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지 위 타닥 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키보드로 두드리는 삶은 꽤나 가볍다.
입으로 뱉어내는 말보다 더 진중하게 고르고 고른대도
이렇게나 가벼울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삶이 간단하고 명료해진다.
마음에 들어찬 얼기설기 엉켜 든 감정 덩어리를 풀어내려 애를 쓴 시간들이 허무할 만큼.
쉽게 흐트러지고 단순하게 정리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서랍에 감정들을 쌓고 있다.
기역. 니은보다는 조금 더 나은 것을 찾고.
마음속 걸려든 단어를 마구잡이로 풀어내다가.
이런저런 비유인지 은유인지 모를 것들을 덧대어본다.
문장이 되려다 만 것들을 나열하고, 글이 되려다만 것들을 쌓는다.
두서는 없고 보기 좋은 나열도 없으나
어차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니
마음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해 보는 것이다.
제 시간 제 때를 찾지 못한 감정들이 그렇게 남겨진다.
가볍게. 간단하게. 쉽게.
마음은 복잡해도 손가락은 자유로우니.
어려울 것이 없다.
.
다만 현실적인 삶의 무게는
감정 정리하듯 정리되어질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괴리감이 존재한다.
덜어낸 듯해도 사실은 덜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모순도 많고 오류도 많다.
그럼에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아무래도
많이. 가벼워지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