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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Jun 12. 2024

'운명론'보다 '채널화'

혁신을 멈추도록 규정하는 규칙은 없다

구독자 2억 7천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미스터 비스트는 렉스 프리드먼과의 팟캐스트 대화 중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자신의 성공의 핵심임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는 자신의 콘텐츠를 카피하는 사람들마저도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본다며 '외부와의 교류'가 성공과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적 태도임을 설파합니다. 이런 개방적 사고방식은 조직 내 '채널화'를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채널화는 발달 생물학자 C.H. 워딩턴이 제시한 개념으로, 생물체의 발달이 유전적 변이나 환경적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른다는 특성을 설명합니다. 그는 이를 '언덕을 굴러가는 공(발달)'이 '공의 경로를 결정하는 계곡(채널)'을 따라 움직이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다시 말해, 채널화란 생물체의 발달이 특정 방향으로 고정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특정한 형질이나 행동 양식이 나타나게 됩니다.

조직에서도 이와 유사한 채널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기간 함께 일한 구성원들은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사고 패턴을 따르게 되고,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출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주요 기술 기업들이 혁신적인 역량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조직 내 채널화의 영향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핵심 기능을 최적화하는 데 탁월함을 인정받았으나, 현재는 예측 가능한 개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직 내 채널화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정기적으로 다른 팀으로의 인원 이동을 실시해 새로운 관점을 주입
- 다양한 직업적, 문화적, 학문적 배경을 가진 인재를 적극 채용
- 외부 조직(학계, 다른 산업의 기업)과의 교류 및 협력 관계 구축

미스터 비스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다양성을 수용하고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개방적 자세는 개인과 조직의 역동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입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러한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보입니다.

생각과 행동에서의 채널화는 조직의 성격 특성을 구체화하고 조직 문화를 안정시키는 기초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관습을 깨기 어렵게 만들어 혁신을 촉진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자연에는 유전적 운명이 없다는 점이 점차 확인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혁신을 멈추도록 규정하는 규칙도 없습니다. 
결국 조직이 혁신의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과 변화, 내부 결속과 외부 교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널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은 단순히 경영 전략의 차원을 넘어, 개인과 집단이 조화로운 방식으로 공존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기 위한 지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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