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주 가끔은
엄마가 70세를 넘기며 보이셨던 증상은
어쩌면 치매가 서서히 진행되는 거였던 게 아닐까 싶다.
생전 그러지 않던 엄마가
가끔 화를 낼 때가 있었다.
어이없는 이유로, 혹은 자세한 설명없이.
자주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서서히 조금씩 거칠어졌다.
그리고 다시 혼자 조용히 있을 때는 평온해졌다.
나는 그런 엄마가 낯설고 어색했다.
유쾌하고 당당했던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당시 엄마의 뇌만 조금씩 망가지는 게 아니라
여러 병증이 한꺼번에 엄마를 공격하고 있었다.
엄마는 허리 디스크가 매우 심했고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일들을 성실히 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하셨고
엄마의 생활방식을 바꾸기를 거부하셨다.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떤 도움을 드려야할지 잘 모르겠고
엄마가 도움 받는 것을 원하지도 않으셨다.
1주일에 한번 가사 도우미를 쓰는 것도
여러 상황들을 겪은 후 겨우 받아들이셨다.
그 때를 생각하면
나도 엄마의 상태를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나 아빠 두 분 모두 힘들다는 얘기를 잘 하지 않고
삶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분들이었다.
1920-30년대에 태어난 옛날 분들이었다.
자식에게 힘들다며 징징거리고 짐이 되는 것을 싫어하셨다.
나는 그저 부모님의 변해가는 모습이
느껴지면서도
사실 딱히 “치매”라 하기엔
일상 생활을 어렵사리 해내시니
무슨 단계의 노화현상인지 알기 힘들었다.
엄마도 나도 서로를 몰랐다.
우리가 그 때 뭐가 힘들었는지 뭘 원하는지.
그리고 그저 서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나는 두 아이를 한창 키울 때였다.
참 힘든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런 시절이 15년이 넘게 흘렀다.
그리고 엄마는 성격답게
하루만에 고생 안하고
세상과 쿨하게 이별을 하셨다.
이젠 엄마 만나면 얘기할 수 있을 거 같다.
엄마 우리 그 때 참 힘들었다.
엄마도 힘들었지? 나도 힘들었어.
그래 엄마랑 함께 한 세월의 많은 시절이 좋았는데
그 땐 좀 힘든 구간이었나봐.
인생이 그럴 때가 있잖아.
그리고 서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엄마 모습은 45살즈음이면 좋겠다.
기운있고 유쾌하고 다정했던
엄마와 이야기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