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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쨌거나 글쓴이 Mar 30. 2016

부디 안녕히, 가족여러분

재미없는 정의에 따르면 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란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 당연한 것인 것 마냥 말해도, 그 무엇이든 계속 단단할 순 없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변화가 낯설었다. 가장 변하지 않을 줄 알았던 곳에서 일어났으니까.


내게 아빠와 엄마는,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준 것은 가장 단단한 무언가였다. 나는 이따금씩 술을 먹고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도 그 다음날이면 호탕하게 말을 거는 아빠를 좋아했다. 누가 봐도 내가 본인의 자식일 만큼 생김새가 똑닮은 엄마도 당연히 좋아했지만, 내가 거쳐왔을 시기를 10여 년 늦게 살고 있는 어린 남동생을 특히 좋아했다. 고3 수험생 시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동생과 매일 레고놀이하는 것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곳은 나를 참 쉽게 행복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들이 일방적으로 떠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나 역시 그들로부터 떨어져나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되짚어보려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시작점이란게 따로 있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갈라지고 있는 이 마당에 우리는 각자 서 있다. 때문에 어디론가, 갈 것이다. 이미 가고 있다.


 나는 가족은 다를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기대했던 것 같다. 아니,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단한 그 무언가의 형체가 남아있길 바라는 것조차도 집착일 것 같다. 엄마, 아빠는 사람이다. 가족을 만든 것도, 구성한 것들도 사람이다. 연이 맺어지고 끊어지는 데 혈연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배워버렸다. 생각에 감정을 넣지 않기로 해 지금 내가 잠잠한 하루를 얻어낸 것처럼, 이젠 그들도 꽤 평화로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어디로 갈까. 각자,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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