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란·탄핵 정국에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린다. 가짜뉴스는 '뉴스보도 형식을 차용한 거짓정보'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가짜뉴스의 주요 근원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매체다. 언론의 주요기능인 '진실추구'와 '공정보도' 그리고 '투명성'과 '감시기능'은 법 정의, 사회 정의와 마찬가지로 실종된지 꽤 오래 되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말이 되겠다.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정부의 통치행위와 사회를 감시하는 '감시견(Watchdog)'의 역할이다. 개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이를 주인으로 따른다. "언론의 감시기능은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위탁된 정치권력을 오남용하는 것을 견제하고, 동시에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토대로 한다."(김충식, 투데이코리아 2019).
지난 역사의 경험은 공권력이 부패하고 법치와 공정이 무너지고 공익이 실종되어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국가가 망조에 들었을 때, 그 뒷전에서 사악한 권력을 누리고 큰 이익을 챙기는 매국의 패역한 무리들이 언제나 존재하였다. 방치되어 끔찍한 악취가 나는 부패한 시체에 구더기가 들끓는 이유는, 거기에 먹을 것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번식 환경까지 적당해서 파리 종류의 온갖 해충이 알을 낳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은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의 감시견이 아니라 부패하고 패역적인 무리들의 충실한 애완용인 진짜 개새끼들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구더기로까지 진화한 형국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전 선동 기술일지라도 한 가지 기본 원칙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즉, 몇 가지 요점에 국한시키고 이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크게 부풀리고, 간단하게 만들고, 반복해서 계속 말하면 결국 그들은 그것을 믿게 될 것이다. 한번 한 거짓말은 거짓말로 남지만, 천 번 한 거짓말은 결국엔 진실이 된다".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1945 나치 선전상)
허위(虛僞)의 사전적 의미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민 것'을 뜻한다. 그리고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만드는 것'을 일컬어 조작(造作)이라고 한다. 허위·조작 정보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당하게 또는 얼핏 진실인 것처럼 보이나 어떤 점에서 논리적 근거나 규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특정 의도를 갖고 거짓을 사실처럼 꾸며서 만들어낸 거짓 정보를 모두 포함한다.
'허위·조작정보(거짓 ·왜곡·과장)'는 이른바 가짜뉴스의 핵심이다. 따라서 가짜뉴스는 큰 틀에서 '허위·조작 정보'에 속한다. 그 범주는 오보(誤報), 기획되고 연출된 탐사 및 추적보도나 르포, 여론조사, 통계, 이익 창출을 위한 상업적 목적의 리뷰, 정치적 선동, 선전활동, 루머, 유언비어, 조작·사기 과장 광고, 그리고 찌라시와 다양한 음모론까지도 모두 망라한다. 최근 가짜뉴스의 생성과 소비통로가 언론매체의 뉴스보도 형식를 뛰어넘어 매우 다양한 형태로 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따라서 용어의 사용에서 '가짜뉴스'보다는 '허위·조작 정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허위·조작정보의 전달과 소비의 주요 통로는 언론매체의 뉴스를 포함하여 지상파·유선방송 및 인터넷 미디어와 게시판·블로그·유튜브·SNS 등의 콘텐츠의 댓글, 단톡 대화방, 찌라시나 전단지, 현수막형태의 제작물 등 매우 다양하다.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어떤 형태의 콘텐츠이든 단 1%라도 거짓·왜곡·과장 정보를 담고 있다면 '허위·조작정보'다.
허위·조작정보가 확산되는 방식은 출처도 없고 근거도 없는 찌라시, 헛소문, 댓글, 온라인 카뮤니티 게시판, 극우 유튜브, SNS, 정치인의 입, 정당 또는 사건에 관련된 국가기관의 배포문 등등 다양한 소재를 언론매체가 채집하여 사실 확인의 취재없이 일방 보도한다. 언론매체에 의해 정리된 허위·조작정보는 역으로 개인 SNS를 통해 다수에게 전달된다. 여기에 수익창출이 목적인 인터넷 미디어·유튜버·블로거·바이럴 마켓팅 업체가 합세하여 그럴듯하게 재가공하여 여기저기로 퍼나른다.
이렇게 재가공된 허위·연출·조작정보를 언론매체가 다시 채집하여 사회적 이슈로 재포장하여 보도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루면서 허위·연출·조작정보는 마치 기정사실인냥 대중에게 각인되고 확산된다. 여기에 사회 지도층, 해당 사안의 전문가, 교수 또는 정치권 인사의 확신의 입질, 그리고 여론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댓글부대 등이 더해지면 확산은 더욱 가속된다.
"대중은 바꿀 수 없다. 그들은 항상 똑같을 것인데, 멍청하고, 탐욕스럽고, 건망증이 심하다. 선전·선동은 조종당하는 사람이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확신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1897~1945 나치 선전상)
거짓정보를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결국은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된다. 이를 가리켜 '환상의 진실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적 편향에 의한 인지오류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이 효과가 결코 일시적이거나 표면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정보를 접한 후 한참이 지난 뒤에도, 혹은 정보를 접한 기억마저 사라진 뒤에도 인간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명백하게 허위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종교와 특정 정치집단 그리고 기더기 언론에 의해 자행되는 허위·조작정보를 진실로 확신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는,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하는 '확증편향', 인터넷이 우리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학습하여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 제공하는 '필터버블'(Filter Bubble)현상, 뉴스 미디어에서 전하는 정보가 해당 정보의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만으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의해 증폭 및 강화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하여 수용하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자기확신의 '더닝크루거 효과', 여기에 앞서 언급한 '환상의 진실효과'까지 합세하여 사람들을 더욱 맹목·맹신의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허위·조작정보'의 식별은 비판적 사고를 통하여 논리적 오류와 인지적 오류를 인지하고 진위여부를 밝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비판적 사고를 학습하고 훈련하지 않은 사람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가장 쉽고 간단하게 '허위·조작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1. 제목을 보고 거짓정보의 여부를 빠르게 식별한다.
①시선을 확 끄는 선정적, 충격적, 자극적인 내용의 제목
②증오나 혐오, 특정인물의 신상털이 또는 악마화를 주요 이슈로 하는 제목
③'~할듯, ~인듯', ~예상', 등등 추측이나 추정,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내용의 제목
④서로 개연성이 없는 사실들을 무리하게 연결하여 일련의 사실처럼 포장한 내용의 제목
⑤ 분노·슬픔·죽음 등의 사람의 본성에 민감한 감정을 건드리는 내용의 제목
⑥"~" 큰따옴표를 사용한 내용의 제목(이 경우 사실 확인취재없이 정보제공자의 말을 그대로 옮겼거나 베꼈다는 표식으로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이 정보에서 유일한 사실은 신뢰성과 상관없이 정보제공자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 뿐이다.)
2. 출처의 신뢰성 여부로 거짓정보를 식별한다
신뢰할 수 없는 출처에서 나온 정보는 잘못된 경우가 너무 많다는 사실은 일상의 경험이다.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정보를 빠르게 무시할 수 있다. 즉 출처의 신뢰성 여부, 정보제공자의 실체 등을 확인함으로써 거짓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담으로 유튜브 '사망여우'의 콘텐츠에 따르면 임상실험을 통해 의학적 효과의 검증이 안된 건강기능 관련 제품이나 의약품을 소개하는 유튜브와 SNS 광고에 등장하는 전문가, 약사, 의사, 사용자 등이 모두 연기자로 밝혀진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3. 검증가능한 사실적 증거의 여부로 거짓정보를 식별한다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것과 모순되는 주장을 계속 접하면 자칫하면 잘못된 정보가 확신으로 생성된다. 따라서 오히려 기존의 정보와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은 우리의 믿음을 재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잘못된 정보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지지하느냐로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련 증거를 기반으로 평가한 결과에 달려있다. 즉 주장이 뒷받침되는 검증가능한 사실적 증거가 있는지의 여부로 거짓정보를 식별하는 것이다.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는 개인과 사회공동체의 안녕에 관한 결과론적 담론에서 개인과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과 폐해가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조작정보는 겉으로 보기에는 쉽게 그 진위여부를 판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전체에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드는 악성 바이러스의 대재앙 못지 않게 끔찍하고 파괴적인 것이다. 따라서 마치 나라에 망조가 든 것처럼 여겨지는 현 내란 시국에서 국가의 주권을 가진 책임있는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기더기 언론이 내팽개친 민주주의의 파수꾼 역할에 일말의 책임의식을 가진다면, 허위·조작정보를 식별하고자 하는 눈과 의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하겠다.(202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