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_9
17_치킨
아이 아빠가 할머니집으로 내려와서 함께 살았다.
아이는 아빠랑 다시 함께 살게 되었기에 너무 좋았다.
‘아빠랑 같이 사니까 아빠가 치킨도 사주고 너무 좋다!’
일기도 적었다. 아이 아빠는 크게 다쳐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몰랐다.
치킨을 먹어서 부자가 된 줄 알았다.
아이는 치킨이 참 좋았다.
여자의 집에서 나와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때 아이는 치킨집에서 일했다.
하루에 세 번 치킨을 먹었다.
아이는 매일 술도 마시고 매일 취해서 잠이 들었다.
아이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치킨을 먹고 매일 취하는 일뿐이었다.
몸이 커져서 맞는 옷이 없을 때까지 아이는 치킨을 먹었다.
18_ 심장이 아픈 일
작은 상처라도 나야 제 역할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새끼손가락이라도 그 역할이 커 조금이라도 다치면 어찌나 불편한지 알게 되는 게 사람의 무지이다.
당연히 뛰는 심장도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이상하다고 느끼고도 아주 아주 한참 뒤의 일이었다.
할머니집으로 내려가도 더 이상 친구가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흐른 날에 아이는 카페에 가고싶어 나왔다.
대학생들이 많은 그 동네에는 늘 무리 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는 그냥 겁이 났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사람이 없는 카페로 들어갔다.
아이는 자꾸 무서운 상상을 했다.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자꾸 쫓아오고 차가 아이에게 달려오고
칼이 멋대로 움직여 아이를 다치게 했다. 한 번씩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아파서 아이는 일도 오래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을 오래 만나는 일도 하지 못했다.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자꾸 혼자 있다 보니 아이는 책을 읽고 글을 적었다.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말로는 전해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아이가 아주 많이 아프다며 조금은 강한 약을 처방해 주셨지만 아이는 다시 선생님을 보러 가지 않았다.
어떤 말로 어디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글을 아주 오랫동안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