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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이 주는 좌절을 사절한다.

회복 탄력에 대하여

by 봄날의 소풍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 유엔(UN)이 제시한 17개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고, 빈곤 퇴치, 기후변화 대응, 교육 기회 확대 등 전 세계적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설정된 지표)와 관련한 세계시민 그림책 수업안 공동집필을 하는 중에 있다. 내가 맡은 부분은 16번 평화, 정의 영역 중 ‘정의’에 해당하는 그림책 수업 계획서를 쓰는 것이었다.’ 정의’는 공정, 평등, 인권, 기회균등, 불의에 대항함 등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정의’를 배우는 그림책들을 찾아보았다.


**정의의 필요성 알기

‘정의가 필요해’ <그림/박재현, 글/강정연, 미세기>

1.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 및 ‘정의’하면 떠올리는 단어 이야기하기

2. 양보와 배려, 기회균등, 규칙 준수, 장애인 배려, 환경 정의에 대한 상황극 만들기

3. 정의란 무엇인지, 정의가 왜 필요한지 모둠별로 이야기 나누고 ox퀴즈 하기

4. 정의는 ‘( )’이다 빈칸 채우고 휠북 만들기


**정의를 지키기 위한 약속 만들기

‘내 탓이 아니야’ <그림/ 딕 스텐베리, 글/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고래이야기>

1.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누고 비슷한 경험이나 사례 발표하기

2. 학교, 집, 친구 관계에서 정의가 지켜진 사례 나누기모둠별로 “우리 주변의 정의로운 행동” 기사문 만들기

3. 우리 학교가 공정하고 평화로운 정의가 유지되려면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토의하고 칭고미(칭찬해, 고마워, 미안해) 쪽지 쓰기

4. 폭력과 왕따를 버리고 학교에서 정의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평화수호 약속(규칙) 만들기’‘정의 지키기 실천 다짐 카드’ 작성 및 발표


**정의를 실천하는 인물 알고 본받을 점 찾기

‘말랄라의 마법 연필’ <그림/케라스코에트. 글/말랄라 유사프자이, 웅진주니어>

1.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누고 인물 말랄라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2. 말랄라가 살았던 지역의 문제에 대하여 내 생각 발표하고 용기 있게 행동한 말랄라에게 응원의 편지 쓰기

3.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인물들 조사하고 세계지도에 모둠별로 표시하기

4. 지구촌의 평화를 위한 마법 연필 만들고 기능 발표하기


**법과 정의의 관계 알고 적용하기

‘국수를 금지하는 법이 생긴다고?’ <그림/K-파이 스틸, 글/제이콥 크레이머 , 그린북>

1. 그림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 및 공정함이 필요한 이유 알기

2. ‘공정한 법이 갖춰야 할 조건’ 브레인스토밍하고 우리 주변의 공정한 법 사례(예: 횡단보도, 교칙, 헌법 일부) 나누기

3. 캥거루 마을의 올바른 법 제정을 위한 순서도 제작하기

4. ‘우리 반 공정한 규칙’ 새롭게 만들고 모둠별로 ‘공정한 법 포스터’ 제작하기


집필위원장 대표님이 기회균등 차원에서의 정의를 다뤄야 하는데 내가 제시한 부분은 정의와는 거리가 먼, 집필방향과 다르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집필진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수업이 이어지지 않는다, 정의를 나타내는 내용이 아니다 등의 내용으로 다른 분들이 말할 땐 조용하던 분들이 나에게는 질문을 막 던지기 시작했다. 평화와 인권 차원의 정의가 아닌 공정함, 바르지 않음에 대한 항의, 정의의 의미를 다루는 내용적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했던 나의 집필 의도는 하이에나에게 살점이 찢겨 죽어가는 작은 암사슴 마냥 묵살되었다. 정의 영역을 아예 없애고 평화로 더 넣으라는 주문까지 받게 되면서 모든 집필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맥이 빠지고 다시는 공동집필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는데 분한 마음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한 동안 고민도 많이 하고 그림책 검색도 많이 했는데 알아주지 않는 선생님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정의’에 대해서도 표명하는 것이 책 집필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접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의도가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벽 2시까지 수정해서 다음 날 아침 다시 전체 구글시트에 지워진 나의 수업계획안을 다시 입력했다. 다시 집필위원장에게 의견을 피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거절’이었다.


예전에도 거절의 기분을 느낀 적이 더러 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큰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으로 적응해 갈 때였다.하루는 아들 친구가 놀러 왔는데 그룹 농구를 한다길래 그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 우리 아들도 낄 수 있는지를 물었었다.”같이 하는 엄마들에게 물어볼게요..”라고 대답하더니 며칠이 지나도 답이 없길래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이미 인원수가 차서 우리 아들은 들어오면 안 된다는 거절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었지만 엄마로서 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꼭 그룹으로 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싶어서 큰 아이만 따로 동네 주민센터 농구수업을 등록했던 기억이 있다. 그 계기로 큰 아이는 농구를 시작했고 흥미를 붙였으며 지금도 취미활동으로 즐겁게 하는 운동이 되었다.


교회를 다녀서 좋아하고 친한 친구에게는 내가 믿는 예수님을 전하고 싶을 때가 많다. 번번이 돌아오는 것은 정중한 거절들이다. 뻘쭘하거나 민망하기도 하지만 받아들인다. 거절했다고 좋은 관계가 깨지는 것은 아니니까 다시금 잘 지낸다.



일상생활에서 거절을 당할 때는 당혹스럽고 분하거나 마음이 상한다. 때론 좌절하며 포기할 때도 생긴다. 거절이 주는 좌절을 이겨야 한다. 그리고 거절에서 오는 좌절을 사절해야 한다. 나의 의도와 뜻이 다 맞거나 옳은 게 아닐 수도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때론 거절이 올 때 나를 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거절에서 오는 내 맘속의 좌절은 사절해야 한다. 다시금 회복하는 탄력이 필요하다.그나마 좌절엔 약하지만 도전에는 강한 나의 성격이 큰 도움이 된다.


다시금 평화의 요소, 평화의 실천, 전쟁에서 파괴되는 평화, 다름을 인정하는 평화로 그림책과 내용을 전면 수정했다. 일주일 후 집필회의를 다시 했다. 위원장은 물론 그 누구도 내가 제시한 계획에 의견을 달지 않았다. 시원하게 한방에 통과가 되면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못다 핀 꽃 한송이처럼 거절된 ‘정의’ 수업 안은 아직 나의 파일에 남겨있다. 수많은 거절 파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녀석들도 언젠간 잘 수정되고 다듬어져서 세상에 빛을 보길 힘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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