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을 싫어한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이고 획일적이고 강압적이다. 누구는 현실을 알고, 부딪히고, 적응하라고 하지만, 또다른 선택이 남아있다. 적응하지 않는 것.
목구멍을 스스로 죌 수 있는 사치를 갖고 싶다. 부모를 깎아먹은 덕에 이딴 말과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자신의 목끈을 쥐는 여유는 독자적인 경제력에서 나온다. 이 획일성과 수직성에서 한톨의 예외이고 싶은 나는, 결국 한국적인 먼지가 덜 묻은 덩어리를 집어먹으려는 몸짓을 한다. 먼지를 애써 털어내고 깨끗한 걸로 골라먹으려는 그 애잔한 눈길과 손길. 자발적인 선택인 척 구는 근거없는 확신.
목줄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싶다는 핑계로 그토록 싫어하는 것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게 지금 내 꼴이다. 유약한 오기. 어설픈 분열. 휩쓸리지 않으려해도 결국은 그 물결 속에 있다.
그렇게 시험준비생이 넘쳐나는 시대에, 나 또한 책을 못 놓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