나서 울었다. 미안하다고 소리치며 울다가 꿈이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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