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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l 08. 2018

간만에 일을 해보았다.(feat. 책읽찌라 리브랜딩)

생각해보니 나 디자이너였지..?;;; 맘잡고 일을 해보았어요.

일이란 것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클라이언트를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1. 일단 도덕적으로 어긋나면 안돼요. 브랜딩은 회사의 영향력에 인피니티 스톤을 박아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요. 나쁜 영향력이 증폭되면 울트론이 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이고 싶진 않아요.


2. 애정하는 분야면 더욱 좋아해요. 요즘엔 블록체인이나, 핀테크관련 업계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행콘텐츠나 맥주나 독서, 인문 등등도 여전히 진행하고있죠. 전 이런 저런 일을 딱히 가리진 않지만 종종 넘나 어려운 분야가 있어요. 막 의료기기 분야나, 해양생물연구소같이... 너무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요.ㅠㅠ


3. 정당한 비용을 주고 정당한 퀄리티를 요구하는 곳을 선호해요. 일을 하다보면 아무리 고집있게 굴어도 사실 어느 정도는 더 해드리기 마련입니다. 이건 제가 착해서라기 보단 그냥 디자이너의 고질적인 집착에서 비롯되는 거죠. 사실 이런 점을 어느정도 감안하고 있어서 매번 따박따박 추가비용을 요구하진 않아요. 하지만 이런 호의를 둘리로 받아버리면 저도 얼음별대모험을 시켜드릴 거예요.

  



이번 프로젝트는 1,2,3번을 모두 충족하는 아주 애정하는 브랜드 '책읽찌라'의 리브랜딩이었어요. 애정하는 브랜드를 손댄다는 건 설레고 흥미돋는 일이죠. 제작은 로고와 패턴, 키비쥬얼과 목업제작, 가이드제작으로 진행되었답니당.


일단 일하는 순서대로 늘어놓아볼께요.

1.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이해해요. 책읽찌라는 이미 알고있는 곳이예요. 그러니 딱히 이해를 할 필욘없었어요. ... 1번은 건너뛰도록 하겠어요.(진짜 설렁설렁 쓴다.)


2. 책읽찌라와 소비자의 관계를 규정해요. 책읽찌라는 동영상을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걸 소비하는 층은 주로 2030일 거예요. 40대까지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동영상콘텐츠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이해하기 좋은 포맷이니까요. 음..책을 소개해주는 건 전문가와 수강생과 같은 느낌이 아니예요. 강의에 가서 책을 소개받진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잡상인이나 광고같은 느낌도 아니예요. 책은 그렇게 사지 않죠. 책은 주로 친구나 지인의 소개를 많이 받아요. 


'요즘 읽을 책 없냐?'

'이거나 읽어봐.'

'오키'


이런 식이 많아요. 조금 자세히 들어가면 주로 조금 형/누나/오빠/언니의 느낌이 강해요. 뭔가 되게 일 열심히하고 멋지게 살고있는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책이면 나도 한 번 읽어볼까나~ 싶거든요. 그래서 지인이 지닌 둥글둥글한 느낌인생선배의 느낌을 결합해서 너무 귀욤하진 않게 형태를 잡기로 했어요. (하지만 귀여워요)


3. 뚱글뚱글한 폰트느낌을 살려보았어요. 저건 참고로 폰트가 아니예요. 일일이 만든거죠. 노가다를 했어요. 간격조정이 진짜 힘들었어요. 전 타이포를 하는 디자이너는 아닌터라....꽤 다양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했어요. 좋은 타이포강의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제발.


4. 'ㅉ'에 포인트를 준 이유가 있어요. 책읽/찌라. 로 보통 이해하기 마련이예요. 책읽- 까지만 들어도 사실 어떤 브랜드인지 느낌이 온단말이죠. 원래 로고나 브랜드이름은 니 마음속에 그림을 박아주기 위해서 존재해요. 


그래서 생소한 이름이면 익숙한 이미지를 붙이고

익숙한 이름이면 무난한 이미지로 가죠.


굳이 익숙한 이름에 익숙한 이미지를 붙여서 두 번 강조할 필욘 없어요. 그래서 '책읽'은 그냥 무난하게 냅뒀어요. 귀찮아서 그런게 아녜요. 절대Naver.


반면 '찌라' 라는 느낌은 강세가 좀 있어요. '책'에서 한번 파열음을 내주고 '찌' 에서 된소리로 두 번 악센트가 들어가는 이름인지라 형태구성에서 'ㅉ'에 포인트를 주었어요. 의도를 한 건 아니겠지만 발음에 라임이 사는 것같아 스웩이 있어요. 

 

5. 이제 색을 입혀보아요. 책을 소개해준다!! 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요. 지식을 쌓아서 참된 인생을 살아보쟈~ 라는 것도 있겠구..지친 니 마음속에 레드불 한사발. 같은 느낌도 있고.... 또는 오구오구 우쭈쭈 위로의 느낌도 있고... 책이란 게 참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잖아요. 그래서 4개의 컬러를 선정해봤어요. 


따란. 빨강색은 열정 이딴 게 아니예요. 활기를 뜻해요. 책은 정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온통 정적인 색을 쓰면 수면유도제같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빨간색으로 깨발랄한 느낌을 좀 살렸어요.


갈색은 지식을 뜻해요.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줘요. 색의 무게중심을 맞추는 역할을 하라고 넣었어요.


노란색과 살구색은 안정과 치유를 뜻해요. 요즘 온통 에세이가 괜찮아 잘했어 니가옳아 퇴사해. 느낌인데... 사람들이 책에게서 원하는 건 그런 우쭈쭈인 것 같아요.  빨간색이 강렬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서 대응색을 2개로 두었어요. 



6. 컬러를 입혀보았어요. 이뻐졌죠? 살구색은 쓰지 않았어요. 채도가 다들 높은 컬러인지라 살구가 들어가면 뭔가 힘이 죽을 것 같았거든요. 사랑스러운 살구가 아싸처럼 묻히면 가슴아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기에선 잠시 빠져있으라고 했어요.


7. 대신 패턴에선 살려주었어요. 책읽찌라의 초성을 땄어요. 난잡한 패턴보단 한글조합이 더 이쁠 것 같았어요. 책이 지닌 이미지가 또 굉장히 한글스럽잖아요. 사실 예전에 꼬꼬마 때는 한글로 디자인하기 어렵다는 생각을했어요. 그래서 영어로 쓰면 개 멋져보이고 막 그랬죠. 하지만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글은 여전히 디자인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흥미진진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세종대왕님 만세예요.


8. 로고 색상 바리에이션도 해보았어요. 배경색에 컬러를 깔아주면 더욱 이쁘더라구요. 각 색상별로 어떻게 바리에이션 해야하는 지 규정해야 해요. 물론 규정한 대로 잘 써야 의미가 있겠죠. 


9. 이렇게 목업작업을 해보았어요. 존예라고 생각되요. 특히 저 빨간색과 노란색이 아주 부들부들한 느낌이 있더라구요. 엄청 컬러풀하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는데 막상 만들고보니 색들이 서로 균형을 잘 잡아주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제가 만들고 막 제가 만족스러워하는 타입이예요. 


이런식의 파일케이스나 굿즈가 있으면 매력터질 것 같아요. 물론 만드는 데엔 돈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못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목업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일단 뿌듯하면 그걸로 된 거예요. 돈 생기면 만들죠 뭐.




10. 그리고 이렇게 브랜드 가이드로 잘 정리해주면 일단 비쥬얼파트는 일단락이 된답니다!!~~


박수. 짞짜까짜ㅏㅉ까ㅉ까짜짜까ㅉ까까짜까짜까ㅉ까짜까

좋아요. 이제 파일을 건네고 이제 클라이언트님께서 열심히 사용해주시면 돼요. 대부분 넘나 바빠서 저 가이드대로 잘 지키진 못해요. 하지만 유용할 날이 반드시 올거예요. 브랜드를 다시 다듬을 때는 항상 이 후 비즈니스를 어떻게 진행할 지를 생각해야 해요. 한 번 바꾼 브랜드는 또 쉽사리 바꿀 수 없거든요.


그래서 명량 울돌목처럼 소용돌이치는 대표님의 마음에 12척의 가이드를 드리는 거예요. 혼돈이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그걸 역이용하는 거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어지러운 생각을 잘 필터링해주거든요. 비쥬얼브랜드의 힘은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꼭 소비자 보기에 좋으셨더라~를 추구하는 건 아니예요.


소비자가 보기에 좋은 걸 일일이 맞추다보면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되어버려요. 사람들의 취향은 오조오억개니까요. 1차적인 목표는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 먼저인 것 같아요. 딱 부러진 비쥬얼브랜드는 취향과 상관없이 묘한 매력을 주는 법이거든용.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뭔갈 엄청나게 하느라 항상 피곤한 당신이예요. 하지만 뭔가 맘 한 켠엔 밥먹고 커피 안먹은 것처럼 휑함이 자리하고 있죠. 그래요. 그 휑함의 정체는 바로 위로와 갈증이예요. 나를 향한 우쭈쭈와 호기심에 대한 갈증!~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건 'check! 췕. 책!' 책이예요. 


하지만 책이 조낸 많아서 뭘 읽어야 할 지 무서워요. 서점에 가면 맨날 핫트랙스에서 이쁜 것만 구경하다가 다리 아파져서 그냥 나오거든요. 일일이 리뷰를 보는 것도 일이예요. 그래서 바쁜 당신을 대신해 하루에도 수십권씩 쏟아지는 책을 미리 읽어보고 추천해주는 분이 있어요. 


서점 들리기 전에 책읽찌라의 소개책들을 한 번 리스팅해보시면 더욱 빠르고 재밌는 책들을 만나보실 수 있을거예요.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TW1MLqkUn_I




부끄러워서 한 번도 안해봤던 내 소개....


http://aftermoment.kr/

전 사실 이런저런 글을 쓰고있지만..워..원래 정체는 브랜드기획과 비쥬얼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사람이예요. 도대체 내 사업체는 뭐하는 곳인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소비자도 모른다면... 우리가 만날 때가 된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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