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포기하기
아직 불은 3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어..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어 산불이 멀어질 거래. 아무 일 없을 거야.
불은 곧 잡힐 거야. 바람의 방향이 북쪽과 서쪽으로 기울고 있어. 테수키 마을에서 피해를 입은 건물은 한 채도 없어.
수 킬로미터의 대지가 불길의 식욕에 무너진다. 예보대로 비가 내리면 좋겠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천둥은 점점 목소리를 죽인다. 폭풍은 우리를 비껴갔다. 릴리가 안락의자 위로 뛰어올라 내 손을 핥는다. 만약 릴리가 글을 쓸 수 있다면, 아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바뀌면서 산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연기로 부옇게 흐려진 하늘에 달이 떠오른다. 별들도 흐릿하다. 그때 전화가 울린다. 스콧 토머스다. 우리 지역을 지나쳐간 비가 그쪽에 쏟아지는 중이라고 한다.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 심화편>
[4주 차 세 번째 미션]
다음 빈칸을 채워보라.
1.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삶의 영역은 _______________________ 이다.
2. 내가 바라는 것은 __________________ 이다.
3.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_____________________ 이다.
이제 다음 질문을 쓰고 귀를 기울인다. 어떤 답이 들리는가?
1.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2. 이런 상황을 더 높은 힘에 어떻게 맡길 수 있을까?
3. 어떤 행동을 취하면 될까?
매주 화목 점심때 필라테스를 한다. 월수금은 점심때 집에 들른다. 집에는 늦게 출근하는 남편이 있고, 방학 때면 그 시간까지 자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오늘은 화목 중간에 낀 수요일이다. 점심 약속이 잡혀서, 화, 수, 목 3일 연속 점심때 집에 가지 않게 됐다. 저번 주에 이 사실을 남편에게 통보하자 남편은 한숨을 먼저 쉬었다. 오늘 아침에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냐고 남편은 확인차 묻는다.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인다.
"방학 때는 할 일이 많으니 점심 약속 안 잡으면 안 돼?(한숨)"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점심 약속 하나로 갑자기 남편에게 많은 일을 떠넘긴 것 같은 분위기가 됐다. 점심 약속을 자진해서 잡은 것도 아니고 정말 오랜만에 같이 점심 먹자며 이날 시간이 되는지 묻는 동료에게 괜찮다고 한 것뿐인데, 이게 그리 못할 행동인가?
회사 다니면서 집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게 상숫값이 아니라, 회사 구내식당이나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는 게 상숫값이다. 근데 남편은 점심시간에 집에 오는 걸 상숫값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죄책감 뒤에 자기 상황만을 생각하는 남편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올라온다.
방학 때만이라도 다정한 아빠의 역할을 자진해서 하면 안 되나?
왜 평일 점심을 내가 꼭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더운 사무실에서 일하다 땀 흘리며 집에 가서 후다닥 밥 차려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주말에 당신은 나한테 도시락도 당당하게 요구하잖아. 그런 마인드면 평일 점심은 당신이 차려놓고 나를 기다려야 하는 거 아냐? 왜 출근했다가 중간에 집에 가서 내가 점심을 차려야 하는데?
내가 가정주부였다면 아마 당연하게 생각했겠지?
저녁 이후의 시간은 내가 아이들 챙기니 늦게 출근하는 당신이 아이들 점심을 챙기는 게 공평한 거 아냐?
왜 내 희생만을 강요하는데?
원망의 말이 계속 나온다. 내 입장에서 나오는 원망의 말은 아무리 쏟아 내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
그래 당신도 힘들었구나.
더운 날 안 하던 일 하려니 고생이 많다.
토닥토닥
이렇게 마음먹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어쩌겠어. 힘들어도 이렇게 넘어가야지. 쉽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해야지.) 나는 언제쯤 자유로워지나?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내가 다 하면 몸이 힘들고. 이러나저러나 편한 팔자는 아닌 모양이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삶의 영역은, 사무실의 온도(오늘은 30도에다 습도가 70프로가 넘는다), 자식, 남편, 엄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한여름에 26도 정도를 유지하는 사무실, 대화가 통화는 아이들, 내가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 점심을 솔선수범해서 맡아하는 남편, 내 상황과 형편을 고려해서 대화를 시도하는 엄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이다. 피곤함, 지침, 억울함, 짜증 등.
나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다. 불평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만 올라오니 사고의 전환을 시도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