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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하늘을 날다

하늘을 꿈꾸다

by 우보천리

드론이 처음 내 손안에 들어왔을 때, 나는 마치 어린 시절 종이비행기를 접어 첫 비행을 시켰던 순간으로 되돌아간 듯한 설렘을 느꼈다. 작은 프로펠러가 네 귀퉁이에 달려 있고, 손바닥 위에서 몸체가 살짝 흔들릴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두근거렸다. “이것이 미래의 날개인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아직까지 내게 드론은 단순한 취미 혹은 신기한 장난감에 그칠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처음 띄워 보는 순간, 나는 바람과 하늘, 그리고 자유로운 비행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새삼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익숙한 동네의 지붕과 골목길을 조금 더 높고 먼 곳에서 내려다볼 때, 왠지 모르게 세상이 새롭게 느껴졌다. 땅에서 두 발로 걷고 있을 때는 결코 보지 못했던 풍경과 빛, 그리고 숨은 흔적들이 드론의 작은 카메라 안으로 하나둘씩 들어오는 광경이 마냥 신비롭고 설레었다. 인간의 시야를 벗어나 펼쳐지는 그 넓은 공간과 가능성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하늘을 꿈꿨고, 또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그리 잊고 살았던 걸까?”

드론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이 오래전부터 동경해 온 ‘새가 되는 꿈’의 또 다른 버전일지 모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새의 날개를 연구하며 비행 기구를 구상했던 시절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머나먼 것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상상의 끝에는 언제나 ‘비행’이 있었다. 열기구로부터 시작된 하늘 여행은 비행기를 통해 대중화되었고, 이제는 드론이라는 좀 더 작고 개인적인 기계를 통해 누구나가 작은 새처럼 날아오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드론이 직접 나를 태워서 비행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나 대신 하늘을 날며 세상을 기록’해 준다는 점에서 분명 하늘을 향한 꿈이 한 단계 더 현실 가까이 다가온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드론의 카메라로 본 세상은 마치 내가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하늘로 뻗어나가는 시선 끝에서, 우리의 일상은 한층 더 확장되고 다채로운 풍광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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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띄우며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이었다. 아침 해가 갓 떠오른 시각, 안개가 산 능선을 따라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낮은 건물과 밭, 그리고 반쯤 시들어 가던 들꽃들 사이를 지나는 드론은 미세하게 떨리는 모터 소리를 내며 천천히 고도를 올렸다. 점점 넓어지는 시야 속에서, 마을은 축소판처럼 작아졌고, 사람들의 일상은 눈에 띄게 작고도 소박했다. 닭 울음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고, 논두렁을 따라 힘겹게 걸어가던 어르신의 모습도 그 속에 아련히 담겼다. 그 순간,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숨결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꼭 한 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졌다. 드론을 통해 그 목가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다시 화면으로 재생했을 때의 떨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다른 이들과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축복처럼 다가왔다.

도시에서 드론을 날릴 때의 풍경은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한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사이로 좁은 하늘이 펼쳐지고, 도심의 소음이 귓가에 맴도는 가운데서도 드론은 불안정한 바람을 뚫고 부유한다. 건물의 외벽을 따라 아찔한 시선이 스쳐 지나가고, 복잡하게 얽힌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마치 미로 속을 달리는 작은 장난감처럼 보인다. 빌딩 옥상에 설치된 정원은 땅에서 올려다볼 땐 쉽게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풍경을 드러낸다. 그런 곳에 드론이 내려앉아 촬영한 꽃과 풀의 흔들림은, 삭막하다고만 생각했던 도심에 남아 있는 온기를 한껏 느끼게 한다. 도시의 결은 차가운 콘크리트와 메마른 일상의 반복인 줄로만 알았지만, 조금 더 높이 날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공존하는 예술과 삶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드론이 비춘 스카이라인 속 반사되는 노을, 그리고 붉게 물든 하늘과 고층 건물 사이의 경계는 매 순간 새로운 감동을 건네주었다.

물론 드론을 날리는 일은 단지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종기의 스틱을 살짝 움직일 때마다 프로펠러가 순식간에 반응을 일으키고, 하늘에 뜬 작은 기체가 흔들리는 장면은 경이로우면서도 어느 정도 긴장감을 동반한다. 바람이 강한 날이면 드론은 마치 주인이 이끄는 방향에 저항하듯 흔들리고, 전파 간섭이 심한 지역에서는 통신이 끊길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착륙 직전까지 시야를 놓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예민한 지형 환경에서의 비행은 더더욱 섬세한 감각을 요구한다. 드론을 안전하게 날리기 위해서는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사생활에도 유의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지키며 드론을 하늘에 띄울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로운 비행의 기쁨과 책임감이 함께 찾아온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때로는 우리를 스스로 얽매게 하지만, 동시에 더 존중받는 자유를 안겨주기도 한다. 드론을 날리며 흔히 겪는 일 중 하나가 “저기 저 드론, 혹시 나를 촬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시선이다. 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로망이지만,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내 생활 공간 위를 지나간다면 으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드론을 날리는 사람이라면 안전뿐 아니라 사생활 보호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드론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단순 호기심이라면, 내 호기심이 누군가의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야기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균형점을 찾는 일이 필수적이다. 하늘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 이렇듯 드론의 비행에는 비행자의 감수성과 윤리의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늘을 날다’의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책임과 규제를 지키면서도 드론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순간과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도시와 자연을 막론하고 수직적으로 펼쳐지는 공간, 그 공간을 가르는 빛과 색,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지 못했던 지붕 위와 울창한 숲의 깊숙한 풍경까지, 드론은 마치 새로운 눈이 되어 우리에게 길을 안내한다. 미세먼지를 조사하거나 화재 현장을 관찰하는 데에도 드론이 활용되고, 배송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도 피어난다. 단순히 카메라로 공중을 담는 일에 그치지 않고, 농업과 어업,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은 이미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인간이 직접 접근하기 힘든 곳을 안전하게 조사하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원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이렇게 드론은 하늘을 나르는 동시에 인간 사회의 깊숙한 영역까지 날갯짓을 퍼뜨리고 있다.

내가 드론을 조종하며 발견한 가장 귀한 가치는, 상상력이 현실과 맞닿을 때 생기는 설렘이었다. 어렸을 적, 하늘을 나는 새를 따라 뛰어다니며 한없이 부러워했던 기억. 알록달록한 연을 날릴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부풀어 오른 환상. 그런 시간들이 이제 ‘직접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어 올리게 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물론 드론이 날아다니는 그림만으로 모든 욕망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 조그만 기체를 하늘 높이 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속 수많은 꿈들이 조금씩 실체를 얻고 있는 듯하다.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올라가는 드론을 바라보면, 마치 그곳에 머물고 있는 내 또 다른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 더 너른 시야를 확보해 한 걸음 더 멀리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드론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카메라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촬영해 둔 영상을 재생할 때면, 그 순간의 바람 냄새와 공기의 온도, 그리고 작은 모터 소리까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영상을 보여 주면, 그들도 함께 감탄을 터뜨린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현장에 직접 갈 수 없던 사람들도 드론 화면으로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기술이 가져다준 ‘공유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함께 느끼는 설렘이 곧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곳에 정말 내가 함께 있는 기분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론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서로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하늘을 날아가며 찍힌 수많은 장면 중 가장 애틋하게 남아 있는 순간은, 해 질 무렵 울긋불긋한 노을이 호수 위에 반사되던 때였다. 호수 주변 숲이 어둑어둑하게 색을 잃어 갈 때, 하늘에 있던 드론의 카메라는 반짝이는 수면을 조용히 포착했다. 마치 누군가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주황빛과 붉은빛, 보랏빛이 뒤섞여 사라져 가는 풍경은 금세라도 손끝에서 흘러내릴 것 같았다. 그렇게 놓치기 쉬운 찰나의 아름다움을 드론은 아낌없이 기록해 주었다. 그 영상을 나중에 다시 돌려볼 때마다, 그날 하늘의 온도와 공기, 그리고 내 마음의 떨림까지 선명하게 떠오른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찰나에 머무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소중한 감정을 길어 올리고, 그것을 온전히 간직하며 때로는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

그런 드론 비행의 매력은 종종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만나 더 깊어진다. 인간은 발로 땅을 딛고 걷는 동안에는 자연이 얼마나 거대하고 신비로운지 실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십 미터 혹은 수백 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본 풍경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연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푸른 숲의 끝자락이나 거친 바다의 파도, 첩첩산중에 드리운 그림자는 지상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위용으로 펼쳐진다. 그렇게 높이 올라야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숨결이 존재하고, 이 작은 기계가 전해 주는 ‘확장된 시선’은 때때로 겸손함을 깨우치게 한다. 인간이 만들어 낸 뛰어난 기술이라 할지라도, 결국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고 미약할 뿐이라는 사실. 드론이 보여 주는 광경은 우리가 늘 잊고 지냈던 자연과 생명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드론을 날리는 동안 마주친 가장 소중한 배움 중 하나는 ‘제한된 자유 안에서 꿈꾸기’다. 하늘이라는 무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해도, 드론 비행에는 여러 규제가 따른다. 비행고도 제한, 비행금지구역, 안전거리 등 다양한 조건이 우리를 둘러싼다. 언뜻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틀을 지키며 날아오른 하늘은 더없이 환하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무한한 자유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한 한계와 주의사항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하늘을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완벽한 자유란 없지만, 그 한계 안에서 자신만의 시각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진짜 의미를 찾게 되는 것처럼.

언젠가 늦가을의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들판에서, 나는 드론이 나를 대신해 바람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갈대가 물결치듯 흔들리고, 저 멀리서는 낙엽이 땅 위를 바스락거리며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종기를 쥐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드론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 허공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러나 결코 길을 잃지는 않으며, 자유로운 선을 그려 나가는 모습. 그 작고 가벼운 기체가 보여 주는 ‘유연한 용기’는 내게 적잖은 깨달음을 주었다. 너무 얽매이지도, 너무 무모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춤추듯 스스로를 조율해 가는 자세가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드론을 통해 날아오른다는 것은, 단지 공간적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음의 시야가 열리는 경험, 그리고 그 열림으로 인해 얻게 되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바로 ‘하늘을 난다’는 표현 안에 담겨 있다. 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드론을 통해 이 새로운 눈을 갖게 되리라고 믿는다. 물론 그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는 언제나 공존했다. 비행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결국 인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적응하면서, 그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날며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는 이 기계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훨씬 더 다양한 가능성을 펼칠 것이다.

드론이 불러올 미래를 상상해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출근길에 복잡한 도로를 통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드론 택시가 도심 상공을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빠르게 목적지로 이동시킨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생산된 물건도 드론을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배송되고, 오지에 사는 이들에게 의약품이 제때 전달되기도 한다. 화재나 지진, 홍수처럼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도 드론이 제일 먼저 현장을 파악해 인명 구조를 돕는다. 농민들은 넓은 밭을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드론을 활용해 작물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물과 영양분을 공급함으로써 환경을 아끼고 생산성을 높인다. 또, 벌채 위기에 놓인 숲을 드론이 감시해 불법 행위를 예방하기도 한다. 이 모든 모습들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곁에서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으며, 조금 더 시간이 흘러 기술이 성숙해지고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진다면, 누구나가 그 ‘하늘의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지만 하늘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해서, 우리가 땅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드론 비행을 멈추고 다시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나는 그 이중적인 감정을 느낀다. ‘하늘은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고, 이 땅은 나를 견고하게 지탱해 준다.’ 우리의 삶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이 지상이기에, 땅과 하늘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드론은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허공으로 올라간 눈을 다시 지상으로 가져와,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계는 분명 매혹적이지만, 그 세계를 살아가는 것은 결국 인간이고, 그들이 발 딛고 있는 곳은 땅이다. 드론의 비행이 마냥 즐겁고 환상적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드론을 조종하는 짧은 시간을 통해, 나 자신만의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조종기의 스틱을 섬세하게 움직이며 기체를 제어하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이 차츰 정리되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긴장감이 풀린다. 고요하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삶의 여러 고민들이 멀리 내려다보이고, 그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문득 깨닫기도 한다. 드론이 그저 취미에서 끝나지 않고, 내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일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하늘을 동경하고 기회를 엿보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덜어 내고 그 너머를 바라보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도, 드론을 처음 날렸을 때 느꼈던 설렘과 두근거림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성능과 기능을 갖춘 새로운 드론이 등장할 때마다, 그 설렘은 또 다른 형태로 되살아난다. 비록 어느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날은 규제와 규범에 얽매여 마음껏 하늘을 누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들을 딛고 하늘에 다시 올라갈 수 있을 때, 그 한계가 있었기에 얻는 기쁨과 만족은 배가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드론을 날리며 실험하고, 영상 찍고, 사진을 편집해 보기도 했던 날들을 추억해 보면, 그때의 몰입과 성취감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문득 깨닫는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쌓여 내 삶을 조금씩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드론, 하늘을 날다.” 이 간결한 문장 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날개를 가진 인간의 작은 꿈, 첨단 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가능성, 하늘이 선물하는 확장된 시야, 그리고 그 자유로움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하는 윤리와 책임감. 그것은 단순히 기계 하나가 공중을 나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과 가치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문화’다. 나는 이 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 드론을 날리는 일이 단순히 멋진 영상을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을 존중하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인간은 늘 하늘을 우러러보며 무언가를 갈망해 왔다. 다만 그 갈망이 기술과 맞물려 점차 형태를 갖추고,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작은 드론을 통해 하늘로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선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서로 다른 세계를 잇고, 때로는 꿈꾸던 자유를 잠시나마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기억을 채워 가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드론의 모습이 그리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그 안에 우리 인간이 꾸었던 오래된 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갈 무한한 가능성이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조종기를 쥔 손끝에는 작은 떨림이 전해진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기대감과, 동시에 그 속에 깃든 책임감이 서로 뒤섞여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다 모터가 윙 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이내 작은 드론이 가뿐히 올라가 하늘을 가른다. 그 순간,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몸은 여전히 땅 위에 있지만 시선은 이미 구름 사이를 헤맨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비록 나 자신이 직접 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누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작은 드론이 대신 보여 주는 하늘 풍경이 내 안의 꿈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그렇게 드론은 오늘도 하늘을 난다. 그리고 그 비행은 곧 우리의 마음도 함께 날게 만든다. 세상을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멀리, 그리고 조금 더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 힘이, 드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내 안에 숨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언젠가는 이 모든 순간들이 한 줄의 추억이 되어 머릿속을 스칠 때, 나는 다시금 마음속으로 말할 것 같다. “드론, 하늘을 날다. 그리고 나 역시 하늘을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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