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eetWillow Jul 07. 2018

일본 여름 여행의 별미, 불꽃축제

여름밤을 수놓는 불꽃의 향연


일본의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여름밤에 펼쳐지는 ‘하나비타이카이(花火大)’ 즉 불꽃축제. 마츠리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에게 불꽃축제는 봄의 하나미(벚꽃축제), 가을의 코요마츠리(단풍축제) 다음으로 1년간 고대하는 계절형 이벤트일 것이다.

카메라에 찍힌 불꽃이 퍼지는 모습


여름이 시작되면 7, 8월에 걸쳐 일본 전국 각지에서 쏘아 올린 불꽃들이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다. 일본의 동경, 오사카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는 물론,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고베, 여름을 주로 지내는 홋카이도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머무는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서도 매년 7월 말에 여름 마츠리가 열리는데, 그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불꽃축제. 마을을 뒤흔드는 엄청난 발포음과 밤하늘에 펼쳐지는 불꽃의 장관은 이 조용한 시골마을에는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에서는 여름이 시작 되기도 전부터 지역정보지와 잡지,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불꽃축제에 관련한 각 지역별 일정 및 상세정보들이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람객 숫자, 발포수, 인기순 등 각종 순위도 제시된다. ‘올해 꼭 가고 싶은', ‘이제껏 가서 좋았던', 혹은 ‘‘평생 한 번은 꼭 가고 싶은’ 등의 독특한  순위도 확인할 수 있다.


불꽃축제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인이 즐기는 이벤트이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프랑스의 혁명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에 세계 곳곳에서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진다. 한국도 한강세계불꽃축제, 부산불꽃축제가 매년 백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본 문화라는 것이 대개 그러하듯 일본의 불꽃축제는 그들만의 발전과정을 거치며 일본 특유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럼, 하나비타이카이, 즉 일본의 불꽃축제에 대해 한번 알아볼자.

2012년 고베의 여름 불꽃축제. 축제에 앞서 춤을~
2012년 고베의 여름 불꽃축제.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언제부터?   

‘불꽃놀이'가 처음 시작된 곳은 쉽게 짐작하듯 화약이 발명된 6세기의 중국. 이후 13세기경에는 유럽으로 전해져 왕족 및 귀족들이 즐겼다고. 일본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16세기 에도시대로, 총에 사용할 화약과 함께 불꽃 제조의 기술도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하나비를 즐겼다는 기록이 문헌에 남아있다. 당시 ‘힙'한거 좋아하던 에도 사람들에게 불꽃축제는 큰 인기였는데 덕분에 화재도 많이 발생해 한 때 막부에서 불꽃축제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한다.


‘타마야~ 카기야~’  

에도시대에 시작된 불꽃놀이의 첫 형태는 화약을 묻힌 막대를 손에 들고 불을 붙이는, 한마디로 애들 장난감이었다. 참고로 지금도 여름이면 아이들이 있는 집 마당에서, 혹은 캠핑장에서 어김없이 이 손에 쥐고 하는 불꽃놀이(手持ち花火) 광경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처음으로 만든 에도시대 불꽃 제조의 원조격인 ‘카기야(鍵屋)'는 불굴의 장인정신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 이후 오늘날과 같은 하늘로 쏘아 올리는 방식에 성공하고 다양한 형태의 연구와 업적을 쌓아간다. 이 ‘카기야'와 함께 라이벌인 ‘타마야(玉屋)'가 에도시대 불꽃축제를 이끄는 두 주역이었다. 당시 강가에서 불꽃축제를 할 때, 하류에서는 ‘카기야' 회사가 만든 불꽃이, 상류에서는 ‘타마야'의 불꽃이 쏘아 올려져, 그때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타마야~’, ‘카기야~’라고 외친 것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지만, 좀 작은 규모의 지방도시에 가면 아이들이 불꽃이 터질 때마다 ‘타~마야~’, ‘카~기야~’라고 목청 높여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불꽃 전문 제작업체들이 등장, 서로 자신들이 만든 불꽃을 뽐내는 경연대회의 성격을 갖게되면서 ‘불꽃대회'라고 불리워졌다는 설도 있고, 혹자는 불꽃대집회에서 ‘집'이 빠지며 불꽃대회가 된것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왜 하필이면 여름에?  

일본의 대부분의 불꽃축제는 대부분 여름에 열리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에도시대 중기에 발생한 대기아와 콜레라로 일본 전역에 걸쳐 수많은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다. 당시 허무하게 죽은 망자를 위로하고 악령을 퇴치할 목적으로 도쿄 스미다가와(隅田川)에서 ‘수신제'를 지내면서 불꽃을 쏘아 올렸는데, 이것이 예상 외로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이후로 일본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의 ‘하나비다이카이'가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이와 더불어 8월 중순의 일본 최대의 명절 오봉 때에 조상신을 기리기 위해 쓰던 불을 사용하던 풍습이 불 대신 불꽃축제로 변형되고, 이후에는 일반인들이 즐기는 불꽃축제로 정착했다 한다.


일본의 불꽃축제, 다른 나라와 뭐가 다르지?  

제일 큰 차이라면 일본은 불꽃축제가 목적 그 자체라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나 프랑스혁명기념일, 혹은 싱가포르나 헝가리의 내셔널데이에 열리는 불꽃축제처럼, 대부분 무언가를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일본에서는 연인, 친구, 가족들이 너 나할 것 없이 손에 손을 잡고 유카타를 차려입고 게타를 신고, 음식과 피크닉매트를 싸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먼 곳에서부터 몰려온다. 불과 한 시간 남짓한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엄청난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대회장의 한편에는 야키소바, 오코노미야키, 빙수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포장마차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다른 한쪽에서는 금붕어 낚시나 공으로 경품 맞추기 등 아이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일본 전통 놀이들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것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축제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결국 불꽃축제는 일본의 전통적인 축제의 한 형태로 일본사회에 깊숙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5. 홋카이도 오비히로 불꽃축제


불꽃의 특징, 감상 방식도 일본은 다른 나라와 사뭇 다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은 원통에 채워 넣은 화약을 대규모로 쏘아 올리는데 주로 아래에서 위쪽 방향으로 불꽃모양으로 퍼지는 형태. 이에 반해 일본은 공모양으로 화약을 채워넣어 터졌을 때에도 공 모양으로 퍼져나간다. 하늘에 쏘아 올렸을 때 퍼지는 모양과 방식, 색의 변화 등 디테일을 중시한다. 특히 이 동그란 공모양 불꽃은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특별한 방식인데 어느 위치에서 불꽃을 봐도 공 모양으로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공 모양에 이지러짐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불꽃의 퀄리티를 평가한다. 보통 불꽃이 되는 화약은 터지면 100배 커지므로, 1 밀리미터의 미세한 차이가 실제 공중에서 1미터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들게 된다. 그러니 불꽃의 화약을 만드는 일은 고도의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세공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인들에게 불꽃축제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문화인 셈이다. 공중에서 터진 후 동심원상으로 퍼지는 기술도 일본 독자의 기술이라고. 광물을 화약에 섞어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유럽에서 개발되어 메이지 시대에 전해졌지만, 불꽃이 터지면서 다른 색깔로 변화하는 방식은 일본에서 개발됐다고 한다. 이처럼 장인정신을 십 분 발휘하여 정교하고 세밀하게  손으로 만든 불꽃들을 작품 감상하듯 하나 하나 천천히 관람하는 것이 또한 일본의 독특한 감상법이다. 이는 대규모로 순식간에 쏘아 올리며 그 규모에 관중이 압도되는 외국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공모양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인 일본의 불꽃들





여름에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이라면 꼭 한 번쯤은 불꽃축제를 경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머무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근처 어딘가에서 불꽃축제가 반드시 열릴 것임을 장담한다.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일본 특유의 불꽃의 섬세한 특징을 감상하는 것도 즐겁고, 노점상에서 방금 사온 시원한 생맥주와 닭꼬치를 즐기며 밤하늘에 수 놓인 불꽃 별들을 바라보는 기분도 각별하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아무런 분란 없이 연인끼리 가족끼리 유카타 입고 마츠리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물론이고. 그러다 누군가 펑하고 터지는 불꽃을 향해  ‘타~마야~ 카~기야'라고 외칠 때  ‘아~이거였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이 있다면 글쓴이로서 기쁠 것 같다.


다음 번 글에서는 우리 가족이 일본 불꽃축제에 참여하며 겪었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곰잡는 홋카이도 아이누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