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일라 메이 Nov 11. 2021

당신도 나처럼 과거와 미래에 갇혀 있나요?

과거와 현재에 얽매인 사람이 현재를 바라보게 된 사연

우리가 현재에 있다면 현재의 시간 속에 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나는 오랫동안 현재를 잘못 사용했다. 그 시간을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웃기지 않은가? 바꿀 수 없는 과거와 뜻대로 되지 않는 미래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과거를 보면 재밌는 추억과 미래를 향한 설렘이 가득 차서 자꾸 그 시간대를 머물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과거와 미래를 자꾸 보다 보니 그것이 습관으로 변했다. 내 하루를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것으로 집중했으니 봐 야할 좋은 추억과 설레는 미래가 다 떨어졌다. 대신, 그 시간 속에 숨겨진 내면의 두려움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진: @maybe.hyun_pho 모델: loveryla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이 다 떨어졌으니 과거에 미련과 후회, 그리고 상처라는 기억을 떠올랐다. 아무도 나와 공감하지 못했던 시간, 외롭게 혼자서 보냈던 시간,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나를 괴롭게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미래로 도망갔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내가 봐야 할 행복 시나리오가 다 떨어져서 불행한 미래를 보았다. 


'난 과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난 과연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과거와 현재보다 불행한 미래에 살고 있다면?'


미래를 예측하면서 ‘망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빠졌다. 그냥 재미로 보던 과거와 미래가 어느새 습관이 되어 내 현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이 습관을 빨리 깨지 않으면 앞으로 내 삶이 더 힘들어진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자꾸만 과거와 미래를 보게 된다.    


그럼 나는 왜 과거와 미래에 매달리고 있지? 눈을 감고 시간을 잠시 멈췄다. 과거와 미래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심호흡한 후 눈을 떴다. 난 그제야 현재를 보았다. 그리고 그 현재 속에 행복이 비어있음을 깨달았다. 

   

난 행복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 현재의 삶을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행복했던 과거를 찾아 그 시간 속에 나를 가두었고, 미래를 보면서 내 인생이 나아지는 시나리오와 불행해지는 시나리오 사이에 오가는 스릴을 느꼈다. 몸과 마음이 전혀 다른 시간에 있으니 당연히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 현재를 만족할 수 없어 과거와 미래로 탈출한 것이다.    


행복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이후, 현재와 함께 과거와 미래를 방문하기로 했다. 현재와 함께 과거를 보니까 그 시간을 자꾸 보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현재가 과거보다 불행하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찾게 된다.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보면서 현재의 공허함을 채웠다. 그런데 내 과거는 행복한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슬픔, 미련과 후회가 담긴 기억도 가지고 있다.  

  

‘내가 그때 그렇게 행동했다면 지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내가 다시 태어났더라면, 내 삶을 이런 방식으로 바꿨을 텐데.’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보며 후회하다 보니 스스로 초라해진 기분이 들었다. 과거를 향한 후회와 미련이 쌓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피하게 위해 현재와 함께 미래로 도망쳤다. 행복한 미래를 보고 지옥에서 탈출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내 미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내 미래. 상상하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미래는 나에게 다른 장면도 보여주었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실패 시나리오. 

    

‘내가 믿었던 것들이 사실 다 실패로 향하는 길이라면?’

‘내가 지금보다 불행해지고 있다면?’     


불행한 미래를 보면 머뭇거리게 된다. 행복한 미래만 보장되면 참 살기 좋은 세상일 텐데.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말이 따른다. 내 불안감이 '넌 미래에 실패할 수도 있어! 불행할 수도 있어!'라고 말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불안감에 빠졌다. 다행히 현재와 함께 방문했기 때문에 우울해진 내 생각 회로에 틈새가 생겼다. 겁에 질린 나에게 침착한 내면이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현재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거 어때?’   

사진: @maybe.hyun_pho /모델: loveryla

내가 나에게 제안했다. 현재를 바꾸고 싶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대로 가면 완벽한 성공 사례가 되지만 아쉽게도 평소의 습관으로 돌아갔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습관의 무서움이다. 머리가 습관을 바꾸자고 명령을 내렸으나 몸은 평소의 습관을 계속하도록 설정된 로봇처럼 행동했다. 지금은 내가 글을 쓰면서 과거와 미래에 빠져있는 행위를 ‘무서운 습관’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 당시 정상적인 일로 생각했다.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습관을 계속하니까 내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것이 내 현재를 위협하는 큰 문제로 자각하지 못했다. 이대로 계속하면 조금 위험할 것 같다고 생각해보았으나 그래도 지금까지 죽지 않았으니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 현재의 심각성을 인지한 상태로 습관대로 행동하니까 이것이 얼마나 나에게 해로운지 뒤늦게 알았다.      


깨달은 상태로 나쁜 습관을 반복하면 예전보다 우울해진다. 극복하고 있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꾸 보기 때문이다. 나쁜 건 아는데, 나를 우울해지는 습관임을 알고 있는데도 멈출 수 없다. 그 당시 나는 스스로 '작은 습관 하나 못 바꾸는 최악'이라고 불렀다. 문제를 인지했으면 바꿔야지, 왜 자꾸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반복하는지 스스로 자책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는 그때의 일을 떠오르면 난 최악의 인간이 아닌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난 제어가 안 되는 내 몸과 뇌 속의 명령어를 바꾸려고 발악했는데 그 습관이 강해서 매번 실패한 것이다. 

     

내가 이 독한 상황에 벗어난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다. 나아지고 싶은 의지가 조금 더 높아질 때, 아무 생각 없이 안 하던 짓을 했다. 그 첫 번째가 운동이다. 처음에는 산책, 그다음 파워워킹, 이후 피톤치드를 마시면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거칠게 숨을 쉬면서 체력을 키우느라 과거와 미래를 생각할 틈이 없어진다. 그래서 운동을 계속했다.     


산 정상을 찍고 태양을 바라보니 그제야 습관을 깨뜨릴 첫 번째 단계를 마쳤음을 직감했다. 잡생각을 없애려고, 그리고 체력으로 내 운명 좀 바꿔보겠다고 시작한 운동이 나에게 상쾌한 시작을 알렸다. 산책으로 시작되어 등산으로 이어진 운동이 망가진 몸을 조금씩 고쳤고, 나라는 사람도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기쁨을 안겼다. 드디어 내 몸이 앞으로 올 긴 싸움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 난 현재 운동으로 얻은 체력을 나쁜 습관을 깨뜨리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음, 내 현재, 나쁘지 않은데?’     


현재에 집중하면서 나를 위한 작은 행동을 하나씩 했더니 과거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필요한 성찰을 할 때만 과거의 시간을 열었다. 현재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니까 불행한 미래 시나리오를 보고 ‘실패하면 뭐 어때? 다시 하면 되지.’ 같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의 기승전결의 ‘결’까지 나왔으니 에피소드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난 지금도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있고 작은 성공을 이루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과거 혹은 미래에 갇혀서 현재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난 그 사람들을 위해 '운동하세요!'가 아니라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한 가지의 일을 찾으십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운동은 좋은 방법 중 하나지만 핵심은 ‘과거와 미래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이다. 조금 더 길게 말하자면 모든 시간을 멈추고 현재를 바라볼 것, 그리고 본인이 현재에 행복한지 스스로 질문할 것, 질문에 답했다면 그 답을 가지고 과거 여행도 해보고, 미래도 바라보면서 원인을 파악한 후 나에게 맞는 극복 활동을 찾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방법은 라일라 메이라는 글쓴이가 직접 해보고 효과를 느낀 방법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용되는 방법이 아니다. 나열된 방법을 보고 '어, 이거 나한테 좀 효과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부분을 시도해도 괜찮다.

   

처음에는 힘들 것이다. 나처럼 실패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아지고 싶은 고집이 습관을 꺾을 수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위해 버텼으면 한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은 모두에게 파이팅!'

사진: @maybe.hyun_pho / 모델: loveryl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