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퍼포먼스 마케팅 쪽으로 국한지어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이번에 회사에서 하는 업무만으로는 별다른 환기(?)가 되지 않아 자극을 받기 위해 외부 마케팅 모임을 신청했다. '성장하는 중니어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주말 오전 시간에 모이는 LBCC(Lazy Bird Coffee Club)이다.
우리 회사는 내가 마케팅하는 인하우스 SaaS와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 두 개를 동시에 운영 중인데,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 마케터가 추천해줘서 듣게 됐다. (아직 3회 중 2회가 끝난 상태지만, 너무 듣길 잘했다 :))
내가 신청한 모임은 '그로스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었다. 캐치테이블 마케터 류슬아 님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하시고, 작은 규모부터(나) 큰 규모까지 다양한 회사의 마케터, 취업준비생, 마케팅이 궁금하신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해서 업무 관련한 고민과 실제 적용 사례, 시도해보면 좋은 것들 등 다양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은 아래 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눴던 첫 번째 모임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https://youtu.be/TMYaTkOyV4Y?si=hMHodKkgZFO-C_j6
이제는 뻔한 도입구가 됐지만, 어떤 것에 대한 정의를 물어보고 시작할 때 gpt만한 게 없는 것 같다. gpt한테 그로스 마케팅이 뭐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해줬다.
그로스 마케팅(Growth Marketing)은 전통적인 마케팅과 달리, 지속적인 실험과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일반적인 광고나 브랜딩 중심의 마케팅과는 다르게, 제품·서비스의 성장에 직결되는 지표(예: 사용자 수, 전환율, 잔존율 등)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리고 핵심 개념에 대해 이렇게 말해줬다.
gpt에 따르면, 그로스 마케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른 실험을 진행하고 단어 그대로 '성장'하기 위한 퍼널을 최적화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제품과 마케팅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로스 마케팅은 제품의 시작점부터 고민한다. 제품 밖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제품 안에서, 온보딩부터 무료 체험 등등 제품 안에서의 퍼널도 생각하는 범위라는 것.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전까지 그로스 마케팅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고, 단순히 성과에 성장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어찌보면 인하우스에서 내가 하는 일이 그로스 마케터와 더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나도 우리 솔루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관심 갖게끔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체험 후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좋을지, 계속해서 우리 제품과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스 마케팅을 잘한다고 느끼는 서비스를 이야기 나눴는데, 이날 모임에서 언급된 서비스 명과 이유는 다음과 같다.
스픽 : 유저가 앱으로 돌아오게끔 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하게끔 만드는 경험 설계
모임장인 슬아님은 스픽을 팀원분들과 함께 하고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시는데, 스픽은 영어 공부를 1일 1회 할 때마다 '불꽃'을 준다. 유저만의 트래킹 표 같은 장치인 셈인데, 스픽은 유저로 하여금 불꽃을 꺼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 불꽃을 놓칠 경우 다음 날에 "괜찮아! 오늘 오면 불꽃 살려줄게"라는 메시지를 보내 언제든 다시 하게끔 하는 액션 포인트를 준다고 한다.
내가 하는 영어 스피킹 앱 프렉티카도 불꽃으로 공부 트래킹을 하고 있는데, 프렉티카는 1도 얄짤 없어서 나름 저 마케팅이 부러웠다.
컬리 : 유저에 따라 쿠폰 금액, 주기를 다르게 설정해 관리
모임에 참여하신 분 중 한 분은 컬리가 자꾸 더 높은 퍼센트의 쿠폰을 발급해서 언제까지, 어디까지 주는지 실험 중(?)이라고 하셨다. 컬리가 하고 있는 유저별 쿠폰 제공 정책도 정말 하나의 마케팅이기 때문에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직 찾아보진 않음)
무신사 : 구매한 옷과 비슷한 옷을 추천하는 알고리즘 마케팅
또 다른 분은 무신사가 잘한다고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무신사에서 옷을 구매한 뒤 구매한 옷과 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추천해주셨다고 한다. 그때 당시 이 말을 들었을 땐, "비슷한 옷을 왜 추천하지?" 싶었는데 구매한 옷이 맘에 들면 비슷한 색깔별로 모으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이렇게 알고리즘을 설계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토스플레이스 : 실제 토스플레이스를 사용 중인 사장님을 기용한 광고 마케팅
토스플레이스는 실제 토스플레이스를 사용 중인 사장님을 기용해 "토스플레이스 쓰고 n억 벌었어요!"와 비슷한 메시지로 광고를 돌리고, 수익을 셰어했다고 한다. 이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왜냐면 우리도 성공사례에 항상 목말라있기 때문이다. 성공사례콘텐츠를 광고로 만들고, 그 수익을 나눌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고객사의 성장이 우리의 성장인 SaaS에서는 충분히 고려해볼 법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여하튼 이 대화를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꾸준히 다시 오게끔 하거나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그로스' 관점에서의 마케팅 액션을 하는 곳이 잘한다고 생각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 광고 메시지에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다양한 채널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비교하며,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데 능숙해졌다. 이처럼 고도화된 소비자 행동에 대응하려면 마케팅의 문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한 전통적인 퍼포먼스 마케팅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 → CRM 마케팅 → 콘텐츠 마케팅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된 이후,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성장을 설계하는 ‘그로스 마케팅’이 하나의 종합적 솔루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광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채널이 가장 효과적인지, 어떤 고객이 가장 충성도가 높은지, 어떤 시점에 전환이 일어나는지 등을 실험하고 분석하며 반복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졌다.
요즘은 광고 단가가 상승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처럼 무작정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유저의 행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A/B 테스트를 통해 세밀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너무 실험과 수치에만 매몰되면 마케팅이 기계적으로 변하고, 결국 브랜드와 메시지가 획일화될 위험도 있다. 테스트는 수단일 뿐, 본질은 고객에게 진짜 가치와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탈에 대한 정의부터 하기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지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e. g. 프로모션을 오픈했고 성과가 저조할 때, 어떤 이유 때문에 저조하다고 볼 수 있을까?
마케터는 프로모션을 통한 전환, 즉 엔드 골에 대한 지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디자이너는 광고 소재가 별로였기 때문에, PO는 진입 페이지의 스크롤리 느려서 저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팀 내에서 이탈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하는 게 중요하고, 문제를 판단할 때는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데이터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데이터인지
데이터 자체에 함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지 확인하기
<모임장님의 팁>
a. 진짜 꼭 봐야하는 덩어리 데이터부터 생각하기
b. 프로모션이라면 1일, 7일, 30일 단위로 보기
내부에서 주기를 설정해두기
예상했던 거랑 얼마나 다른지, 정기적으로 공유
앞에 두 개가 됐을 때 빠르게 마케팅 액션을 실행하면 된다
최소한의 데이터를 갖고 빠르게 실행하기
실험 방식에는 제한이 없다
실험의 방향과 속도에는 유저 보이스가 정말 중요하다
애정하는 서비스에는 보이스를 내는 걸 좋아하는 유저들이 꼭 있다
모임이 끝난 뒤 위 내용을 바탕으로 그로스해킹의 창시자 션 앨리스의 영상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Activation에 대한 부분을 다시 보게 됐다. 그로스 해킹, 그로스 성장이란 단순히 외부 툴을 이용한 마케팅이 아닌 사람들이 좀더 활성화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마케터도 '제품'과 '고객' 관점에서 액션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렇게 첫 번째 모임이 끝났다. 오프라인 모임, 또는 네트워킹을 할 때 제일 머뭇거리는 순간은 "내가 대답한 답변이 틀릴까봐" 조마조마하는 감정이 제일 신경쓰인다. LBCC는 모임 첫 시작에 그라운드 룰을 설명해주시는데, "틀린 답변은 없고, 누구의 대답도 평가, 비방하지 않는다"는 룰을 설명해주셔서 모두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마케팅은 정답은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한다. 똑같은 시도를 해도 어떤 곳에서는 효과가 좋을 순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하세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사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더러 생기는 중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그라운드 룰이 값졌던 시간이었다. 내가 시도했던 것들, 다른 사람이 도움 받았던 사례, 내가 적용해보면 좋을 것들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로스 마케팅이 SaaS에서는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앞으로 더 그로스 관점에서 진행할 수 있는 마케팅 액션을 실행해야겠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