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소설_10
19_ 일기장
아이가 학교에서 다녀오자 아이 아빠와 여자가 거실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무릎을 꿇리고 아이 아빠는 아이를 혼냈다.
‘엄마한테 계모가 뭐야!’
일기를 오랫동안 적어서 누군가가 아이의 일기를 훔쳐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는 가장 안전한 곳에 자물쇠로 잠그기까지 한 안전한 일기장에 모든 마음을 적었다.
소리 내서 울지 못해 글로 울었다.
아이 아빠는 정말 알지 못했지만 여자는 계모가 맞았다.
아이 아빠가 아이를 혼낼 때 세상 가장 불쌍한 여자가 그 옆에 앉아있었다.
아이는 일기장이 더 이상 안전한 도피처가 아니란 사실에 더 힘겨웠다.
소리도 내지 못하는 아이인데 쓰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아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집에서 안전한 공간이 아이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20_ 뉴스
아이보다 어린아이들은 더 이상 어른들에게 숨기지 않기로 했다.
잠을 자지도 못하고 매일을 맞으면서 하루종일 일을 해야 했지만 무대에 서는 날은 쉬이 오지 않았다.
아이는 여자가 원하는 만큼 이제는 더 매달리지도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질 때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하리라 생각이 들었음에도
여자와 헤어져야겠다 마음을 먹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사랑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았고 그냥 때렸고 그냥 맞았다.
아이는 그날의 뉴스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볼 수 있었다.
마음이 무거운 건 사과를 받지 못했고 방관자들 사이에서 아이 또한 방관자였고
괜찮아지지 않음을 인정하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리라.
많은 어른들이 여자를 찾아가 물었지만 여자는 여전히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었다고 했다.
답답해했고 아파했다. 실루엣만 보였지만 아이는 여자의 표정 하나하나가 보였다.
이렇게까지 이어질 인연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이어져야만 했다.
그게 아이 삶의 무게였고 아이는 지고 있다.
지친 삶이라 지쳐있고 싶은데 아이의 삶이 아이를 붙잡고 하늘을 보게 했고
내일을 보게 했고 끊임없이 흔들었다.
세상에 알려졌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 아이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