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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우 Nov 30. 2023

글쓰기 표창장 같은 '세종도서' 선정 소식

모르셨겠지만 <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라는 에세이가 출간된 지 약 1년 6개월 정도 흘렀습니다. 탈고한 후에 바로 석사 학위논문을 쓰느라 브런치에는 책 출간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책은 큰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출판사에는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영향력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활동했던 동물권 쪽에서도 홍보가 활발하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출판사 편집자님께서는 늘 좋은 책을 냈다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습니다. 


책을 선물하기 망설여졌던 육식주의자 친구들에게 예상치 못한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중 몇 명은 직접 제 책을 구매하기도 했답니다.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문구를 공유해 주는 친구도 있었고요. 


반면 슬프게도 동물권과 채식계(?)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글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훌륭한 책들이 이미 많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종종 제 책을 추천하는 블로그 글이나 온라인서점 리뷰를 훔쳐보면서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저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감과 속상함을 느끼면서 나름 성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설레는 카톡 한통을 받았습니다. 책 <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가 2023년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진흥원에서 양서출판 의욕을 진작시키고 독서문화를 향상하기 위해 추천하는 도서입니다. 단순히 추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진흥원에서는 정가의 90% 금액으로 종당 800만 원 이내로 선정된 도서를 구입합니다. 이후에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전국 각지 도서관에 선정도서를 배포합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는 그 세종도서 맞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진흥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재차 확인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정받기 위한 마음으로만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인정받으니 좋았습니다. 마음속 깊은 어딘가 언저리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심사 결과를 믿을 수 없어 얼굴 모르는 심사위원과 제 책을 번갈아가며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세종도서에 선정되었으니 아무래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책이 알려지겠죠. 읽힐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독자들에게 읽힐 기회가 생기는 것이지요. 책 판매가 부진한 탓에 출판사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 미안함을 조금은 씻어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상하게 떨어진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을 넘어 하늘 높이 올라가려 합니다. 몽실몽실 뜨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인데, 떨어지면 아프겠죠? 너무 취해있지 않아야겠습니다. 겸손과 중용을 실천하기란 이리도 어렵습니다. 무술을 연마하듯 다시 글쓰기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정신을 다잡아야겠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바로 그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걸요.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쓰고 고치고 지우고 다시 쓰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요. 주변을 둘러봐도 제가 글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좋아하니까 시간을 들일 수도 있고 가끔은 부끄러움도 감내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만 두지 않고 약간의 끈기와 성실함을 더하는 것을 잘하는 편인데, 이건 재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취미와 운동(movement) 차원에서 시작한 글쓰기가 출간부터 세종도서 선정까지 이어진 것은 분명 행운입니다.


돌이켜보면 놀랍습니다. 초중고 시절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보통 읽는다는 만화책이나 무협지조차도 좋아하지 않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독서에 정을 붙였으니까요. 그래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2020년 6월에 브런치 첫 글을 쓴 이후로 꾸준히 썼습니다. 세종도서 선정을 보상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동안 사유하고 성찰하면서 글을 써온 저에게 수여하는 공인된 표창장으로 생각하렵니다. 이후로도 꾸준히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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