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Aug 19. 2018

여름하늘.

난 아직 가을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친구 생일선물로 그려준 하늘. 

난 아직 가을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여름 하늘만 주구장창 그렸었는데. 그리고 싶었는데, 어느새 가을 냄새가 난다.


이번 여름은 참, 괴로웠다. 다들 달려나가고 있는 이 와중에 혼자 멈춰있는 것을 택한 댓가는 컸다.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하기 싫고...그리고 이제 하나 둘씩 자신의 책임이 늘어나서 나를 돌볼 여유가 없는 친구들을 지켜보는 것도 기분이 참, 묘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남들에게 참 많이 바란다. 바라고, 기대하고, 의지한다. 이런 마음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하나는 그만두었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남의 생각을 예측하는 것. 그건, 그만두었다. 그만두었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머리가 돌아가고는 하는데 그래도 그만하려고 노력중이다(앞이랑 말이 다른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도록 한다.)

나는 이제 내가 어떻게 할 지만 생각한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부담스러워할지, 아니면 내가 깊은 이야기를 꺼낸만큼 본인도 그만큼 마음을 열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로 했다. 내가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을 뿐더라 예상한대로 상대방의 마음이 그러하지도 않는다는걸 잘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반응과 마음은 그 자신에게 맡기었다. 나는 내 방식대로 그를 배려하고, 만족하련다. 만약 그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얘기해주면 바뀌기 위해 많이 노력할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많이 바뀌지 못할 것이다. 이런 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다면 거리를 두고, 운이 좋아서 그와 내 방식이 맞으면 가까워지겠지. 

멀이지더라도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저 잠깐의 동행자였다가 다시 멀어지는 것뿐이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잠깐의 동행자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는건 나의 행동이나 마음뿐. 그리고 그마저도 마음대로 안 될때도 많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이 정도만 하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