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이직 후 6개월, 나는 성장했을까?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by 장민우

지난해 8월, 3년 넘게 다녔던 첫 회사를 퇴사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나의 퇴사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성장'에 대한 갈증이었다. 당시 나는 어느순간부터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대행업이라는 업의 특성상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그래서 내가 하는 일들이 해가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도 밤낮없이 일에 몰입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동료들도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까지 일에 몰입하게 만들었는지 항상 궁금했지만, 나는 끝내 그들과 같은 답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퇴사했다.

그렇게 성장하겠다며 호기롭게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지도 벌써 6개월. 나는 그동안 성장했을까? 안타깝게도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직 후 6개월 동안 나는 성장하지 않았다... (또륵)

나에게는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지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바로 '내가 지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를 체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일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 내가 정체하고 있다는 신호일 확률이 높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전 직장 동료들과 만날 일이 있을 때마다 들었던 소리가 "민우님 얼굴이 좋아지셨네요"다. 그리고 스스로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던 시기에 동료들은 내 얼굴을 보며 "곧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실제로 이직 후 큰 스트레스 없이 일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절한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 덕분에 스스로 고민한 것들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었고 일에 대한 열의도 커졌다. 내가 이직을 결심했을 때 기대했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자율성이 오히려 나를 멈춰서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기만 하면 됐다면, 이곳에서는 보다 주체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선택권이 주어지자 나는 당장 해결하기 쉬운 일들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 성과를 내는 데 리소스를 쏟았고, 중요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애써 외면했다. 쉬운 문제에만 다루다 보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고, 스트레스가 없으니 성장도 없는 시간이었다.

보통 여기서 '하지만 결국 깨달음을 얻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라는 이야기가 이어지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제라도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더, 회사에서 새롭게 주어진 미션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어려운 문제를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직의 확장성을 위해 대표님으로부터 일부 권한을 위임 받은 나는 지난 달부터 실질적으로 프로덕트 팀을 리딩하는 PM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대행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나에게 프로덕트 개발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그래서 PM으로서 마주하는 모든 업무가 낯설고 어렵고, 내가 이 팀을 제대로 이끌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낯설고 어려운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덕분에 매일이 고민과 스트레스의 연속인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스트레스가 반갑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스트레스는 곧 성장의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낸다면 보다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좋은 기회는 주어졌으니 앞으로의 성장은 이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내 커리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