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억의 주전부리

새우깡을 먹으며

by 류다





나 어렸을 적에는 과자가 많지 않았다. 20원짜리 '자야'라고 어린이 손바닥만 한 봉지에 라면 튀김을 부셔놓은 것 같은 과자에 어쩌다 만나는 색색깔의 별사탕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자야'가 나중에 '뽀빠이'로 탈바꿈해서 나온 것 같다. 아이스크림이 흔하지 않던 시절, 기억 속 첫 아이스바는 '비비빅', '깐돌이' 같은 팥으로 된 하드였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는 어른 허리춤까지 닿을 정도 높이의 크고 길쭉한 보냉통에 비슷한 아이스바가 잔뜩 들어있었다. 경상도에서는 구루마라고 부르는 수레를 밀고 다니며 불량식품 맛이 나는 냉주스, 아이스케키를 파는 장사꾼도 있었다.

종을 흔들며 "꿀밤묵이나 메밀묵~~"을 구슬픈 목청으로 알리던 행상이나 "찹쌀떡 사려~"를 크게 외치던 겨울밤의 목소리로 아련하게 떠오른다. 군고구마, 호떡, 붕어빵, 풀빵의 길거리 간식이야 그 후 세대들도 익숙할 것이다.


먹을 것이 없던 70년대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강냉이다. 동네방네 이동하며 확성기를 타고 "고물 주고 강냉이 사이소~"라는 소리가 들리면, 주섬주섬 제수용 큰 정종 병이나 오래된 냄비, 신문지 등 폐품을 들고나가 한 소쿠리 구수한 강냉이로 바꿔 왔다. 아직도 구멍이 숭숭 뚫린 모양의 양철 그릇에 한가득 담긴 강냉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하얗고 더 부드러웠던 강냉이.


제대로 된 과자를 찾아보기 힘들었을 때, 동네의 작은 문방구에 파는 불량식품들은 코흘리개들을 홀리던 마법의 가게였다. 아주 가는 투명한 빨대 속에 노란색, 팥색 고형화된 무엇인가 들어있어 손으로 끝부분을 잡고 이로 쭉 훑어 먹었던 아폴로를 기억하시는지.


한때 재유행했었던 달고나는 작은 연탄 화덕 위에 국자를 올리고 설탕이 아닌, 하얗고 네모난 고형 소다 같은 것을 녹여서 만들어 먹었다. 내 고향에서는 달고나 대신 '포또'라고 불렀다. 가끔 오시는 포또 할아버지는 작은 파라솔 그늘 아래 쪼그리고 앉아 달고나에 각종 그림틀을 찍었다. 아이들은 작은 핀으로 열심히 그림 윤곽선을 따라 콕콕 찍으며 그림이 깨지지 않고 분리되기를 바랐다. 성공하면 달고나 하나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다. 제일 쉬운 그림은 사각형 안에 대각선이 하나 있는 것이었는데, 그조차 쉽지 않았다. 호기롭게 작은 비행기 3대의 그림을 고르는 아이도 있었다.

연탄 화덕에 구워 먹었던 쫀드기. 이제는 제주도 여행에서도 쉽게 갖가지 종류의 쫀드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 당시의 쫀드기는 훨씬 고무 느낌으로 두꺼웠고 줄무늬가 있었다. 불 위에 쫀드기를 구우면 동그란 모양으로 툭툭 터지며 익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쫀드기와 함께 주황색의 가늘고 긴 줄 모양의 쫀득쫀득한 간식도 같이 팔았다. 하얀 설탕이 발려져 있었던가.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신 간식으로는 누룽지 튀김이 특별히 기억난다. 냄비에 밥을 해 먹고 남은 누룽지를 기름에 튀겨 설탕에 굴려 먹는 것도 그 시절 별미였다. 군대에서 지급되는 것 같은, 두껍고 투박한 종이봉투 안에 든 건빵을 사서 기름에 튀긴 후 설탕을 뿌려 먹기도 했다.


여름이면 어느 집이든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얼음을 동동 띄워 먹기도 했다. 나는 물을 붓지 않고 미숫가루에 설탕을 탄 후 입에 한 술 넣고 가루째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목이 막혀 기침을 하거나 '파~' 하면서 일부러 장난을 치면 미숫가루가 모래처럼 아련하게 분사되기도 했다.


두꺼운 비닐 포장의 전지분유(혹은 탈지 분유)에 설탕을 타서 차(茶)처럼 끓여 먹는 것도 맛있었다. 간혹 고모가 맥스웰 커피에 설탕을 타 마시면, 끈기 있게 졸라서 한 모금 얻어 마시는 것도 천상의 경험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 본격적으로 과자 공장에서 제조하는 상품이 늘어났다. '점방'이라고 불렸던 동네 구멍가게에 좀 더 다양한 과자와 간식들이 아이들을 유혹했다.


어린아이 손바닥같이 작고 네모난, 노란색 종이 케이스에 든 밀크 캬라멜의 고급진 맛을 잊을 수 없다. 마산 땅콩캬라멜의 딱딱하고 투박한 맛과는 차별적이었다. 금박지와 비닐 포장지에 개별 포장된 캐러멜도 나중에 나왔다. 작은 플라스틱 통 안에 진분홍색 알갱이가 구슬 아이스크림처럼 들어가 있는 것도 생각이 난다. 아주 작은 두루마리 같은 형태의 얇은 습자지 같은 계피 맛 과자도 있었고 '왔따' 초코바도 생각난다. 그 옆에 진열된 연양갱도 있었지만, 연양갱은 질색이었다. 가루약 봉지같이 생긴 작은 종이봉투가 쭉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 든 다양한 과일 맛 분말도 아주 어릴 적에 팔던 것이다.


바닐라 향이 나는 풍선껌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작은 풍선껌 케이스 안에는 손가락 하나같이 작은 크기의 미니 만화책도 들어있었다. 부라보콘 같은 아이스크림콘이 나와 만인의 사랑을 받았고 안에는 우표같이 작은 프로 야구선수 타율 등이 적힌 카드가 들어있었다. 당시 나는 삼성의 이만수 선수 카드가 나오면 좋아했었고, 서로 좋아하는 선수의 카드로 바꾸기도 하고, 야구선수 이름 맞추기 게임도 하면서 놀았다.


손님이나 친척이 고급 진 샤브레나 종합선물세트 같은 과자를 사 오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당시에 먹던 과자 중에 아직도 나오고 있는 과자로는 새우깡, 인디안밥, 꿀짱구(신짱), 꿀꽈배기, 에이스 등이 있다.

동네 빵집, 제과점도 있었겠으나 보통은 슈퍼에서 빵을 사 먹었는데 흰 미니 플라스틱 칼로 잘라먹는 기쁨을 주던 샤니 롤케이크(?), 보름달, 땅콩 샌드위치나 두 가지 맛 샌드위치는 특히 좋아하던 것이었다. 식빵 사이의 크림을 혀로 핥아먹던 어린 시절의 내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국민학교 앞 분식점에는 가는 국물 떡볶이가 한 접시에 50원인가 백 원이었고, 이중으로 통통하게 튀긴 분홍 소세지를 감싸 안은 부드러운 핫도그도 50원이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비슷한 것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맛있는 것에 비하면 집에서 먹는 음식은 맛이 없다며 반찬 투정을 하기 일쑤였던 나.


일요일이면 변웅전 씨의 명랑운동회와 장학퀴즈를 전 국민이 시청하고, 여름이면 소독차를 따라다니며 매캐한 연기에 취하기도 했던 그때 그 시절. 희뿌연 연기처럼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추억 속 간식들을 떠올리며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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