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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an 14. 2019

망한 아이슬란드 여행기

인생 최고의 버킷리스트도 망해버릴 수 있다능

개쿨한 여행기입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꿈과 희망을 지니고 계시다면 뒤로 돌아가주세요.. 아이슬란드는 분명 아름답고 멋진 여행지입니다만...이번엔 제 잘못으로 망해버렸거든요. 개망 폭망 핵망수준이니 임산부나 심약자는 주의하세요. 주요 골자는 이렇습니다. 9일 여행이었는데 3일있다가 그냥 뱅기표 다시 끊어서 돌아와버렸습니다. 컨디션이 극단적으로 엉망진창이었고, 정신상태도 쿠크다스였던 터라.


시작합니당 :)


찍고있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헬싱키 공항 아저씨... 북유럽은 일단 화장실이 엄청나게 깨끗하고 전반적으로 모든 시설이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졸라 비싸요. 


샐러드 퀄리티좀 봐. 하지만 비싸요. 먹진 않았습니다. 전 과감하게 해외여행을 갔지만 버거킹을 먹어벌임. 감자튀김이 제일 맛있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레이캬빅흐(약간 가래섞인 발음해줘야함) 공항입니다. 북유럽 아니랄까봐 북유럽 인테리어 가득합니다. 벤치도 북유럽 가구임. 거의 까사미아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가구들이 그냥 공항벤치임..


샹들리에 어쩔. 대박쓰. 의자 퀄리티좀 봐요. 나무많고 숲많은 토르의 왕국답습니다. 


공항에선 버스를 타고 40분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투어버스는 미리 예약해갔습니다. 시간대를 설정해서 예약할 수 있지만, 연착으로 늦게 도착했어요. 하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더군요. 그냥 아무거나 타래요. 역시 여유 넘치는 국민성. 한국사람은 없더라구요. (나중에 몇몇 커플을 발견하긴 함. 하지만 제가 갔을 땐 역대급으로 날씨가 그지같던 시기여서...)


숙소. 따뜻하고 북유럽가구들 가득. 6만원이었어요. 라지에이터에서 따뜻함 뿜뿜해요. 침대는 누우면 푸우우욱 들어갑니다. 물침댄줄. 조금 더 들어갔다간 지구중심부로 빠져들 듯.



다음 날 아침 괜시리 그냥 걸어보았습니다. 그건 실수였죠. 저 곳은 사실 겁나 이쁜 곳이에요. 날이 맑고 풀이 초록초록할 땐 말이죠. 하지만 이 날은 저의 목숨을 앗아갈만한 폭풍과 비가 몰아치던 날이었습니다. 허리케인의 가생이 풍속과 맞먹는 초속40미터의 바람이 몰아칩니다. 팔을 벌리면 그대로 휴지조각마냥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자유를 찾아서 저 먼 곳 어딘가 북극해 바다로 날아가 빠져죽었겠죠. 4km를 계속 뒷걸음질로 걸어야 했습니다. 바다에 날아가 죽는 것보단 차에 치여죽는게 덜 추울 것 같아서요.

왜 그랬을까...



저 풀들은 원래 꼿꼿한 아이입니다. 원래 기운게 아니에요. 바람이 지금 개 불고 있는거죠. 저도 거의 저렇게 누워있었습니다. 인간도 한낱 풀때기와 별반 다름이 없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겸허한 자세로 상체를 굽히고 오리걸음으로 숙소까지 걸어가야 했습니다.


숙소에 오니 놀랍게도 날이 개었습니다. 물론 제가 실내에 들어가면 비가 그쳤다가 거리로 나오면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생각보다 춥진 않아요. 해양성기후로 한겨울에도 0도 내외에서 왔다갔다 한답니다.


메리김치 투 유라니. .....대충격. 근데 정작 안에선 일본라멘 팔고있음.


파주 아울렛 유럽스트리트 같이 생겼습니다.


무슨 크리스마스라는 맥주인데 유일하게 이번 여행에서 망하지 않은 것중 하나입니다. 물론 가격은 저 400ml 잔에 12,000원입니다. 오예.


대자연은 항상 옳습니다. 화산폭발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서 곳곳이 모두 화강암과 검은 재 투성이에요. 섬이 거의 까맣습니다. 아주 흥미진진해요.



제주도 같아. 넓고 평평해


작은 폭포. 폭포 왼쪽에 저 계단같이 생긴 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연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연어놀이터에요.


푸슈... 유황냄새가 가득합니다. 뿜. 하고 터지는 게 아주 굉장합니당. 뿜뿜.. 추워 죽을 것 같았지만 저걸 찍으려고 30분 내내 핸폰들고 서있었다능..


쩌기까지 걸어가서 가까이 보면 대단해요. 굴포스라는 곳이에요. 꽃보다청춘에 나왔던 그 곳이랍니다. 저기 사람들이 오글오글 모여있죠? 저길 가면 전파가 안터져요. 그리고 물에 홀딱 젖는 답니다. 분명 난 고어텍스를 신고갔는데 왜 신발이 젖었지...신기하고 백화점가서 따져야겠음.


콸콸. 저 물을 마시면 안됩니다. 장 속의 묵은 것들을 청소하고 싶다면 한사발 드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두 대륙판이 만나는 곳이에요. 저 단층면이 우르릉하면 지진과 화산이 발생하죠. 제가 있을 때도 지진이 있었대요. 전 못느끼고 개꿀잠을 자버렸지만, 아주 자주 우릉우릉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돌아와벌임. 이번 여행에서 제 몸은 엉망진창이었답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비바람과 추위, 얼음이라면 환장하고 돌아다니곤 했었는데...사람이 다아아아..이게 노화의 과정인지 아님 멘탈이 좋지 않아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투어 다닐때도 열 펄펄나서 워킹데드였고, 감자튀김도 잘 못먹겠고.. 그리고 일단 비싸고. 뭔가 시설도 좋고 모든 게 아름다웠지만... 참으로 이국적인 익선동 거니는 느낌이외엔 아무것도 못 느끼겠더라구요. 사람의 마음가짐이란 게 이렇더라구요. 뭔가 힘들고 우울해지기 시작하니...그냥 빨리 돌아가고만 싶고.. 심지어 노트북가져가서 밤마다 일까지 했으니... 이게 뭔 여행인지 아님 출장을 온건지..


여행다니면서 이렇게 감흥도 없고 쳐지는 여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여행은 항상 장소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라는 말을 다시 되뇌이게 되었답니다.  결국 남은 6일치 투어와 비행기표를 모두 버리고(취소안됨), 새로운 뱅기표를 냉큼 끊어서 다음날 아침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어요. 아이슬란드는 누구에게나 버킷리스트같은 곳일거에요. 저에게도 마찬가지였을거구요. 하지만 한국에 일은 가득가득 남아있고.. 게다가 여자친구 남겨두고 혼자 떠나온 여행이었던데다가, 몸은 엉망진창이었고, 날씨도 강풍과 흐림, 비바람이 가득했죠. 확실히 흐리기만 한 곳을 거닌다는 것은 뭔가 우중충하고 삭신이 쑤시는 일이에요. 마음과 몸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면 여행이 마냥 답은 아닐 수도 있겠다..싶더라구요. 이게 꽤나 체력과 정신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액티비티인지라.... 후우...  


여행을 다닐 때는 아래와 같은 것들을 유념해보세요.

1. 여행은 일을 다 끝내고 잔금이나 퇴직금이 통장에 찍힌 것을 확인하고 갑시다.

2. 애인이 있다면 혼자 두고 오지 말고 같이 오세요.

3. 체력이 떨어지면 모든 곳이 화염지옥이 됩니다. 몸 챙기세요.

4. 비수기든 성수기든 상관은 없지만, 비오고 흐린날은 집에 있으세요.

5. 대자연에 함부로 맞서다간 몸이 아작날 수 있습니다.

6. 돈은 되도록 많이 가져가세요. 많을 수록 좋아요. 더!!! 지금 챙긴 것보다 더!

7. 비가 많이 오는 곳에 갈때는, 고어텍스 자켓보다 바지와 신발이 더 중요해요.

8. 목배게를 챙기세요.

9. 로밍을 해도 대자연속에선 안터질때가 많습니다. 책을 챙기세요.

10. 버킷리스트는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아요. 과정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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