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익히 예상되는 스타일의 액션 극화였으나 마지막 반전이 뒤집다
(포스터 출처: FLICKERING MYTH)
이 영화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몇 번이나 스쳐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왠지 관심이 가는 시놉시스이면서도 혹 보게 되면 너무 뻔한 스토리에 실망할 거란 예감이 있었다.
그런데, "찔러보기"에서 내가 스스로 설정했던 영화 보기 훈련법을 뒤늦게 다시 살려보면서 과감히 2018년에 개봉한 이 호주 영화를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들어오는 영화에 관세를 매기겠단 소릴 한 다음날 봤다. 그러고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할리우드가 급속 해체되고 타 글로벌 지역 영화 산업이 뜨겠단 것이다.
이 작품이 참고했을만한 익숙한 작품을 나열하자면 "토털리콜"과 "매트릭스", "13층", "다크 시티",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심지어 "존 윅"마저 떠오를 정도다.
그 모두가 모두 미국 할리우드산 영화다. 그런데 이런 미국 영화의 장점을 군데군데에서 캡처하고, 심지어 배우인 "로건 마샬 그린"이 보는 내내 "톰 하디"의 슬림버전으로 보여, 꼭 미국 영화 같았다.
그래서인지 가성비 면에서 월등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평가할만할 정도였다. 호주의 국력도 떨어지지만은 않는데, "니콜 키드먼"이나 "휴 잭맨" 등등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대성공을 거둔 배우의 목록도 빽빽하고, "조지 밀러"를 포함한 감독도 많이 있다.
이들이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수만으로 봉쇄하기로 결정한 할리우드를 나와서 아시아나 유럽, 중동, 중국 등의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 굳이 할리우드 작품을 꼭 봐야겠다는 입장이 필요 없다.
마치 글로벌 영화계의 메카가 되었고, 그곳에 진출함으로써 상징적으로 최상의 글로벌 영화계의 지위와 인지도, 돈 벌 기회 등등을 획득한다는 입장이 성립하므로 우르르 몰려갔지만, 성을 쌓고 막는다면 굳이 진출할 이유도 없고, 할리우드가 요청하는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할 이유도 이제는 없다.
촘촘하게 엮어지고 각각의 기능과 규모의 경제성 등이 연합된 글로벌 영화계의 스펙트럼을 이해 못 하고, 80-90세 노인의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해서 미국이 위대했던 1918년으로 가자는 게 또한 마찬가지의 노년에 이른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신념이라면 이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가 중요하다.
여기까지가 최근 적고 있는 "얼려 보기"라는 연재 브런치 북에 적을만한 분량으로 쓴 글이다. 이 정도가 딱 적당히 읽을 분량이라고 생각한 분은 아래의 대량 스포일러가 실린 글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오래된 스포츠카를 만져서 이를 수리하여 돈 많은 이에게서 대가를 받는 일을 하는 자동차 정비공인 "그레이 트레이스"는 마치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을 떠올리게 만드는 금빛의 각진 모양의 자율 주행차를 타고 첨단의 IT회사 "코볼트"에서 일하는 아내 "아샤 트레이스"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15세 이하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애를 쓴 제작사의 노력 때문인지 극 중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세상의 빠른 변화와 AI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극 중 세계에서 자신과 같은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말하는 대사를 '2018년 영화의 주인공이 말하자 느낌이 달랐다.
'2025년의 AI문명의 급속한 발달을 그때에도 마치 왔다간 것처럼 느끼고 있는 감독과 연출가, 각본가의 앞 선 감각이 대사와 화면을 통해서 잘 전달되고 있어서였다. 그런 기시감은 어디서나 나온다.
그렇게 멋지게 수리를 마친 자동차를 몰고 "코볼트"보다 훨씬 큰 IT기업의 CEO인 "애론 킨"에게 납품하러 가는데, "그레이"는 자신이 돌아올 때 아내의 차를 타고 같이 돌아오고 싶다고 하며 동행을 요청한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 버튼을 그가 누른 셈이 되는 것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예상이 되었다.
도착한 곳에는 해안가에 커다란 돌이 서로 기대고 서 있고, 그 돌 사이 아래로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따라가니 마치 "스누피"의 개집처럼 지상의 외관과는 완전히 다르게 쾌적하고도 큰 "애론"의 대형 실험 시설이자 저택이 숨어 있었다. 이런 내용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
그 아래에 내려가서 "애론"이 "아샤"를 바라보는 눈빛은 살짝 불길한 예감을 전달하고,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애론"은 용건만 간단히 간추린 제작 방향에 맞춰 "스템"이라는 자신이 개발한 인체 내에 내장되어 신체의 신경망에 연결되고,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칩을 열렬히 설명한다.
그 정도만 봐도 뭔 일이 벌어지고 결말이 어찌 될지가 뚜렷이 감이 잡히고 이른바 그림도 그려지는 현상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작품은 이 부부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동해서 서로 사랑을 나누려고 하는 말초적인 자극으로 시청자인 나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한다.
갑자기 집으로 가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알아챈 부부는 명령어를 남발하는 동시에 조작 장치를 이것저것 건드려보려 하지만 둘의 통제권을 벗어난 고장 난 상태의 차는 과속으로 달려가 슬럼가의 폐허인 장소에 전복하며 멈추게 된다.
그 장소를 향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뒤따라온 차에서 내린 괴한들은 일제히 차에서 부부를 밖으로 빼낸 뒤에 아내에게 먼저 총을 쏘고, 뒤이어 남편의 뒤에 올라탄 괴한은 뒷목 부근에 뭔가(?)를 쏜다.
먼저 죽어가는 아내를 보면서 흐려지는 남편의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이 사지 불수로 생명만 간신히 유지하여 휠체어에서 약을 투약하며 살아가야 하는 무력한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이 일사천리의 스토리가 카피로도 쓰여 있고, 시놉시스, 줄거리 요약에도 쓰여 있으니 그다음 내용인 자신의 신체에 인공지능 칩을 결합하고 업그레이드하여 아내를 죽인 이에게 복수한다는 내용까지는 이미 모든 시청자가 익히 잘 알고 가게 되는 내용이다.
이게 너무 뻔하면 본 시간이 아쉽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다 알려진 상태에서도 예상 못한 장면이나 스토리의 변주, 새로운 그래픽, 배우의 독창적인 연기 등이 결합되면 신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택한 길은 어쩌면 이후의 "카터"같은 국산 드라마 시리즈가 택한 것과도 같은 "잔인함"을 흩뿌리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그 "인공지능 칩"이 폭주하는 과정을 제대로 그려낸다.
예상되었던 대로 사지가 마비된 그에게 베셀의 "애론"이 찾아와 사지 멀쩡해지게 해 줄 테니 "스템"을 몸에 심는 수술을 하자고 하고, 이에 혹해서 넘어간 "그레이"는 칩을 몸에 붙이고 다시 멀쩡하게 사지가 움직이는 상태로 돌아온 자신에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영화가 심혈을 기울여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서 제대로 설치한 장치는 수술 과정에서 목뒤의 피부를 메스로 절개하고, 내부의 척추에 칩을 투입하고 이것이 신경과 결합되는 장면을 어색하지 않은 그래픽으로 제대로 구현해 낸 것이었다. 과도하지 않고 촌스럽지 않으며 미래 현실 같았다.
또한 "애론"이 이 칩을 몸에 심어 몸이 멀쩡해진 것을 지금 외부에 알리게 된다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인증 등을 받아 신체에 투입될 때까지 많이 기다려야 되므로 꼭 비밀로 할 것이며, 이 비밀 계약에 서명하도록 하는 장면 등은 현실성을 더 부여해준 장면이었다.
그다음에 내가 전에 썼던 소설 "연애 실패 17범 고백"에서 나온 수많은 내부 목소리(이를테면, 아이언맨의 쟈비스)로써 내부의 인공지능 칩 "스템"이 그에게 말을 거는 장면은 유치하지 않았다.
우선, 처음에는 자기가 들은 목소리를 환청으로 이해하며 당혹스러워한 주인공이 다시금 말을 멈추게 하자 아무 말이 없다가 다시 말을 시키자 들리게 된다.
그다음에 이 소리가 자신에게만 들리는 것인지 묻자 고막에 진동을 전달해서 그에게만 들리는 것이라고 확인해 주고, 그가 명령을 할 때에만 작동하면서 신체 움직임에 영향을 끼침을 설명해 준다.
이 같은 디테일이 꽤 스토리를 미래 현실임직한 느낌을 받으면서 계속 따라 가게끔 해줬다. 그러나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에 적합한 시간 내에 극을 종결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지긴 했다.
여기까지만 극을 봐도 이제 끝에 어떤 스토리가 나오게 될지는 앞으로의 디테일이 아무리 풍성해도 감이 잡힐만한 작품이 이것이었지만 시선을 끄는 것은 드론 감시 등이 발달한 미래 사회에서도 경찰력이 아무리 노력해도 감춰진 신원을 방화벽을 뚫고 확인할 수 없다는 설정이 이끌어낸 폭력이다.
아내와 자신이 괴한들에게 당하는 장면에서 그 설정을 넘어 "스템"이 파악해 낸 손목의 표식에는 괴한 중 하나의 신원이 파악이 되는 정보가 들어 있었고, 팔에 내장된 무기로 발포하여 아내를 죽였음을 확인한 그는 그것이 경찰에 제출해도 증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앞 서 체결된 베셀과의 비밀 계약서가 만든 제한 사항을 설명하는 스템의 설명을 납득한다.
그래서 직접 그가 증거를 확보해야만 한다고 하여 찾아간 첫 번째 괴한의 집에서 형편없는 완력의 "그레이"는 "스템"에게 대신 싸워달라고 부탁하고 마치 "매트릭스"안의 네오나 외부 인공지능이 동기화되거나 귀신이 빙의하여 갑자기 잘 싸우게 되는 "클리셰"처럼 그는 로봇처럼 잘 싸우다 그 괴한을 잔인하게 죽이게 된다.
신체 노출은 최소화했지만 잔인한 장면은 그대로 남겨둔 바, 이후에도 한 명씩의 괴한을 죽일 때마다 매우 잔인한 방식으로 피부와 뼈 등의 신체가 절단되거나 사방으로 튀는 내용이 실감 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전의 할리우드 개봉 히트작을 흉내 내면서도 B급 작품으로써 얻은 이점이다.
그를 도와주고자 하는 동시에 그가 법망 바깥에서 죽이는 살인 용의자를 파악하게 된 여자 경찰 "코르테즈"가 뒤를 쫓으며, 사지가 마비된 것처럼 신분을 숨기지만 "스템"의 능력으로 살인을 하고 있는 "그레이"를 체포하고자 뒤를 뒤쫓는 내용은 극의 긴장도를 높임에도, 극의 출구일 듯한 유일한 역할의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력하게 제압당한다.
내장칩을 투여하는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비밀 유지 계약을 맺고, 두 명의 괴한을 연속적으로 죽이는 과정에서 "애론"은 계속 자신이 "스템"을 추적하고 있으며, 원격으로 기능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협박을 한다.
이 협박의 장면 전부터 오랜 영화와 여러 극화의 팬인 나는 이 스토리가 결국 "애론"의 음모에 의해서 억울하게 "그레이"가 당하면서, 이를 눈치챈 "그레이"가 "스템"으로 복수하리란 뻔한 스토릴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었다.
두 번째의 괴한을 죽인 술집에서 "스템"은 이제 "애론"이 자신을 원격으로 통제하여 기능을 무력화시킬 것이며, "그레이"의 사지가 마비되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다고 하며, 근처의 10분 떨어진 곳에 있는 해커에게 안내하여, 원격 조종을 차단할 수 있게끔 처리하도록 긴 코드를 기능이 무력화되기 직전에 "그레이"가 자신의 팔에 써서 해커에게 보여주게끔 하고, 현금만을 주고 의뢰를 하도록 한다.
이 현금을 들고 갔을 때, 여성 해커는 돈 같은 것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반응을 하는데, 이 장면에서 둔해진 머리의 소유자인 나는 스토리가 어떻게 반전을 하나 더 숨기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베셀의 보안팀의 2명이 술집을 찾아가 죽어가는 괴한의 눈에 자신의 몸에서 나온 기구를 연결시켜 기억을 확인한 뒤에 눈을 감겨주며, '잘 싸웠다 군인이여, 내가 복수를 해주마(영문은 You didn't deserve this여서 너는 이런 일을 당할 자격이 없었다라고 직역되는 내용)'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나 일반적인 "관객"과 "시청자"는 "애론"과 그의 회사가 흑막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반전에 대한 트릭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해커"를 "그레이"가 만났을 때 "스템"의 이야기대로 전달한 "현금"이 "해커"에게 무조건 "그레이"가 자신의 몸을 이끌고 가게끔 만들기 위해서 "트릭"을 부린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였다.
이런 장치가 이 작품의 수준이 일정 이상임을 느끼게끔 만든 내용이었다. 그 이후 이 작품에서 다소 화려하고도 긴장되는 연출이 이뤄진 것은 살아남은 괴한 2명도 술집에 도착해서 기침을 하는 척하면서 뿌린 나노 입자 수준의 소형 로봇이 술집 주인의 목숨을 뺐는 장면과 베셀의 보안팀 2명보다 먼저 도착하여 "그레이"와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능을 회복한 "스템"이 "그레이"로 만드는 액션이다.
괴한 중 하나와 옥상에서 혈투를 벌이다가 무기가 내장되어 있는 팔을 꺾은 다음에 그 팔 안의 무기를 작동해서 머리를 산산이 박살 내서 날려버리는 장면도 꽤 잔인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커의 방으로 올라오는 베셀이 실제로는 이 괴한들과 같은 편일 것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괴한 중의 끝판왕 격인 "피스크"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의 보안팀 2인을 식별한 뒤에 내장무기로 쏴서 죽이는 것도 의외다.
모든 것이 뻔한 스토리로 흐를 정황이 확실했는데도 이 같은 스토리의 변주부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계속 시선과 관심을 끌었고, 바야흐로 "스템"과의 확실한 팀플레이로 "피스크"까지 죽인 뒤에 "애론"과 "피스크"간의 통화 내용까지 확인한 "그레이"는 최종 빌런일 것 같은 "애런"과 마주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착실하게 하나씩 둘씩 군데군데 힌트와 복선을 남겨둔 채로 하나의 숨겨진 반전과 마주하게끔 만드는데, 수많은 극화를 봐왔던 이인 나조차, 머리가 녹슬고 스마트폰에 의해서 팝콘이 되어서인 건지,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했던 장면과 마주치게끔 만들고 극단적으로 건조한 엔딩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것을 견딜 수 있어야지만 이 작품을 보고서 남을 심리적 타격을 막는다.
무척 허탈한 결말에 2편이나 드라마 시리즈가 만들어질 필요나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게끔 온전하게 닫힌 구조로 끝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함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런 작품이 할리우드 아닌 곳에서 얼마든지 더 저렴한 제작비와 할리우드와 유사한 수준의 매력과 연기력을 가진 배우, 필적할만한 스태프를 통해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신한다.
그동안 아무리 경제가 불황이어도, 인구가 많은 중국 덕에도 시장이 커졌고, 글로벌화와 다양성 확대, 각종 차별의 폐지, 지속가능성 등의 시대정신에 한 발짝 앞서 호응하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던 할리우드의 역사가 한 명의 지도자를 잘못 뽑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추락하게 된 상황에 대한 시원섭섭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대중문화에 대한 미국의 지배를 벗어나 각각의 "업그레이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은 것에 만세를 부른다.
미국 외의 다른 세계의 영화 산업에 이것은 분명한 기회다. 할리우드의 손발을 미국이 묶었으므로. 자신을 희화화하고 비난해온 할리우드에 대한 공격에 가깝다. 이건 미국의 산업보호와 큰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