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홀로 걸어가기
새해가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나는 늘 새해를 한 달 앞서 시작하는 편이다. 매해 12월부터 새해라고 생각하고 새해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 달의 시행착오 기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다.
꾸준히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실천해왔던 것은 걷기 운동과 독서(및 공부), 번역과 글쓰기이다. 이 네 가지 활동은 이제 루틴으로 잘 자리잡은 것 같다.
혼자 하는 활동들이 많아지다 보니 친구나 지인들과의 만남, 동네 엄마들과의 커피 타임, 또는 가족 모임마저도 참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예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술과 커피도 시들해지고, 영화나 TV도, 스마트폰도 잘 보지 않는다. 옷은 전혀 사지 않고 배달 음식도 끊었다.
되도록 소박하게, 정갈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까진 아니어도, 최대한 심플한 생활방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주의력과 집중하는 능력을 날카롭게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놀랍게도, 돈은 더 적게 쓰고 시간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생산적으로 보내는 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늘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허무하다는 느낌 대신에 뿌듯한 마음이 들고, 내일 하루가 더 기대되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짜증이 덜 나고 몸도 건강해졌다.
늘 바쁘고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정신없이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은 내면이 공허했던 나 자신이었을 뿐, 물리적인 시간은 언제나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뭐하며 살길래 그리 얼굴 보기 힘드냐고 종종 연락을 받을 때가 있는데,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아이 키우느라 바쁘다고 둘러댄다. 사실 속내는 이렇다. ‘진짜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느라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상태가 되었어.’
이렇게 되고 싶어서 작년 여름부터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어느 순간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가 남을 위한 소모적인 일에 너무 많이 빼앗기고 있다고 느꼈다.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삶의 부분은 너무 적었다. 마지막으로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의 소중한 40대마저, 30대 때와 같은 패턴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30대에는 직장생활과 결혼이라는 커다란 두 가지의 과업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본성을 많이 누르며 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가정을 꾸리고 회사에 매이지 않는 일을 시작했으니, 드디어 내 본성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대로 살아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지난 6개월간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고립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적당히, 평화롭게 여가 시간을 갖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손안에 쥔 모래처럼 우수수 빠져나간다.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우리의 시간과 주의력을 빼앗아 돈을 버는 매체와 수단들이 너무나 많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적당히’ 남 좋은 일만 하면서 늙어가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본인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다만 나는 그렇게 사는 인생에 절대로 만족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어서 '고립'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작게나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성취해가는 과정만이, 내게 진짜 재미와 행복을 주었다.
고독을 친구삼아 묵묵히 홀로 걸어들어가지 않고서는, 진짜 내 인생을 살 수 없다.
남들의 시선, 남들의 충고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길 바란다. 그 누구도 나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정답을 가슴에 품고 있다. 고요히 홀로 앉아,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면 언제나 답을 들을 수 있다.
주의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집중하고, 나의 소중한 에너지와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일에 쏟아붓자.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성취해가는 인생을 살자.
6개월이 지났지만 나도 여전히 때때로 실패하고, 게으름에 빠지고, 또다시 도전을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는 점점 줄어들고, 내가 원하는 하루 하루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 괜찮다.
하루 하루가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재미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전도 아니고, 결과가 딱 정해진 시험 성적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정한 나만의 레이스이고, 그 끝에 뭐가 있든 끝까지 완주해내는 것이 나의 과업이다.
부디 자신만의 과업을 정했길 바란다. 2023년에는 우리 모두 묵묵히, 고독을 친구삼아 나만의 과업을 꼭 완수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