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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Oct 28. 2023

신간<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 저자 장석류 인터뷰

(진보연 기자) 서울문화투데이, 2023.10.25 

신간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의 첫 언론사 전면 인터뷰가 있어서, 브런치에도 올려둡니다. 


최근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단행본을 펴냈는데, 책 소개 부탁합니다.

바라는 인생과 살아가는 삶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 차이가 크면 삶에 대한 인지의 부조화가 커져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나와 살아가는 내가 다른 거죠. 우리가 바라는 정치와 현실에서의 정치도 인지 부조화가 크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커지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면서 “‘행정’이 ‘문화·예술’을 만났을 때,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인지 부조화를 겪었던 경험이 많았어요. 독자분들이 이 지점에서 공감한다고 생각해요. 이때, 대체로 갈등이 생기면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부족 사이에서 서로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요. 


그렇다면 정답은 없지만,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행정’과 ‘현실의 행정’은 차이가 컸어요. 모순과 인지 부조화를 느끼는 순간이죠. 이 책은 서로 다른 부족 간에 가치충돌이라는 관점으로 우리가 원하는 문화행정과 현실 문화행정 사이에 모순과 인지 부조화, 그리고 좋은 문화행정의 사례를 포착해본 책이에요. 


처음으로 대중에게 판매하는 첫 책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를 듯해요.

조만간 늦둥이 셋째가 세상에 와요. 저 또한 다른 의미로 첫 출산을 경험해본 느낌이에요. 이전에는 지식을 주로 소비만 했다면, 언제부턴가 연구와 사유를 통해 지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부모와 자식이 닮아 있는 것처럼, 책도 그 책을 쓴 사람과 닮았을 텐데, 저를 닮은 이 책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콕 하고 가닿는 한 문장이 있었으면 해요. 이 책은 저 혼자만 쓴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책에는 예술인, 기획인, 행정인 부족에 속한 등장인물들이 다양하게 나와요. 그분들을 만나면서 나눴던 심층 인터뷰와 그 대화를 준비하고 기록했던 수많은 밤의 시간이 생각나요. 함께 해주셨던 분들이 많아서 더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이 다양하게 나온다고 하셨는데, 어떤 인물들이 나오나요?

이 책을 준비하면서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일하고 계신 분들을 대략 300명 정도 깊게 만난 것 같아요. 부제에 있는 예술인·기획인·행정인 부족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나와요. 문화부 예술국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국장, 국공립극장과 예술단체 극장장, 예술감독, 책임 프로듀서, 마케팅 리더들도 나오고, 민간 예술단체의 대표, 극작가, 음악가, 문화도시 분야에 센터장이나 기초·광역문화재단에 주요 좌표에 있는 분들이 등장해요. 이분들과 했던 인터뷰를 행정학의 이론적 틀을 기반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보는 것이에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요. 씨줄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문화행정에 대한 얘기이고, 날줄은 현실 문화행정에 대한 얘기에요. 등장하는 분들이 서로 다른 좌표에 있지만, 각각의 좌표는 이어져 있어요. 저는 이것을 개념적으로 ‘지평의 융합(Fusion of horizons)’이라고 했어요. 저를 매개로 부족 간의 대화를 시도하였고, 대화 이전과 대화 이후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이 달라졌으면 했어요. 


만 14년 동안 몸담았던 국립정동극장을 떠나, 대학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근황을 전하자면요?

사랑했던 극장을 떠난 지 벌써 만 3년이 넘은 것 같아요. 지금은 인천 송도에 있는 국립인천대 문화대학원에 재직하고 하고 있어요. 학부와 대학원에서 강의와 연구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인문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학업이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게 현장과 가교역할에 집중하고 있어요. 대학원에서는 지식 생산자로 전환할 수 있는 ‘생각하는 근육,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줄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연구방법론 수업과 논문지도에 집중하려고 해요. 맛집을 함께 다니는 것보다 요리를 직접 할 수 있게 조력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봤다고 요리를 꼭 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후배들이기도 한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전공에서도 3년 정도 강의를 했어요. 


그 외 중앙정부·광역·기초에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조직과 연구, 컨설팅, 특강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구 40%, 강의 30%, 컨설팅 30% 정도로 시간을 쓰는 것 같네요. 큰 틀에서 보면 문화예술계에 있거나 진입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조직의 성장에 기여해보려고 듣고, 읽고, 쓰고, 말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 가장 힘을 쓰는 일은 주파수를 맞추면서 온 힘을 다해 듣는 일이에요. 그러면 읽고 싶은 것이 생기고, 쓰고 싶거나 써야만 하는 것이 생기고, 말하고 싶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신간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의 핵심 주제는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부족 간의 이해’인데, 앞서 <문화행정의 가치충돌에 관한 실증연구 :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비교연구>(2020) 발표한 박사 논문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논문은 사회과학의 이론적 뼈대를 기반으로 논리적이면서 건조한 글이었다면, 신간으로 나온 책은 사회과학의 뼈대가 있지만, 인문학적인 톤이 입혀진 글인 것 같아요. 방송통신대학 성연주 교수께서 추천사에서 “에세이, 논문, 칼럼의 형태를 넘나들며 마치 하나의 연극 무대를 본 것처럼 현장을 풍부하게 다층적으로 이해하게 돕는다.”라고 얘기해주셨어요. 그렇게 표현해 주셔서 감사했죠. 확실히 논문에 비해 글을 쓰는 입장에서 형식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말씀해주신 논문 이후에 꾸준히 관련 주제로 칼럼을 써왔고, 부족 연구 3부작 논문과 개인 브런치를 통한 행정인·기획인·예술인 부족 삼국지 인터뷰 등 후속연구들이 있었어요. 박사 논문 이후에 이어진 다양한 과정과 글쓰기의 형식적 자유로움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책을 쓰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문체의 톤’을 잡아내는 것이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문체가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학술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사고와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문체에요. 두 번째는 상징과 은유 등을 사용하는 감정과 인식 기반의 문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말을 할 때, 대화 상대에 따라 비유와 상징을 감각적으로 잘 사용하는 편이에요. 박사 논문 심사 때, 서울대 정홍익 명예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어요. “자네, 학부 때, 인문학을 전공했나? 사회과학 논문인데, 비유나 상징이 많네.” 뜨끔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에는 학술적인 글쓰기를 위한 훈련 과정이었는데, 사실 논문에서 “형평이 없는 효율은 삭막하고, 효율이 없는 형평은 공허하다.”라는 표현을 쓰기는 힘들거든요. 하지만 전체를 포착하고 싶을 때, 그것을 독자와 공감하고 싶을 때는 문학적인 문체가 필요했어요. 그렇다고 문학적 느낌으로 이 책을 쓰고 싶진 않았어요. 그러고 보면 행정인·기획인·예술인 부족의 충돌처럼, 서로 다른 성질의 문체를 변주하면서 글을 써갔던 것 같네요. 힘들긴 했지만, 이제는 그것에 저의 스타일이 된 것 같아요. 

▲신간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 카드뉴스 이미지


책의 <표지>와 <내지>에 들어가는 이미지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행위 프로젝트 나무 연작(Tree Series) 작업으로 유명한 이명호 작가님 작품과 콜라보를 하셨습니다. 어떻게 협업하시게 되었고, 글과 사진들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원고가 마무리되면서, 삽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책의 기획자였던 이은영 편집장님과 아이디어를 나눌 때,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에 나오는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라는 구절을 얘기했어요. 행정이 예술의 배경이 되었으면 하는 느낌을 전달해보고 싶었는데, 이때 이은영 편집장님이 이명호 작가님을 떠올려 주셨어요. 

@이명호 작가님, <나무> 시리즈 

이명호 작가님은 배경이 되는 캔버스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 방식을 사용하세요. 좋은 문화행정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제 책과 작가님 작품의 협력을 제안하면서, 원고를 보내드렸어요. 책의 취지를 듣고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어요. 작가님이 원고를 읽고, 그간의 당신 작품을 돌아보면서 이 책의 파트별로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제안해주셨어요. 특히,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초심을 주제로 썼던, ‘행정인 부족장의 문화행정의 지표는 무엇이었을까’라는 글에서 작품 선택의 영감을 받으셨다고 하셨어요. 책의 표지 이미지는 이명호 작가님의 Stone 시리즈 중 하나인데, 대지 위에 캔버스를 배경에 두고 돌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어요. 독자님들이 책에 있는 이명호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서도 좋은 문화행정에 대한 영감을 받으셨으면 해요. 


서문에서 내가 풀고 싶었던 문제, 사랑했던 문제라고 하면서 책 제목에서 던지고 있는 ‘좋은 문화행정‘이란 결국 무엇일까요?

문화·예술계가 만나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좋은 문화행정이라고 생각해요. ‘경영을 잘한다.’와 ‘행정을 잘한다.’를 들었을 때, 어떤 게 생각나세요? 경영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보통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잘 분석해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지속 가능한 이윤을 창출해내는 과정을 얘기해요. 그런데 ‘행정을 잘한다.’라고 하면 시민들의 정책 니즈와 욕구를 잘 분석해서 필요한 제도를 설계하고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의 행복과 삶의 만족을 향상시키는 과정에 잘 집중하지 않아요. 오히려 ‘행정을 잘한다.’라는 개념이 ‘문제나 탈이 나지 않게 하는 역량’ 좀 더 좁은 의미의 ‘행정의 기술’적 측면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요. 행정의 절차적 단계를 잘 운영할 수 있으면 ‘행정을 안다’라고 하죠. 


대기업의 임원이어도 ‘스스로 경영을 잘 안다.’ 얘기하기 어려워해요. 두려운 거죠. 내 의사결정이 잘못될까 봐. ‘행정을 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행정을 잘할까요?’. 행정의 절차적 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좋은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게다가 많은 행정은 문제 해결이나 정책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간접적으로 일을 해요. 누군가에게 맡기는 거죠. 생각보다 문제 해결 능력은 잘 늘지 않아요. 맡기는 것도 잘 맡기면 좋은데, 결국 ‘기계적 행정’에 스스로 갇힐 때가 많아요. 결국, 절차적 문제는 없지만,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좋은 문화 행정은 문화예술계에 있는 예술인을 포함한 시민의 니즈, 욕구 등이 시장에서 충족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영역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정을 해내는 것 같아요.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환자 앞에서 직업에 대한 소명을 다짐하는 것처럼, 행정인도 문화예술계에 있는 예술인과 시민들의 문제 해결에 소명을 가지는 것이 필요해요. 자신이 안다고 하는 행정에 발목 잡히지 않고, 진짜 행정을 잘하는 게, 좋은 문화행정이에요.

앞으로 새롭게 연구해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요?

후속연구로 2가지 정도의 테마를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전통예술 분야 공연기획 프로그램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데, ‘문화행정 명인전’ 같은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행정이 문화예술이라는 달의 뒷면에서 이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달의 뒷면을 볼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문화행정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달의 뒷면은 잘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실제 뒷면에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상황을 터놓고 얘기할 ‘표현의 자유’가 작은 편이에요. 예술인에 대한 비평과 인물 탐색 연구는 활성화되어 있지만 이에 비해 행정인에 대한 연구가 적다고 생각해요. “좋은 문화 행정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물 중심의 연구를 이어서 해보고 싶어요. 


두 번째는 ‘문화행정 분야에서 고객에 관한 연구’에요. 대학원 수업에서 제가 주요하게 다루는 영역이기도 해요. 행정을 잘하기 위해서는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문제는 결국 정책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행정인에게 고객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본인의 좌표에 따라 국민이요, 시민이요, 구민이요라고 많이 얘기하거든요. 공공행정이 기업경영에 비해 가장 취약한 영역이 ‘정책 고객의 니즈와 욕구’ 찾아내는 힘인 것 같아요. 행정인에게는 성공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지만 실패를 해도 리스크가 적어서 그렇다는 언급이 많지만, 구체적으로 ‘정책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찾아내는 행정의 방법론이 약하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서 기업과는 다른 행정의 영역에서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어떻게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제도화해서 정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사례 중심의 연구를 지속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글로벌 단위에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에 어떤 분야가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해보면 지금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정치적 역량이 가장 부족한 시대를 지나고 있고, 사회적 문제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경제와 문화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예술인 부족이 보여주는 성취와 영향력이 커졌어요. 지금의 10대와 20대는 문화·예술 부분에서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최근 몇 년 발끝을 들어 올려 키가 커 보이게 하려는 것처럼, ’K시리즈’, ‘한류’ 표현을 많이 쓰는데,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의 문화·예술이 빛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이 부분에서 기획인 부족의 성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문화예술계에 계신 분들이 많이 읽을 것 같은데, “당신이 문화예술계에 있어서, 우리가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책이 바라보는 1번 독자는 행정인 부족이에요. 변덕스러운 정치로부터 힘이 들어도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가시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행정이 예술의 기반을 만들어주어야, 우리의 문화·예술이 더 빛날 수 있고, 행정이 예술의 불안을 안아주어야, 우리 사회의 불안을 예술이 안아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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