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자> 출간기념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34만 팔로워, 14년 차 커뮤니케이션 강사이자 흥버튼 대표 정흥수 작가님. 영상으로만 뵙던 분을 직접 만난다는 생각에 두근거렸다.
출발 전 내가 쓴 달리기 책을 가방에 넣었다. 정흥수 작가님이 종종 달리기 영상을 올리시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도 뛰셨다고 했다. 러너가 러너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러닝책이 아닐까? 책 속지에 이렇게 손글씨로 적었다.
"정흥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요조가 낭독한 달리기 책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 정승우입니다. 저는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고통이니까요. 저는 메달을 좋아합니다. ‘포기하지 않은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작가님께 그런 메달처럼 부적이 되기 바랍니다.
누군가의 책에 시간을 쓴다는 건 그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작가님 책에서 새로운 용기를 만났습니다. 제 책에 담긴 용기가 더 많은 분들께 닿아서 달리고 다시 시작하는 삶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러너로서, 작가로서 응원과 존경을 보냅니다. - 러너인 정승우 드림."
다른 작가님께 내 책을 건네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관심 없는 책을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지금까지 참석했던 북토크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정흥수 작가님이 말을 시작하는 순간, 강의장이 따뜻한 열기로 가득 찼다. 책 내용보다 더 흥미로운 ‘출간 비하인드 이야기’였다.
출판사에서 처음 제안한 건 ‘심리학 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님은 설득자답게 “제가 가장 잘하는 건 심리가 아니라 설득입니다”라며 역제안을 하셨다고 했다. 20여 년 전 <설득의 심리학>을 냈던 바로 그 출판사에서 <설득자>로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다.
치앙마이에서 50일 동안 초고를 손으로 다 쓰셨다는 말에 입이 딱 벌어졌다. 초고를 보면서 내 글이 쓰레기라고 생각했다는 고백에는 웃음이 나면서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책 '설득자'의 숨은 조력자는 '줄 서서 기다리는 국수맛집'과 '달리기'였다고 했다. 기다려서 뭘 먹는 걸 싫어하시는 작가님이 후배의 권유로 장시간 기다림 끝에 분노의 젓가락질을 하는 순간, 천국의 맛을 만났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10번은 더 간 것 같고 국수를 맛보러 또 치앙마이에 가고 싶다는 말씀에 애정이 묻어났다.
작가님의 멘털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달리기였다고 했다. 10km 마라톤 대회 완주, 평소 달리면서 찍은 사진들과 여의도 런약사님과 찍은 사진도 정겨웠다. 예전엔 힘들어서 중간에 쉬었다 올라가던 계단을 한달음에 뛰어올라간다는 뿌듯한 말씀도. 달리기를 시작하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평소엔 못했던 일을 해내는 자신이 얼마나 뿌듯한지. 달리기는 운동이 아니라 생활의 기술이니까.
설득자가 네 번째 책이지만, 첫 책을 내고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지, 문학작품을 내야 작가가 아닐까 고민하셨다는 대목에서 격하게 공감했다. 나도 첫 책을 내고 누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괜히 놀리는 것 같아 어색했다. 이제는 누가 불러도 뻔뻔하게 답하는 작가가 되었다.
정흥수 작가님도 다른 작가님의 북토크를 많이 다니셨다고 했다. “저도 예전에 여러분처럼 그 자리에 앉아있었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의 뜨거운 삶은 책이 된다. 그런 책은 또 다른 누군가를 새로운 삶으로 이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손에는 두 권의 책. 앞에는 작가님의 책 <설득자>, 뒤에는 내가 쓴 <모든 달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앞의 어떤 분이 손하트를 부탁드렸다. 멋졌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싶어 용기 내기로 했다. 내 차례가 되어 사인을 마친 정흥수 작가님께 말했다.
“작가님, 제가 쓴 달리기 책이에요. 하루키 정도는 아니지만… 러너분들이 좋아하실 내용이라 선물로 가져왔어요.”
작가님이 미소를 지으며 책을 받아주셨다. 서로의 책을 나란히 들고 손하트를 그렸다. 그 순간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독자 정승우. 그리고 작가 정승우.
오늘 나는 두 사람 자격으로 그 자리에 섰다.
‘말’로 설득하는 작가 흥버튼 정흥수.
‘발’로 설득하는 작가 러너인 정승우.
오늘은 발로 사람을 응원하는 작가가 말로 사람을 살리는 작가에게 존경과 진심을 전한 날이다.
“저는 같은 작가이자 러너로서 진심을 담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