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까만색과 너무 밝지않은 하얀색의 딜레마를 해결해보자.
컬러. 그 오묘한 세계.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가장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미라클월드가 바로 컬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디자이너들은 답답할 겁니다. 여기에 이 색은 아닌데, 자꾸 그런 색을 써달라고 하니 답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묘한 사실을 알려드리죠.
사실 사람마다 색의 강도와 색상을 구별하는 능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색을 보는 것도 일정부분 훈련에 의해서 길러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분 색상을 구별하는 원추세포의 발달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원추세포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자면 이러합니다. 원추세포는 꼬깔콘 모양의 시세포로 망막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약 600만개 정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0.1룩스 이상의 빛을 감지합니다. 물론 이 감지범위도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원추세포는 L,M,S원추세포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 노란~초록 / 녹색~파랑 / 파랑~보라를 감지합니다. 또한 파장에 따라서도 680mm 이상이 넘어가는 적외선, 380mm 미만의 자외선은 감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개인차가 굉장히 커서 특이한 경우 자외선을 감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전에 한 번 논란이 있었던 드레스색깔도 75:25%비율로 서로 다른 색이라고 난리가 났었죠. 이건 너가 병신이고 내가 정상이야..라기보단 서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색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같은 색이라고 해도 일반인과 디자이너가 보는 색은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모니터와 미디어기기의 차이도 물론 엄청나죠.
하지만, 이러한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닌 전혀 엉뚱한 문제로 고전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건 바로........
'뭔 말인지 모르겠는 색깔표현' 때문이죠. 너무 찐하지 않은 검정색이랄지...강렬하지 않은 빨간색이랄지... 이런 우스개소리처럼 돌아다니는 난제들을 봉착할 때면 도대체 무슨 색을 어떻게 쓰라는 건지 답답할 때가 있을 겁니다. 클라이언트도 답답합니다. 난, 최대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말도 안되다고 하니 가슴을 치고 인절미가 명치에 메이겠죠.
그러니 오늘 이 시간엔 이상한 표현말고, 더 신개념의 표현을 활용해서 서로의 컬러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반은 웃자고 하는 겁니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세요. 다만, 실제로 이게 그 말인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ㅋㅋ....
좋아요, 희끄무레한 분홍색입니다. 흔히 파스텔...이라고 하면 희끄무레를 얘기합니다. 흐리흐리하고 허여멀건 것이 특징이죠. 화이트톤이 많이 섞여들어가 있습니다.
발그레한 색..이라고 하면 이런겁니다. 볼터치 느낌이죠. 저기, 디자이너님 볼터치할 때 분홍색있잖아요.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분홍소세지의 분홍이기도 합니다. 옛날도시락 소세지 분홍색으로 해주세요. 라고 하면 거의 정확합니다.
보통 여기까지도 분홍색이라고 합니다. 분홍분홍인데 조금 진하죠. 이걸 빨간색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크리미한 분홍색입니다. 플랫컬러에도 자주 쓰이지만 플랫컬러로 쓰기엔 좀 색이 약한 감이 있어서 그냥 진한 분홍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왜 예쁜 빨간색있잖아요. 하면 이 색입니다. 강하지 않은 빨간색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죠. 코드까지 적으려고 했으나 너무 귀찮은 관계로 그냥 스포이드를 찍으시길 바랍니다. 예쁜 빨강은 그러니까..클라이언트님이 어디서 많이 봤는데 '플랫컬러' 라는 말을 잘 모르니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그 용어까지 알 필욘없죠. 그냥 예쁜 빨강하면 이 색이다..하고 찰떡같이 알아먹으면 됩니다.
빨간색입니다. 거의 원색에 가깝습니다. 실제 RGB코드상에선 아직 조금 다른 색이 섞이긴 했지만, 어차피 다 그냥 빨강일뿐입니다. 너무 강해요...란 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 색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붉은색계열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원추세포의 노화와도 관계가 있죠. 누굴 탓할 일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세종대왕님의 놀라우신 역사와 반만년 한민족의 얼과 정신이 살아숨쉬는 찰진 표현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샛빨강입니다. 원색 레드를 넘어섰습니다. 원색코드를 넘는 순간부터 '새...' 라는 표현을 씁니다. '새빨강, 새파란, 샛노란...'
찐한빨강, 막 장미색 이런거 써달라고 하면 바로 이 색입니다. 블랙이 조금씩 섞여들어가는 겁니다.
다양한 표현으로 쓰이지만 어휘력이 풍부하신 분은 불그죽죽이란 말을 쓰고, 잔혹한 분은 피색, 경쾌한 분은 억양을 담아서 "빠아아알간!!! 색" 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색입니다.
살색은 인종차별적인 단어이니 상아색을 쓰잔 얘기가 많았습니다. 사실 상아색은 좀 더 밝긴하지만, 주황색계열에서 화이트가 많이 섞인 파스텔톤의 주황색이 이것입니다. 주로 배경이나 스퀘어로 많이 깔리죠.
흔히 파스텔파스텔하는 것들은 주로 이런 크리미한 색들입니다. 그러니 파스텔이라고 해서 진짜 파스텔속 색상을 찾으면 안됩니다. 흔히 일반인들이 파스텔..이라고 하는 것들은 '크리미'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연하다.....' 표현과 파스텔은 좀 다릅니다. 연한 것은 플랫과 파스텔의 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딱 이정도가 연하다..라는 느낌과 흡사합니다. 화이트가 섞이긴 했지만 아직 플랫컬러스럽진 않은...
흔히 '이쁜....' 이라는 표현이 붙으면 거의 다 플랫컬러입니다. 그 중 위 색상은 약간 채도가 높네요. 11번의 연함과 이 색의 중간사이에서 쓰면 주로 '이쁘다'라고 얘기하는 그 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귤입니다. 복잡하게 얘기하지말고 그냥 귤이라고 합시다. 탱글하고 맛있는 귤.
여기서부턴 갈색이 됩니다. 기억해두세요. 귤 다음은 갈색입니다. ㅎㅎ..갈색인데 연한 갈색이면 이런 색을 말합니다. 조금씩 블랙컬러가 섞여들어갑니다.
설마 클라이언트가 똥색이라고 하겠어? 라고 하지만..실제로 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우리는 달팽이가 아니니 담즙색깔대로 일정하고 빛깔고운 황금이들을 낳지만...똥의 색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그냥 브라운이라고 합니다. 또는 카스테라 맛있는 부분 색이라고 해줘도 무관합니다.
애매하다 싶으면 클라이언트에게 물어보세요. '진정한 브라운을 원하세요?' 라고. 끄덕이면 이 색입니다. 브라운은 애시당초가 섞인 색이라서 원색이라고 할 게 없습니다. 그냥 봐도 뭔가 밀가루음식이 좀 탄 느낌이나..크레파스로 나무칠할 때 쓰던 색을 생각하면 진정한 브라운입니다.
진한 아닙니다. '찐한'
유독 노랑에 대한 파스텔톤은 좀 더 연한 편입니다. 그건 위에서도 설명했듯 인간이 노랑색을 받아들이는 원추세포가 잘 발달되어있기도 하고, 채도에 밝기가 높아서 조금만 색이 들어가도 튀어보이는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연한 노랑은 흔히 이 정도의 색을 얘기합니다. 레몬색이라고도 하는데, 레몬보단 좀 진합니다. 병아리가 적당하겠네요. 제가 엉덩이로 깔아죽인 잔혹하고 끔찍했던 어릴적 그 기억이 자꾸 생각나는 힘겨운 색입니다.
플랫한 컬러 노랑입니다. 앱이나 웹에서 겁내 자주 쓰는 컬러입니다. 그러니 화면으로 보여지는 미디어 제작물을 만드실 때는 왠만하면 이 노랑을 써주면 좋습니다. 크리미하고 이쁜노랑
그냥 노랑.
샛. 이 들어갔습니다. 샛은 뭐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원색 이상의 채도입니다.
또 한 번 한글의 위대함에 오줌을 지렸습니다. 흔히 전날 술먹고 다음 날 아침 소변보면 나오는 색인데..누리끼리. 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조금 고급스럽게 하면 금색입니다.
제가 뭐 딱히 그런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유독 이 표현을 은근 쓰니까...;;;;(변명).... 아까 위에도 똥이었는데 이것도 ...그겁니다. 대부분 이런 색을 딱히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 그렇게 이름붙이는 게 아닐까합니다. 그래서 좀 헷갈리면 건강한 거요? 아님 묽은거요? 이렇게 물어보시던가..아니면 안이쁜노랑이요? 라고 하면 물어보도록 합시다.
그 약간 이상한 색..있잖아요. 누르스름한데..면 이 색입니다. 잘 쓸일은 없을거예요.
노랑에 검정이 섞여들어가는 색들을 지칭하는 말들이 그닥 많지 않습니다. 사실 많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진 않죠. 왜냐면 그닥 예쁘지 않으니까요. 카키색 정도가 되겠네요. 그 왜...주머니가 옆에 달리고 체인주렁주렁 달고 다니는..예전 그런 카키바지같은...건데 좀 더 진하달까요.
보통 이것을 지칭할 땐 '아..좀 진한데 브라운보단 연한..;;;;' 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머리를 긁적이십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긁적이게 되네요.
초록도 마찬가지로 색구별이 굉장히 민감한 색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보통의 파스텔보다 훨씬 연한 색으로 '파스텔'이란 표현을 많이들 씁니다.
연두색이란 건 이런걸 말합니다. 파스텔보단 좀 진합니다. 항상 뭔가 일반적인 이름이 있는 색들 사이의 색에 '이상한' 수식어가 붙기 마련입니다. 연두 / 초록 사이에 있는 색들에 먼가 이상한 수식어들이 붙는 것이죠.
진한 연두입니다. 콩색이죠. 하지만 아직까진 초록이 아니니, 진한연두..라는 것은 약간의 형광느낌이 더 있는 편입니다.
이제부터 초록색입니다. 근데 좀 촌시럽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물론 시안에 들어갈 것이니 대놓고 촌스럽다고 하기보단 그냥 형광느낌이 좀 있는. 밝은 초록!...
네 이것이 초록색입니다. 하도..계속 색을 보다보니 뭐가 진하고 연한지 점점 헷갈립니다...ㅋ 약간 톤이 안정된 느낌입니다. 원색을 써주세요!!!! 라고 해도 형광으로 해달란 얘긴 아니므로, 조금 블랙톤으로 채도를 안정시키도록 합시다.
놀라운 걸 알려드릴까요. 풀은 초록색이 아닙니다. 31번은 잔디색이고 32번은 풀색입니다. 뭐가 다르냐구요? 다릅니다. 골프장에 보면 그린이 있고, 러프가 있잖습니까? 32번색은 좀 더 풀이 길어서 음영이 진 느낌이랄까요....(겁나 섬세함)
재밌는 사실. 노랗다. 파랗다. 빨갛다. 까맣다. 하얗다.. 다 말이 되는데 초랗다..???... 초르스름?...샛초록?.. 뭔가 초록에 수식어를 붙이기는 힘듭니다. 왜 이럴까요? 저도 모릅니다.(개쿨) 저건 어두운 초록입니다.
여성분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실 겁니다. 하도 여기저기 많이 거리에 보일테니까요. 이건 국방색이라고 합니다. 나라를 지키는 색이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물론 진정한 국방색은 좀 더 어둡긴합니다만, 스마트폰으로 많이들 보시니까 아마 한 톤 더 어둡게 나올 것을 생각해서 조금 밝게 맞췄습니다. 디자이너가 '아 국방색으로 해드려요?' 라고 하면 클라이언트님께서 흠칫 놀라시며 과거의 군생활을 떠올립니다. 그리곤 한 떨기 눈물을 떨굽니다. 이내 조용히 왼쪽 윗주머니의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스크롤압박이 너무 심해서..나머 30가지 색은 2부에서 계속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부에 계속. 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