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와 80대 프렌즈, 50대 친구들

친구는 프렌드가아니다

by 류지

방랑 집순이는 친구가 별로 없다. 이 나라 저 나라 너무 돌아다녀서 만들기 힘들고 시간만 나면 집에만 있어서 더 힘들다. 직장에선 친구를 만들지 않으니 내 나이대 친구는 없지만 그래도 인덕은 있는지 주변에 한 두 명 정도의 편한 친구들은 꾸준히 있었는데 주로 30대와 7-80대 친구들이다. 아니, 프렌즈라고 해야 할까.


한국말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는데 같거나 비슷한 나이이고 아주 친해야 한다. 영어 '프렌드'에는 그런 조건이 없어서 조금 친하고 나이차가 많이 나도 '프렌드'가 된다. 한국의 지도교수의 친구는 나와 친하지만 친구는 아니다. 한국말로는 '지도교수님 친구분'이라고 소개해야 하는데 영어로 소개할 때 '마이 프렌드'라고 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먼 곳에서 재택근무 중이라 아무도 안 만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내 프렌즈는 36세와 80세였다. 정신연령이 애매해서인지 아시아인의 동안 유전자 덕인지 어쩌다 만나게 되는 미국의 30대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나도 그들이 편하다. 주로 살던 동네가 은퇴타운이라 이웃사촌들이 다 7-80대여서 내 미국 친구들은 30대 아니면 7-80대이다. 반면에 한국의 친구들은 순수한 '친구'들, 즉 내 또래고 25년이 넘어 서로 알 거 다 알아서 편한 오랜 친구들이다.


나이대와 상관없이 프렌드를 사귀어서 그런가 우리 학생들도 다른 교수들보다 날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혼이나 연애같이 좀 말하기 곤란한 개인사정은 꼭 나한테만 한다. 심지어 동성연애자 교수에게도 하지 않는 커밍아웃을 나에게 한다. 그러고 보니 프렌즈도 비밀 이야기는 나한테만 털어놓는 것 같다. 그 이야기 여기서 가끔 풀어놓을 건데 신원을 감추기 위해 철저한 익명을 추구해야겠다. 한국어를 모르고 이미 멀어진 이들이라도 내게는 여전히 프렌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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