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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jagogumi Jun 07. 2017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드디어.

스스로의 의지를 기록하기 위해 기록을 남겨본다. 약간 돌이켜보면, 매년 시도는 했었다.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 했었지만. 얼마전,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매번 다른 이유로 실패하는 것은 곧 성공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비슷한 실수는 피하려 노력할 테니까. 실패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 프리랜서 개발자가 잠적하거나, 펀딩을 모집했던 팀원들이 흐지브지 되거나, 내 자신의 의욕이 없어지거나, 스터디를 조직했지만 매주 제자리 걸음... 그런데, 사실 이런 것이 진짜 실패의 이유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마음이 너무 앞서갔었다. 아이디어가 생기고, 머릿속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구현이 되어서 핑핑 돌아가고 있다. 이걸 겨우 밑그림을 그려서 기획이나 스토리보드로는 생각을 따라잡을 수 있는데, 개발은 100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5 정도의 노력을 하는 사이, 속은 분노로 폭발할 듯 되었다가 이내 시들어 버린다. 다른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장악하거나, 일상에 다른 일이 생겨 프로젝트가 몇 달 씩 지연된다.


둘째, 사업적인 마인드로 접근하지를 못한다. 제조업에서는 시제품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몇천만원씩 들어간다.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는 1/10의 금액을 들여도 프로토타입은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전부 만들지는 못해도 안의 구조가 어떻게 생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보니, 외주로 의뢰를 못하게 된다. 아예 모르면, 그냥 투자라 생각하고 밑그림만 그려서 맡기면 될텐데, 그게 안된다. 인터넷 서비스는 완제품이 없다.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자를 내고 별도의 개발자를 직원으로 둘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결국 내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언제까지? 서비스가 괴도에 올라서 이것의 수익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될때까지. 이 생각을 하다 보면 더더욱 외주개발 의뢰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세번째, 아이디어 자체에 너무 마음을 빼앗겼다. 나름 아이디어가 많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서, 내 아이디어가 몇 개월 뒤에 유명한 회사의 신제품으로 나오는 것을 볼때마다 ,, 아,, 나는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가. 따위의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제품을 완벽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어놓기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왔었다. 수많은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들을 보면서, 이 이유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Y콤비네이터의 수장이 했던 얘기인것 같은데... 아이디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이제와서는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다. 같은 아이디어로도 수만가지 형태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인 것 같다. 얼마나, 지속해서 헤엄쳐 갈 수 있는지. 물론, 최종적인 그림은 머릿속에 들어있을 것이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만들어 낼 수 없는 법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년 동안 코딩은 정말 벗어나고 싶은 일이였다. 몇십번을 다가갔다가도, 숨이 막혀서 책을 던져버린게 어디 한두번이던가. 그런데, 마인드를 가볍게 바꾸니, 보는 시선도 여유로워진 것 같다. 이걸로 당장에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내서 회사를 그만두고 올인한다던가.. 이제 두려워서 나가라고 해도 제발로는 못나갈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몇년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하루에 30분 정도만 코딩해보는 것으로 말이다.


일단, 정보를 찾아보는데만 몇 주가 걸린것 같다. 내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모바일로 보기 편한 그 무엇인데, 앱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반응형 웹이면 족할 듯 하고,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면 내가 만든 페이지가 떴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cms툴로 접근하고, 디자인만 바꿔주자고 생각했다. 워드프레스로 샘플데이터를 몇 개 올려봤다. 그럴싸 했다. 하지만, 속도가 느렸고, 원하는 모양의 테마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누보드가 놀랍도록 가벼워서 다시 샘플데이터를 넣고 만들어봤다. 무언가.. 역시 이번에도 디자인이 걸렸다. 사실, 얼마없는 데이터를 가지고, CRUD외에 무엇을 할 것인가. 요즘 유행한다는 빅데이터난 AI, 이런 것들도 방대한 데이터가 쌓였을때나 가능한 것 아니던가. 아무튼, cms툴은 커뮤니티 형태의 사이트를 매우 쉽게 구축할수는 있으나, 막상 해놓고 보면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느낌의 디자인과 내가 원하는 사소한 기능들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결국 또 접게 된다. 직접 html5, css로 레이아웃을 만들어보자고 몇 주 동안 틈날때마다 검색을 했다.

https://html5up.net/ 같은 아름다운 UI를 제공하는 곳들도 몇군데 찾아냈다. 아, 이제 이것을 약간 편집만 하면 되겠군.. 이라고 매우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css실력으로는 그조차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뭘하고 있나.. 이 진도가 나가지 않는 삽질은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집에 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대강 맥락이 비슷해 보이는 녀석들로 모았다. 5권 정도.. 기초적인 프론트엔드부터 node.js로 서버 구성까지 해볼 생각이다. 아.. 정말 귀찮아서 공부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왠만하면, 코딩 없이 UI를 그려주는 툴로 쓱쓱 화면을 만들고, 쉽게 쉽게 Baas 서비스에서 디비를 구현하고, 반응형 웹으로 서비스를 오픈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진도가 안나가서, 그냥 처음부터 한땀한땀 공부해서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css알기 싫어서 검색에 검색을 해서 겨우 adobe muse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깔아봤는데, 강좌를 안보면 드래그 하나 하기도 힘들었다. 웹은.. 왜이리, 번거로운 걸까. 왜 간단히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기가 이다지도 힘이 든걸까.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간단한건데.


원래는 쓰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으나, 맥락없이 쓸데없는 투정만 늘어놓은 글이 되어 버렸다. 글도 자주 써줘야 늘텐데, 앞으로는 자주 쓸 생각이다. 코딩도 마찬가지.. 영타가 이렇게 느려지다니.. 맨날 copy & paste .. 집에서라도 한땀 한땀 코딩해주는 연습을 해줄 생각이다.

아래는 오늘의 진도를 기념하는 기념 스샷. 다음에는 언제 남길 수 있을까. 티스토리에도 몇 년에 한번씩 남겼던데.. 이러니 늘 제자리.. 이제는 거북이 걸음으로라도 조금씩 가보고자 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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