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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연 Jan 31. 2022

월가 뱅커가 되기까지

갓 전역한 군인이 미국 금융지에서 일을 시작하기까지 

군인에서 미국 직장인이 되기까지 

갓 전역한 군인에겐 낯설게만 다가왔던 미국에서의 직장생활. 그 직장생활을 해온지도 벌써 4개월이 넘는 지금, 여전히 시간은 빠르고 끊임없이 흘러간다는 것을 느끼기에 조금이라도 여태껏 생활을 뒤돌아보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일기를 쓴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는 설을 맞이하여 직장인들은 연휴를 즐기고(?) 있고, 2022년이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남은 올해를 더 맞이하기 전에 잠시 작년 여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7월은 지난 18개월 간의 군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 군생활은 마무리했지만 전역과 동시에 따라오는 '백수'의 신분은 나에게 황급히 취준에 나서게 해 준 원동력이 되었다. 제일 먼저, 공백 기간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난 영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친한 동기들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 파트타임으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을지 하고... 학사 생활 동안 스타트업을 약 2년 정도 함께 해온 동기들이어서 그런지 나는 환영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전역을 함과 동시에 스타트업에서 리서치와 데이터 부분을 맡은 팀장으로 일을 시작했다. 군 입대 전에 서울에서 AI 전문 컨실팅 일을 잠시 한 적이 있지만 그것 또한 벌써 2년 전 일이었기에 난 다시 일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바빴다. 이 일을 파트타임으로 했던 이유는 해외에서의 정규직 취업준비를 위해서였다. 워낙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난 아직은 한국에서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잡마켓' (Job market)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지원서는 미국과 영국에 골고루 뿌리고, 현직자들에게 콜드 이메일 (Cold email)을 보내서 각 분야에 대해 더 배우고자 쉬지 않고 노력했다. 요즘 취업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어디든 뽑아만 준다면 가는 추세이기도 하지만 내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은 딱 두 분야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로, 내 1 지망은 Tech M&A (Mergers & Acquisitions) 관련 일을 하는 거였다. 즉, 투자은행에서 Tech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과 기업 상장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이에 대한 나의 이유는 나중에 따로 글로 정리해볼까 한다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 내 2 지망은 Tech기업에서 기업경영 및 전략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혁신을 주도하는 Tech 산업은 나에게 스릴을 주었고,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혹은 그 기업 속에서 미래를 논하는 전략업무는 나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와닿았다. 그러나 내가 넘고자 했던 취업의 장벽은 결코 넘기 쉬운 장벽이 아니었다. 7월 한 달 동안 수많은 지원서를 내면서 난 뉴욕에 있는 헤지펀드로부터 면접 기회를 받았다. 임원면접까지 갈 수 있었지만 이 헤지펀드는 한국 Tech 시장에 투자를 하고 싶어 했고, 직접 현장에서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 리서치 애널리스트를 희망했다. 반대로, 해외취업을 목표로 했던 나는 어려운 고민 끝에 이 헤지펀드와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그렇게 또 다른 여러 곳에 지원하면서 스타트업 일을 병행하던 중, 7월 말에 난 Tech M&A에 집중하는 어느 한 투자은행으로부터 1차 면접을 진행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투자은행 면접 기회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 면접에 앞서 난 이력서를 수십 번 검토하면서 예상 질문을 생각해보고, Tech 산업과 M&A 관련 기사를 찾아 읽으며 나만의 분석도 함께 준비했다. 1차 면접은 전화 면접으로, 미국 시차에 맞추려다 보니 한국 시간으로는 밤 10시쯤 진행되었다. 금융권 관련 배경 이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나의 열정을 보여주는 데에 최선을 다했고, 면접관은 나의 군생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한편으로 보면 군생활 또한 투자은행처럼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직군과 비슷한 상황을 대면할 수 있다. 군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 이상은 상사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았을 때 주로 생길 수 있는 일인데, 이때 유돌이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상사의 명령이 비합리적이라고 느낄 때 이를 최대한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토론을 하고 중간에서 합의점을 보는 것은 아주 고퀄리티의 스킬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은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인수합병과 상장 여부를 논하는 것은 그 고객사에게 있어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중요한 결정이자 시기이다. 따라서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때의 상황 대처 능력은 다방면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난 총 6차까지 진행되었던 면접 과정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군생활의 일부를 예시로 들으면서 투자은행에서 종사하는 전문가가 직면할법한 상황들에 공감하고 그럴 때의 나의 대처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 테크니컬 면접 때는 군생활 얘기를 꺼낼 틈도 없었다). 


약 한 달 동안의 면접 과정을 마치고 난 끝내 애널리스트로써의 정규직 오퍼를 받았다.참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국 시차에 맞추고자 면접 때마다 밤 10시, 혹은 11시에 슈트를 갖추어 입은 것도 생소했고, 정규직 오퍼를 받은 것도 처음이라 나에겐 모두 새로웠다. 한 번은 면접 전에 혼자 자기소개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약 한 시간 동안 목에 힘주고 면접 보느라 신경 쓰였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9월 말에 첫 출근을 하고 벌써 4개월이 지난 지금, 난 설날과 함께 5개월 차를 맞이하게 된다.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요즘, 이렇게 글로 잠시나마 나의 취준 경험의 일부를 기록해본다. 이렇게 이야기의 시작을 끊었으니 앞으로도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 M&A에 대한 얘기 등 나의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기록하고 이제 남은 일요일 밤을 업무로 불태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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