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다들 고생했다. TF도 임원님들도 나도 세상도 지구도
공식적인 이름은 Executive Leadership Manifesto입니다.
처음 이걸 만들기 위해 TF팀과 만났을 때는 모두 '어떻게 하지...' 상태였습니다. 방법을 모른다기 보단, 임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다행히 사장님과 실장님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습니다. (대박 감사) 처음엔 몇몇 부서별로 대표인원을 뽑아서 FGI형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기왕 하는 거 [모든 그룹사의 임원]을 빠짐없이 참여시키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사이즈는 커졌고 난이도는 더 높아졌죠.
#1
실장님의 의지는 '결과물보다 그걸 만드는 과정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추자' 였습니다. 실로 원피스의 D의 의지를 넘어서는 강력한 의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워크샵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기획했는데... 기획만 두 달이 걸렸고, 3번 [처음부터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리허설도 3번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워크샵 1주일 전이 되어서야 완전한 프로그램이 확정되었습니다.
#3
송도 포스코 인재개발원에 12번을 방문했습니다. 실제로는 2박3일씩 숙박을 했으니 거의 한 달 가까이 지냈던 것 같네요. 매 워크샵은 5시간이 넘었습니다. 저도 임원님들도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서야 끝났죠. 끝나고는 클라이밍장에 가서 뭉친 어깨를 풀 수 있어 좋았습니다.
#4
워크샵의 주제는 4가지였습니다. 임원의 역할 정의, 성과창출, 소통, 인재육성이었죠. 각 주제별로 중복 참여할 수 있게 했는데 4개 주제 모두 참여하신 아주 열정적인 분도 계셨고 적지 않은 임원분이 '스스로' 2개 이상 참여해서 못다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가셨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걸 좋아하실 줄이야...
#5
매 주제가 끝날 때마다 분석과 레포트를 팡팡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거의 200여개의 문장이 등장했는데요. 이걸 정리해서 13개 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엄.청.난 보고의 관문을 지나야했죠. 실장님, 부사장님, 사장단 보고까지 거치는 동안 쫄림을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큰 수정없이 [오 좋다]며 스무스하게 넘어갔습니다. 이번 생 로또는 글렀습니다. 운을 다 써버림
#6
그리고 이제...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과 문구를 작성해서 [Executive Leadership Manifesto] 를 완성했죠. 마지막에 매니페스토라는 단어를 쓸까말까 고민했는데, 사실 컬처덱의 본질을 [구체적인 기준의 선언]으로 이해하고 있는 저로썬 굉장히 맘에 드는 단어였습니다. 원래는 반드시 해라! 라는 의미로 Must book 으로 할까 싶었죠. TF는 Must book을 더 좋아했지만, 선언과 약속의 의미를 지닌 이름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뒤집었습니다.
#7
[Executive Leadership Manifesto]는 Intro, Action, Story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ntro에서는 다른 모든 원칙보다 먼저 외쳐야 할 단어를 담았습니다. 바로 '안전'이었죠. 이걸 만드는 동안 포스코는 꽤나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고도 많았죠. 워크샵을 진행하는 동안 사고가 터진 경우도 있어서 긴장도가 무척이나 높았습니다. 그 어떤 원칙도 사람의 안전에 우선할 수 없기에, 모든 것의 대전제로 안전을 제일 먼저 언급했습니다. 안전이 확보된 후에야 비로소 '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무척이나 강조했죠.
Action에는 10회기의 워크숍을 거쳐 도출한 13개의 핵심 키워드가 담겼어요. 각 키워드별로 임원이 실천하고 숙지해야 할 내용들을 기재했습니다. 안전까지 포함해서 총 14개의 키워드였죠.
키워드 순서는 방향을 잡는 것부터 구체적인 업무방식, 인재를 육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차근차근 이어질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각 액션 문장에는 구체적인 설명과 실제 실무에서 실천할 방법, 스스로에게 던지는 셀프체크 질문들을 넣었죠.
Story에는 이것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에세이처럼 담았습니다. [Executive Leadership Manifesto]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거든요. 냉철하게 지금을 평가하고, 치열하게 의견을 쏟아내며, 남기고 정돈하는 과정들을 기록했죠. 그 과정에서 나온 소중한 의견들을 전시하듯 배치해놓았습니다. 추후 차기 임원이나 구성원들도 이 문장들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알 수 있길 바랬습니다. 실제로 전사 공유용 아티클도 매번 작성해서 전사노출했답니다.
#8
대기업 프로젝트는 양가감정을 부릅니다. 체계와 질서 안에서 움직이다보면 현타가 오기도 하고 솔직히 답정넌인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게 안좋다기 보단,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죠.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TF의 '새로움에 대한 의지'가 꽤나 선명했어요.
밖에서 보기엔 작은 차이같지만, 내부의 관성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임원들에게 나갔던 메시지와는 확연히 다른 톤앤매너였거든요. 실장님을 비롯해 TF였던 과장님, 리더님, 차장님, 부장님의 과감한 제안과 도전 덕에 저도 거침없이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신껏 작성한 꽤나 날카로운 문장이 크게 무뎌지지 않게 담길 수 있었답니다.
#9
분명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지만, 그 너머에 창립 당시의 의지와 철학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치이는 일상과 쏟아지는 일에 흐려지지만, 그럼에도 사라지진 않습니다. 계속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지키고 선언하려는 일을 멈추지 않거든요.
#10
저는 이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멈추지 않는 것. 조직문화는 회사가 사라지기 전까지 끊임없이 존재합니다. 어떤 시점에서야 잘되고 있을 때도,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게 조직문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진 못할 것입니다. 조직문화의 유일한 평가기준이 있다면 그건 '멈추었는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매니페스토를 자기 손으로 만들었지만 냅다 바뀌진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이 결과물에 또 기대와 애정을 담았습니다.
#덧
그리고 저는 가급적 제 클라이언트가 상장사면 주식을 항상 구매하는데요. 이번에 포스코퓨처엠에서 재미를 좀 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