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임무
부스럭
부스럭
이상하다.
새벽 3시.
저쪽 방에서 소리가 난다.
모두들 자고 있을 시간, 아무래도 나이 든 여자 집사가 또 깬 모양이다.
기지개 한번 키고 살피러 가봐야겠다.
집사의 귀엔 내 발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같다. 6kg인 내가 침대 위로 올라 등뒤에 있는대도 눈치채지 못했다. 분명히 잠에서 깬 것 같은데 집사는 일어나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하지만 난 절대 속지 않는다. 집사는 분명히 잠에서 깼다.
한참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픈가? 다시 자려는 건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핸드폰을 들더니 깜짝 놀란다. 불빛 앞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더니 흐리멍덩한 눈동자가 똥그래진다. 한심하기는 이미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었거든.
그건 그렇고 우리 집사는 왜 이렇게 잘 놀래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집사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길래 의자 아래 몸을 피고 누었다. 다 먹은 집사가 내 꼬리를 밟고 일어나더니 깜짝 놀랐다. 자기 의자에 무릎을 찍고 허둥지둥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루이야! 안 다쳤어? 깜짝 놀랐잖아. 왜 바로 아래서 그러고 있었어~"
참 이상한 집사다. 나는 늘 집사 아래 어딘가에 누워 있었는데 왜 항상 놀래는지 모르겠다. 놀란다고 해도 내가 더 놀래지 왜 자기가 호들갑이람. 일단 집사가 놀라면 나는 더 놀라서 짧은 다리를 열심히 굴려 몸을 숨긴다. 멀치감치 집사를 바라보다 놀란 내 꼬리를 한참 동안 그루밍 해줬다.
집사가 일어나 내 밥을 챙겨야 하는데도 여전히 누워있다. 누운 것도 모자라 나를 품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어림도 없지. 나는 그렇게 쉬운 고양이가 아니야. 재빨리 몸을 빼내 침대 아래로 내려간다. 집사가 단호한 말로 말한다.
안 돼! 지금은 밥 먹는 시간이 아니야. 기다려. 그리고 넌 어쩜 그렇게 품에 안기지도 않고 매번 도망가냐? 흥!
뭐라는 거야 저 집사. 아무래도 지금 잠꼬대를 하는 것 같다. 감히 고양이를 안으려 하다니.
집사! 내가 강아지인 줄 알아?
넌 지금 밥을 줘야 해. 안 그럼 난 계속 칭얼댈 거야. 야옹, 양아아오옹~ 에옹~꾸르륵꾸르륵
이래도 안 일어날 거야? 한참 울어줬더니 집사는 포기한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어이 집사! 나를 길들이기는 쉽지 않을 거야. 나는 쉬운 고양이가 아니니까. 내가 먼저 앞장설 테니 뒤로 따라오라고~
먼저 싱크대에 올라가서 집사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렇지 어서 싱크대 위 선반을 열어 내게 밥을 대령하도록 해. 그렇지 어서 담아줘.
그 와중에 손 씻는 집사
나를 기다리게 하는 집사
느려터진 집사
집사가 선반을 열자 나는 훌쩍 내려가 기다린다. 집사가 그 자리에 그릇을 내려놓는다~. 그렇지 그렇지. 음~바로 이 냄새야. 쩝쩝쩝쩝.
쓰담쓰담하지 마! 얼른 썩 꺼져. 밥 먹을 때는 건드리는 거 아니야.
이제 들어가서 자라고 쳐다보지 말라고. 새벽에 깨는 너의 임무는 내게 밥을 주는 거니까. 임무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