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본 것은 한 달 전이었다.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병원에 면회를 갔었는데, 그날도 엄마한테 내려갈 테니 면회예약을 해달라고 했다.
“사실 저번주에는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 해서… 할머니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오늘은 상태가 엄청 좋으시네”
평소처럼 건강해 보이시는 외할아버지 앞에서, 엄마는 네가 오니 할아버지 상태가 좋으시다며 웃었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위독하실 때 나한테 연락을 왜 안 했어?’라고 속으로는 생각했지만, 입밖으로는 “그래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이셔서 다행이네”라고만 했다.
원래는 면회실에서 접견을 하는데 그날은 처음으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토할 것 같이 어지러웠다. ‘뭐지 빈혈인가?‘ 같이 온 엄마, 이모, 외할머니를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들락날락거렸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엄마한테 말했다.
“나 속이 좀 안 좋아.”
“그거 약 냄새 때문에 그럴 거야. 너희 아빠도 병원냄새 맡으면 바로 힘들어하시더라. 좀 나가있어.”
그렇게 혼자 면회실에 앉아있으니 상태가 좀 나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회시간이 끝났는지 다들 나오셨다.
“어지러운 건 좀 괜찮아? 가자 이제”
“잠시만 나 할아버지한테 인사만 좀 하고”
그렇게 혼자 다시 병실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후 나를 알아보지 못하신다. 그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가 할아버지의 모든 언어였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 저 갈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 “라고 말하며 나오는데, 시선이 느껴져서 뒤돌아보니, 할아버지가 고개를 내밀고 나를 계속 쳐다보고 계셨다.
그래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도 같이 손을 흔들었다.
왠지 나를 기억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나와 할아버지의 마지막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