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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Aug 09. 2024

커피를 끊었다

없이도 살 수 있을 줄 몰랐지

커피를 끊었다. 


건강을 위해 일부러 마시지 않으려 했다면 절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침과 위산 역류가 너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3주째 커피를 못 마시고 있다. 너무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어느 날은 손가락 한마디만큼 연한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일탈을 하고 거기에 안 마시던 콜라를 마셨더니 그날은 새벽 3시가 지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내 인생의 낙 하나를 잃었다.


6~7월 스케줄을 보면서 '와... 다 할 수 있는 것인가... 나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몸이 탈이 나고야 말았다. 8월에 접어들며 조금씩 마무리되는 일들이 생기니 어쩌다 한 번씩 낮에 시간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싶어 그럴 때면 무조건 잤다. 낮에 죽은 듯 잤는데 밤에 또 잠이 온다. 몸이 어디가 이상하다는 얘기다. 쉼표 책을 출간해 놓고는 막상 나는 주말까지 쉬지 못하던 상황이라니.


커피를 끊으니 위산 역류는 조금 나아졌지만 금세 금단현상이 생겼다. 머리가 띵하고 몽롱한 듯도 하고 두통도 느껴졌다. 하지만 밤에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잠을 이룰 수 있고 혈색도 밝아지고 야뇨증도 나아지는 것을 느끼니 커피에 좀처럼 다시 손이 가지 않는다. 커피 대신 ABC 주스로 입가심을 하곤 한다.


임신 중에도 하루 한잔은 꼭 마시던 커피를 이렇게 단번에 끊다니. 몸에 좋으라고 멀리해 놓고 카페인 금단 현상 때문에 금방 다시 찾던 커피를 금단 현상이 없어질 때까지 밀어내게 되다니. 커피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커피를 마시면 큰일이 날 것만 같다. 


커피 하나 안 마셨다고 새 사람이 된 것 같다. 진짜 큰 병이 걸렸나 싶게 심하던 기침 증상도 나아지고 있으니 온몸이 커피를 거부하는 느낌이다. 이 작은 변화가 나로 하여금 지금껏 미뤄왔던 일들을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우둑우둑 뚜두둑) 슬슬. 다시 재밌어져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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