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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자 Mar 06. 2019

나랑 놀자

하고 싶은 거 어지간히 하며 살았으니 세상 너처럼 팔자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 하는 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그 말에는, 맞아, 내일 당장 죽어도 상관없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대답하며 얼굴로 웃고는 속으로는 울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이 멋진 것, 근사한 것, 정의로운 것, 아름다운 것,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고 싶어지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당장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싶어질 만큼 숭고하게 사는 사람도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손에 쥐고도 제 마음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평생을 듣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태반인데...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우리들은 어딘가에서 함께 꿈을 꾸고, 끝내는 그것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많이 했다.


시간이 지나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삶이 스스로가 말로 이루어 놓은 세계와 조금도 닿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신감을 느끼고 속으로 아주 콧방귀를 뀌었다. 아주 슬펐기 때문에 차라리 콧방귀를 뀐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차라리 편했다. 내가 많은 것들을 아주 우습게 생각하는 이유는 슬픔을 감추기 위해 센 척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껏 좀 살자고 더 자신 있게 말할 용기는 없었다.


좀 마음껏 살고 숭고한 것에 대하여, 구질구질한 것에 대하여, 사상에 대하여, 하찮은 것에 대하여, 믿음에 대하여, 실컷 떠들어댄 수많은 말들 중 진짜 딱 한 구절이라도 제 삶으로 자신 있게 옮겨올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와, 멋져!


오랜 시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동안,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 곁에, 그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한 구절 옮겨오고, 두 구절 옮겨오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꿈꾸었던 대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들을 위로하고 싶고, 응원하고 싶다. 이기적이지만 나도 똑같이 사랑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응원받고 싶기 때문이다. 기댈 구석이 있어서 좋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은 여전히 내 기댈 구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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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립 여행잡지 [매거진 춘자] 만들고 있는 춘자입니다. 
여행지에서 글 짓고 사진 찍어 매거진 만듭니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보냅니다.
노가다도 그런 노가다가 없지요. 
사랑하는 일 세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짜릿한 노가다입니다.


[매거진 춘자]의 시작을,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을, 모두 기록해두고자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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