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정으로 인스타그램을 원했던가?
나는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흥미가 떨어졌거나 인생에서 더 중요한 과업이 생겨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하면 할수록 삶 속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을 잃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깨닫는데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은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지인들의 스토리를 탐색하는 주커버그의 충성스러운 고객이었다. 외출을 할 때마다 게시물을 올리지 않으면 손가락이 근질근질한, 소위 말하는 인스타 중독이었던 것이다. 몇 번의 앱 삭제를 거듭하며 힘들게 인스타그램을 근절한 지금, 비로소 나는 인스타그램을 끊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됐다.
인스타그램은 재밌다. 바로 이 재미가 중독성을 부른다. 멋진 장소, 맛있는 음식을 만끽하는 나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즉각적인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습을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칭찬을 해준다. 운동을 하는 모습이나 무엇인가 성취한 것을 업로드하면 하루를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지인들의 인정을 통해 뿌듯한 느낌을 느낀 채로 잠에 들 수 있다. 이 모든 사이클을 한번 겪고 나면 인스타그램을 벗어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인스타그램은 타인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SNS 플랫폼이다. 대부분의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서로의 관심을 먹고 산다. 관심은 더 많은 관심을 부르고 더 많은 게시물을 생산한다. 적극적으로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 소위 말하는 눈팅족이더라도 지인들의 소식만을 간편하게 소비하며 소셜미디어 게임에 참여한다. 여기에 더해 소셜미디어는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기록하고 특정 유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시물들을 돋보기를 통해 끝도 없이 제공한다. 플랫폼은 본인과 가장 많은 인터렉션을 가진 지인들의 게시물을 위주로 피드에 노출함으로써 앱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린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중독된다.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지만 소셜미디어를 사용함에 따라 잃게 되는 실질적인 삶의 요소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가볍게 하는 것뿐인데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채 가겠나 싶은 것이다. 문제는 가볍게 시작한 소셜미디어가 대부분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을 앗아가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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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 우리에게 주는 대표적인 부정적 영향은 다음과 같다.
1. 인간관계 진정성 하락
2. 현실-기대 인지부조화
3. 끝없는 비교와 낮아지는 자존감
4. 물질만능주의의 강화
첫째, 소셜미디어는 인간관계의 진정성을 훼손시킨다. 소셜미디어를 음식으로 비유하면 패스트푸드다. 우리는 지인들을 팔로우 함으로써 그들의 일상을 빠르게 소비하는 것에 점차 익숙해진다. 조그마한 핸드폰 속에서만 지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접하게 된다. 그 역시 매우 짧은 시간을 들여 인지한다. 조금 친하다고 생각하면 댓글 정도를 달 것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시간을 계산하면 아마도 인당 1분 미만의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재빨리 다른 소식을 찾아 헤맨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엇에 댓글을 달았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가 아니다. 이것은 출근길에 핸드폰으로 뉴스 헤드라인을 보고 뉴스를 읽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억지다. 이런 식의 소비형 인간관계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를 무력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다. 화면 상으로 남들의 일상을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는 시간을 들여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는 더 이상 아무도 하지 않는 노력이 돼 버렸다. 그 흔했던 카톡 안부조차 dm으로 대체된다. 굳이 개인적으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어떻게 지내는지 소셜미디어만 보면 대략은 알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관계에 진심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그렇게 쉽고 빠르게 형성되는 것이 아닌 것을 안다면 SNS가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networking’ 역할을 해내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렇듯, 역설적으로, 보다 편리한 관계 형성을 위해 만들어진 SNS라는 존재는 되려 인간관계의 본질을 흐리며 인간을 더더욱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든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가? 친구들은 그대로 내 옆에 있는데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드는가? 인스타그램 속 짧은 댓글과 간혹 가다 오가는 DM은 서로에 대한 관심을 빙자한 심심풀이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라 DM으로 얼마나 깊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는가? 인스타그램 속에 서로를 향한 진심이 있는가?
둘째, 많은 소셜미디어 유저들은 본인의 실제 모습과는 매우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는 그 이미지가 자신이라고 믿어버리는 인지부조화 현상을 겪는다. 가볍게는 사진을 찍은 뒤 몇 번의 보정을 거쳐 현실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것에서부터 심각하게는 자신의 현실과는 매우 다른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이를 현실이라고 믿는 것 등이 있다. 인지부조화는 인간의 정신적인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대두된다. 인지부조화를 겪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 건강한 상황이 아닐뿐더러 현실과 환상 사이에 생기는 간극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게 되며 이는 우울증으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 온라인에서는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난무하지만 오프라인은 현실 그 자체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는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장 큰 차이다. 옷을 살 때 우리는 온라인 쇼핑에서 실패한 경험은 많아도 오프라인에서 실패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온라인은 생각보다 자주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구현해 낼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바로 소셜미디어이다. 더군다나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이니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즐거운 파티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문제는 그 구현해낸 이미지(온라인)가 현실(오프라인)로부터 차이가 있다는 것이며 그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 정신건강을 크게 위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의 사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수준의 강박을 가지게 되었으며 만들어진 허구의 이미지에 자신의 현실을 규격화시키는, 다시 말해 온라인을 위해 오프라인의 삶을 끼워 맞추는 기이한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주객전도다.
셋째, 인스타그램은 끊임없는 비교를 유발하고 자존감의 하락을 야기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빛나는 모습만을 이미지화시켜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다른 유저들은 그 이미지가 진짜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안타깝게도 그 이미지와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고자 하는 본능을 억누르지 못한다.
예컨대 매일 같이 일만 하며 지내는 A가 인스타그램 속 지인의 호화스러운 휴가 사진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호화스럽고 완벽한 사진들이 한둘이 아니라 SNS 안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지인들 사진에 국한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수없이 많은 모르는 사람들의 비현실적인 게시물들이 쏟아진다. 분명 나는 이런 정보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 생전 처음 보는 완벽하게 생긴 사람들의 완벽한 일상생활이 못해도 수십 장 이상은 눈에 띄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는 다들 한번 즈음 경험해 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한다. 로또를 살까? 비트코인을 할까? 부자가 되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성형 수술을 할까? 명품을 사야 하나? 마치 사흘은 굶주린 것처럼 절박해지는 꼴이다.
웃긴 것은 인스타그램 속 게시물들 대다수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허구의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클림트가 그린 명화 앞에서 왜 자신은 금색의 옷을 입지 못했을까 하며 우울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넷째, 소셜미디어는 유저들을 더더욱 물질만능주의에 물들게 한다. 인스타그램은 대한민국의 3대 주의로 평가받는 물질만능주의 제일주의 외모지상주의, 이 3대 주의를 더더욱 고착화시키고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이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소통’ 하는 플랫폼인 소셜미디어에서 이미지는 전부다. 그 사람이 무슨 가방을 들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곳에 놀러 가는지가 그 사람이 실질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대변한다. 책을 표지만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목소리를 가졌고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지인들을 두고 무슨 취미를 가지는지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인스타그램은 한 사람을 매우 표면적인 모습만으로 표현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더욱 표면적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기저 현상을 강화시키는 플랫폼인 것이다. 못 믿겠다면 앱을 켜고 한번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싼 옷과 차를 혹은 사치스러운 경험을 청승맞도록 자랑하고 있는지를.
그렇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간관계의 진정성을 잃고, 비현실을 현실로부터 구분하지 못하는 인지부조화를 겪게 되며 점차 낮아지는 자존감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물질만능주의에 더 극심하게 찌들게 될 것이다. 매우 끔찍한 사실이다. 무엇을 위해서? 바로 관심과 인정을 위해서. 우리가 이토록 애정결핍이었던가.
나를 향한 관심과 인정은 나를 진정으로 아끼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만 받아도 충분하다. 좋아요를 받으면 잠시 생성되는 세로토닌 호르몬을 위해서 자신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미지를 만들어 올리고 그 대가로 많은 것들을 잃는 것이 과연 수지타산에 맞는 것일까.
소셜미디어를 끊은 뒤 놀랍게도 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두드러진다. 우선 그동안 표면적인 소식만을 접했던 친구들에게 개인적으로 안부를 묻고 직접 만나 관계를 다지는 빈도가 많아졌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소식들을 강제적으로 접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생각을 하는 빈도가 줄었고 (그중 다수가 앞서 말한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매일 소셜미디어를 하는데 썼던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운동이나 독서 등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며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허구의 삶들과 나의 삶을 비교하지 않으니 낮아진 자존감이 다시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 정도면 거의 환골탈태 아닌가.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소셜미디어가 탄생함에 따라서 10대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폭증했다고 한다. 10-34세 구간의 자살률은 2000년 이후 약 47.5%가 증가했고 일부 학자들은 원인으로 소셜미디어를 꼽았다. (McCrae, Gettings, & Purssell, 2017; Twenge, Joiner, Rogers, & Martin, 2018).
국내에서도 2030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놀랍게도 청년 고독사의 비중이 매우 높다. 꽃다운 나이인 2030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또 외롭게 죽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직접적인 청년 자살률에 기여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셜미디어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우울증을 불러일으키며 청년들의 정신건강 악화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개개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글로 특정 플랫폼과 유저들을 비하하거나 비방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