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 - 주언규
젠장, 또 주언규다.
그를 접한 지 어느덧 5년 차다.
-그가 20억에 유튜브 채널을 판 것도 봤고,
-나락 가는 것도 봤고,
-다시 일어서는 것도 보고 있다.
나는 원래 책을 잘 사지 않는 놈이다.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진~짜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만 산다.
하지만 주언규 책은 다르다. 그의 책은 일단 무조건 사고 본다. 2021년에 나온 <인생은 실전이다>, 2023년의 <슈퍼노멀>도 당연히 사서 봤다. 그리고 2025년, 그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냉큼 또 질렀다. yes24에서 할인쿠폰 3천 원 먹여서.
'아니 이게 뭐야?'
2시간 만에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책이 내 기대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쇼츠랑 릴스에서 이미 떠들었던 거, 그냥 글자로 바꿔 놓은 거잖아?'
나는 그가 만든 콘텐츠를 매일 소비한다. 5년간 그가 떠드는 걸 들었다. 그런데 그게 고대~로 책에 담겨 있는 거다. 말 그대로 '주언규 유튜브 콘티 모음'이었다.
나는 긴 호흡의 책을 좋아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책도 2~3시간 푹 빠지길 원한다. 내 책장에 꽂힌 <코스모스>는 나를 우주에서 헤엄치게 했고, <사피엔스>는 날 아프리카 초원의 조상님 옆에 데려다 놓았다.
그러니 이번 책,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도 나를 돈의 바다에 빠트려줄 줄 알았다. 2~3시간 헤엄치려고 산소통에 오리발까지 다 준비해서 읽었더니
'한 꼭지 당 2~3분 컷'
젠장, 망했다. 호흡이 너무 짧다.
그래, 나도 안다. 요즘 메타는 짧아야 한다는 걸. 전 세계를 호령한 <오징어 게임>도 시즌 2, 3를 안 나눠도 될 걸 굳이 나눴다. 늘어지면 망하니까. 트렌드를 귀신같이 읽는 주언규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일부러 노리고 짧게 치고 나갔을 거다.
근데 문제는 내 취향이다. '이번 책은 나랑 안 맞네' 생각하며 책장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녀석이 나를 다시 부르는 거다.
'ㅋㅋㅋ 한 번 읽고 끝낼 거야?^^'
하... 나 웬만하면 같은 책 두 번 안 읽는다. 영화도 한 번 봤던 건 다시 안 본다. 진짜 명작들만 여러 번 본다고!
근데 귀신이 씌였을까? 홀린 것처럼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이왕 다시 보는 거, 형광펜도 준비했다. 그리고 각 잡고 밑줄 치며 다시 읽었다. 그제야 다시 보였다. 이 책은 '농축 액기스 모음집'였다.
혹시, 싸이라는 가수를 아는가? 나는 싸이 노래를 좋아한다. 싸이의 노래 중에 '9intro'라는 게 있다. 그 가사 중에 내 마음을 가장 울렸던 건 바로
'롱런의 비결을 내게 물어보신다면 딱 하나, jonna 버텨 임마'
자, 하나씩 살펴보자.
1. 싸이가 롱런한다는 건 전 국민이 다 안다
2. 싸이가 나락 갔었다는 것도 전 국민이 안다(병역)
3. 싸이가 군대 다시 갔다는 것도 전 국민이 다 안다
그런 사람이 말했다. 롱런 하고 싶다면? jonna 버티라고 말이다.
마케팅 판에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메시지보다 메신저'라는 말이다. 그니까, 뻔한 말을 해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다. 예를 들어
-엄마, "얘야, 끝까지 버티렴"
-싸이, "jonna 버텨 임마"
둘 중 누구 말이 더 찐할까?
이 책, <혹시, 돈 얘기해도 될까요?>의 저자 주언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제 유튜버 중에서 가장 쎄게 천국과 지옥을 왔다간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또 돈 얘기하는 책을 썼다. 심지어 제목도 '돈 얘기'다. 처음에는 호흡이 짧아서 놓쳤던 게 많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하나하나 다 주옥같다. 밑줄 칠 게 너무 많아서 손가락 부러질 뻔했다.
"나락 갔던 사람 걸 왜 봐요?"
누군간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락 갔던 썰까지 풀어주는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어요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