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데이에 제안서를 보냈다
5년의 기록을 담아 런데이에 협업 제안서를 보냈다. 런데이는 나에게 달리기를 알려준 앱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첫 출발선이었다.
새벽 4시부터 2시간 30분간 꼬박 제안서와 런데이와의 인연, 러닝 여정, 최근 활동자료를 담은 소개자료를 작성해서 보냈다. 런데이를 시작한 첫 만남부터 그 인연으로 오디오북이 나오기까지.
2020년 가을, 뮤지션 요조님 유튜브에서 ‘런데이’를 처음 알게 되었다. 30분 달리기 8주 프로그램으로 첫 도전을 시작했다. 어느 날 런데이 아저씨가 이제 걸으라고 했지만, 계속 뛰어도 될 것 같았다. 감히 런저씨 말씀을 어기고 계속 뛰었다.
그날부터 30분 프로그램을 조기졸업하고 내 맘껏 뛸 수 있는 자유 달리기로 들어갔다. 정해진 시간과 목표도 없이 그날 내가 뛰고 싶은 만큼 뛰는 자유 달리기. 그 자유가 좋았다.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 그 자유가 나를 진정 자유롭게 만들었다.
뛰어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혼자 뛰던 시절, 런데이가 유일한 코치이자 응원자였다. 가끔씩 상상했다. 누군가와 같이 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두렵진 않을까. 느린 내가 누군가와 함께 달릴 수 있을까? 기록을 남기며 어제의 나보다 1미터라도 나은 내가 되는 경험을 배우며 사람들과 연결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런데이 오픈톡방에 참여했다. 나와 같이 내향적인 초보러너들이 많았다. 비슷한 시기 달리기를 시작해서 서로의 성장하는 모습에 자극받고 응원하면서 꾸준히 새벽에 달리는 러너들과 온라인 친구가 되었다.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불특정다수가 일상을 공유하는 단톡방에서 나왔다. 런데이 단톡방에서 꾸준히 진정성 있게 서로를 응원하며 달려온 6명의 런데이 친구들과 런데이 크루방을 만들어서 5년 넘게 활동 중이다. 이제 더 이상 초보 러너가 아닌 우리는 매년 모임을 갖고 서로를 응원한다.
런데이가 아니었다면 시작도 없었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게 한 그, 새벽 공기의 맛을 알려준 그, 소심한 나를 사람들과 연결시켜 준 격려였던 그. 꾸준히 달리며 써온 글이 결국 책으로 출간되었다. 런데이 앱을 알려준 요조 님께 그 인연으로 오디오북 낭독도 부탁드렸으니 런데이는 ‘앱’이 아닌 새로운 나를 만나는 모든 ‘출발점’이었다.
모든 기회는 언제나 손과 발끝에서 시작된다.
나는 달리기를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달리기를 이야기할 뿐이다.
- 정승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