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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량음료 Apr 17. 2023

얼리 어답터 되기

나는 얼리 어답터가 아니다. 레이트late 어답터거나 레이지lazy 어답터이다, 만약 그런 말이 있다면. 세상의 흐름에 앞서가기는커녕 관심조차 없다가, 새로운 물결이 나의 일상을 침범해 와서 불편할 지경에 이르면 겨우 마지못해 ‘이게 뭔가’하고 들여다본다. 이제까지는 이런 내가 딱히 불만스럽진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점점 먹어갈수록, 급변하는 세상에 발맞추다 보면 찾아올지도 모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 여기서 말하는 급변하는 세상이란 온라인에서의 세상이다.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온라인의 세상에서는 수많은 기회들이 있어왔다고 한다. 나의 좁은 시야와 유연하지 못한 사고 탓에, 또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 재미있게 도전해 볼 수 있었을 일들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이 이제야 한탄스럽다. 사실 나름 열심히 살아왔으니 한탄스러울 것까지는 없는데, 그래도 한탄스럽다.


내가 이제껏 사랑해 왔던 일들은 외국어 배우기, 책 읽기, 글쓰기, 클래식음악, 악기 연주 등, 지독히도 인문학스럽고 남들에게 이야기하기엔 있어 보이는 그런 일들이지만, 얼리어답터스러움이나 돈벌이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일뿐이었다.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얼리 어답터는 돈벌이와 이퀄equal이다.인간은 원래 자신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이상한 향수를 느끼기 마련인지. 일평생 딱히 관심 없던 돈벌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끌어주는 대로 유튜브 채널을 하나 개설했다.


울 집에 있는 허스키계 강동원 히로와 함께 채널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은 예전부터 있어왔으나,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엉덩이를 바싹 가까이 붙이고는 그윽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밖에는 없는, 그 흔한 허스키 하울링도 하지 않는 상남자 히로와는 도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불가라는 결론을 진즉에 내렸다.

허스키계 강동원 히로♡


워낙 이런 온라인 세상에 무지하고, 관심만 있을 뿐 눈곱만큼의 흥미가 아직까지도 없는(관심과 흥미는 엄연히 다른 법) 나인지라, 유튜브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몇 가지 온라인 세계의 아이디어들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그것을 용감하게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와 친해지기' 라던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안 되는 실력에 낑낑대면서 '콘텐츠 생각해내기'라던지, 묵직한 엉덩이로 오랫동안 앉아 그 일들을 해내기라던지, 이 모든 일들이 왜 그리 어렵던지. 반면 유튜브에서는 이 일들을 잘 해내어 월급 이외의 부업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얼리어답터들이 왜 그리 넘쳐나던지. 그걸 보는 내 배는 왜 그리 아프던지.


며칠 전 알게 된 친절한 유튜버 머니몬스터님 덕분에, 난 숙원이던 유튜브 채널을 히로 없이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핫한 챗gpt를 이용한 영어공부 콘텐츠이다. 그분께서 친절하게 vrew와 미리캔버스, 유튜브 채널 사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셔서 어제저녁 몇 시간과 오늘 오전 몇 시간 만에 12분짜리 영상 하나를 완성했다. 생전 안 하던 일을 하고 있는 엄마 뒤로 얼쩡거리며 관심을 보이던, 곧 하교할 아들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하나 생겼다.


중학교 3학년에 처음 러시아어를 들은 이후로 이 길만 걸어가리라 생각하고 진짜 그 길만 22년 가까이 걸어온 융통성 제로인 나였다. 그 길만 걸어왔다는 의미 속에는, 비록 다른 이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좀 많이 해보았고 한 언어를 몰입하여 공부하였던 경험도 있으나, ‘러시아어를 열심히 해야 하니 영어는 이제부터 하지 말자’라는 어이없는 결정과 실행이 있었고, 러시아어 외에 다른 것에 눈을 돌리면 나의 꿈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말도 안 되는 ‘꿈 결벽증’도 있었다.  

그러한 과거의 나에 대해 많은 후회가 있던 터라 아마도 더 이상은 현실에 동떨어져서 살기 싫은 마음이 나에게 있나 보다.


외골수 젊었던 나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그 결과 지금의 내가 있으므로 더 이상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유튜브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챗gpt, vrew, deepl, Adsense, Midjourney, 워드프레스 등등.. 신세계와도 가까워질 수 있는 (내 기준에서) 얼리어답터가 되겠다. 그래서 세월이 지났을 때, 그때 해야 했는데, 후회하지 않는 내가 되겠다. 인문학과 신문물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할머니가 되겠다.


https://www.youtube.com/@manylanguagesOfficial

난 이제 얼리어답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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