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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헤시아 Dec 24. 2020

속물근성

속물근성이란 것이 일종의 이상주의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계급적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동시에 누구나 '자신'은 무슨 신기한 수가 있는지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한다. 속물근성이란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만큼은 예외인 악덕이다. '믿음과 실천'을 겸비한 사회주의자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인'들은 적어도 '자신'만큼은 계급적 불의를 당연히 벗어나 있는 줄 안다. 자기 이웃들과는 달리 부나 서열이나 작위 같은 부조리를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나는 속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무슨 보편적인 '신조'처럼 되어버렸다. 우리 모두 계급 차별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그것이 정말 없어지기를 진지하게 바라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와 맞닥뜨린다. 그것은 모든 혁명적 소신이 갖는 힘의 일부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은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한중 옮김, 한겨레 출판 2010)


#속물근성 #자기기만 #가식 #차별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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