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서연 Aug 05. 2023

내가 전애인을 잊는 방법

잊기 위해 쓴 글

12 steps just for you.

How I met your mother에 이별 후 괜찮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번 이상의 술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이별 후의 고통은 피해갈 수 없지만 그래도 cheat code은 몇개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밑은 몇번의 이별 후에 터득하게 된 cheat code다.


1.이별이 아니라 사별이라고 생각하기

그 어떤 이별 관련 조언보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조언.

같은 경험은 그 경험을 같이 한 같은 사람에게서도 다시는 찾을 수 없다. 사실 이별이 힘든 이유는 deep down you’re thinking “maybe we still have a chance” ”maybe he’ll come back” just bunch of maybes

그들이 돌아와도 절대로 관계는 같지 않을 것이다. 대화도 같지 않다. Chemistry won’t be the same. Not because the damage is there but because time passed and you two have changed. You’re not the same person, they’re not the same person. What you had will never come back. 절대로 같은 경험을 두 번은 할 수 없다는 마인드로 이별을 사별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가능성들, 모든 maybes들을 놓아주게 되었다. Dear ex lovers, sorry I killed you off in my mind?


2.차단. No contact is the only way.

연락 한 번쯤은 온다. They always come back. Maybe you’ll go back. 원래 헤어질 때는 평생 안 볼 것처럼 온갖 폼 다 잡지만 한 번은 다시 연락이 온다. 오히려 빨리 털고 잘 살고 있으면 귀신같이 알아서 연락이 온다. I never seen a single case where it just ends clean. 그래서 차단을 꼭 해야 한다. 다시 연락 오는 순간부터 헤어지고 다음날 아침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3.사진/문자/기록들 삭제하기

이전 세대보다 우리 세대가 전 애인들을 그렇게 못 잊고 괴로워하는 이유가 현재 세대는 모든게 digital record으로 남아서 보고 싶을 때 언제든 폰으로 돌아가서 과거를 다시 재생하며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사랑을 기억시키는 사진이 있는데, 추억이 담긴 문자가 있는데, 사랑의 증거들이 있는데 그것을 안 볼 자제력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빨리 없애는 게 나를 위해 낫다. 계속 보면 더 괴로워질 뿐이다.


4. 만약 내가 새로운 사람 만났는데 그 사람이 전애인 못 잊어서 궁상떨고 있으면 얼마나 정 떨어질지 생각하고 그걸 내 상황에 대입해 보기.

궁상 떨고 있는 내 모습이 꽤나 정 떨어진다. 앞으로 나갈 데이트가 얼마나 많을 텐데, 앞으로 새로 만나게 될 사람들, 새로운 경험이 얼마나 많은데 식으로도 계속 생각했다.


5.다시 한번 만나보기.

이렇게 해도 사실 몇개월, 일년은 잊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한 번쯤은 다시 만나고 재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다시 만나고 “아 맞다 우리 이래서 헤어진 거지. 그리고 이건 평생 안 고쳐지는 문제지.”하고 정신 확 드는 순간 덕분에 잘 잊고 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헤어지면 관계가 더 흙탕물이 되어서 나중에 혼자 풀어야 할 후폭풍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재결합은 주변 사람도, 그 사람도, 본인도 이게 절대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는, 마치 결말을 아는 연극을 보는 것 같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서 잘 되는 경우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사실상 둘 다 다른 사람이 된 경우이거나 한 명이 각성을 했거나인데 most likely this is not a case for any of the readers here.


6. 사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그들도 한때는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었다.

헤어지고 나면 전애인들은 내 인생에서 악역이 되는데 사실 그 사람들은 이별 전까지는 대부분의 시간 나를 응원해 주고 사랑해 준 ’좋은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내 마인드에서 갑자기 변경된 그들의 포지션 때문에 괴로웠던 것 같다. 오랫동안 좋은 사람이라고 각인시켜온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계속 생각하려고 하니 힘들었다.


지금은 내 인생에 있어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좋은 사람일 때도 있었다. 사랑하지 않게 되었지만 분명 사랑할 때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이별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니 마음이 훨씬 더 가벼워졌다.


7.제 3자의 의견 들어보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관계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하다. 애인 관계가 가스라이팅 하기 최적화된 관계이기도 한 이유. 그래서 나는 관계에 대해 가끔은 제3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다른 사람들의 단어로 압축된 내 연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보다 이 관계는 내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특별하지 않았고 그냥 이 세상 수많은 별반 다른 거 없는 연애였다는 생각이 들기 쉬워 마음 정리하기 수월해진다.


8. 어쩌면 내 짝궁은 비혼주의자일수도, 지금 아예 다른 국가에 살고 있거나, 2번의 이혼 끝에 있거나, 지금 나를 만날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내 50대에 만나게 될 운명일 수도 있다.

예전에 읽었던 stand up poetry 중에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 항상 기억하려고 하는 아이디어다. 어쩌면 짝궁을 만나는 길이 생각보다 길수도, 어쩌면 없을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만나면 둘 다 미성숙해서 결론이 파국일 수도 있다는 생각, 아예 다른 타임존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느긋하게 굴게 되었다.


9.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

꼭 새로운 애인을 만나라는 말이 아니다. 과거 인연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환경에 있을 때 금방 잊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글은 항상 기억하기 위해 썼다. 이 글은 내가 처음으로 잊기 위해 쓴 글이다. 그래서 쓰면서 많이 슬펐다.


I hope you get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life. And I pray I never hear anything of it until the end of time.

너가 인생에서 원했던 모든 것들을 얻길 바라. 그리고 나는 마지막까지 네 소식을 들을 일이 없길 기도할게.

작가의 이전글 Academic Weapon. 아카데믹 전사들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