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역사문화관 (feat.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chroma)
<건축 욕망>
‘이 공간 완전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임팩트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준공하는 상상을 늘 한다.
일정기간, 또는 평생을 하게 될 상상이긴 한데
드넓은 대지에
‘유희와 철학적 개념만이 이 건물의 기능이야.’
하는 작업을 의뢰받아 완성해놓고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잠재력을 발휘하세요-
같은
말하는 나 자신조차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소리를 하며 인터뷰를 하는 상상... 을
나만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건축설계를 하다 보면
일정 부분 예술가적이며,
그러면서도 논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작업들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건축 실무를 지속하며 내가 추구하는 균형이 많이 깨지고
논리와 기능과 공사비의 절감만을 추구하는 작업들이 진행될 때
저런 과대한 상상(?)이 더욱 커지곤 하나 봐.
<약간 대리만족>
우연히 서소문역사문화관에 가보게 되었음.
6월에 개관하여서
아직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없었기도 했고
지하에 있는 역사관이라
지상에 드러나는 파사드가 없는 건축물이기도 해서
모르고 지나칠 확률이 높았으나
운이 좋았음.
‘역사문화관과 공원’ 이라기에
공원에 딸린 역사관이 작게나마 있나 보다 하고
지하로 내려가 보았는데
예상 밖의 대규모 공간들과
망설임 없이 이어지는 바닥과 벽의 벽돌 광장
자하하디드가 잠시 다녀간듯한 실내 인테리어
이게 다 여닫이 문이라고?
망설임 없이 연속으로 나열한 여닫이문과
내부에서 시작된 빛이 광장까지 뻗어나가는 모습
압도적인 미디어월로 둘러싸인 개념 충만한 홀
천정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려오는 이벽을 지날 때면
고개를 숙이며 약간은 마음에 겸손해 지기까지 하는 경험을 하였음.
외부공간을 연결하는 통로까지
임팩트의 연속이었음.
완성된 건물을 순수하게 맞닥뜨린 나에게는
임팩트의 연속이었지만
좀 구글링 해보니 현상설계를 거쳐 실시까지 많은 조율을 겪은
설계자에게는
많은 제약이 있다고 느꼈을 건축물이었던 듯.
그래도
서울에 한복판에 이렇게 대규모의 여유공간을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대리만족’이 되는 건축물이었다고 전하고 싶네.
건축물의 규모에 압도되느라 전시물은 제대로 감상을 못했지만
인간의 여러 모습을 담은 전시도 꽤 괜찮았던 것 같음
sns에서는 보기 힘든
인간의
잘살지 못하고
잘 먹지 못하고
잘 놀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균형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전시였음.
<대리만족을 넘어선 쾌감>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이 약간의 대리만족이었다면
그것을 넘어선
‘대리 쾌감’을 준 건축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의
chroma라는 건물.
가끔 공사비가 너무 많으면 외장재를 무엇으로 할까...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다가
-혹시 그거.. 어때 금칠?
이런 농담을 던진 때가 있었는데.
진짜 ‘금칠’한 건물을 만났잖아.
인천에서.
mdrdv가 디자인한 이 건축물의 외장재는 gfrc라는 외장재.
굳이 알고 있는 이유는
이 외장재를 최근 작업한 건축물에서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공사비와 하중에 대한 시공 우려 등에 무산되었던 경험이 있어서지.
보통의 외장재보다 큰 사이즈와 자유로운 형태가 특징임.
이 건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나오면서
-아... 금칠 좋다....라는 말이 나왔나 봄.
주변 사람들이
-금칠이.. 왜 좋은 거야...?라는 말을 했었는데 :)
정확하게 금칠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모든 외장재의 낱장들의 모양이 다른 이 엄청난 파사드 디자인과
심지어 어느 디자인 분야에서나 무리수가 될 수 있는 과감한 황금색 투척까지
뭘 그렇게 우리들은 소심했던 건가 싶으면서
내가 느낌 감정은
‘대리 쾌감’이었음.
<기대해라 월요일, 갑분 다짐>
반복이나
떼로 덤비는 것이나
스케일이나
형태나
기법은 둘째치고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려면
결정권자가 가끔은 대범해야 함.
그런 걸 알면서도
이게 어떻게 된 게 설계하면서
나는 점점 소심해져만 가는데
점점 결정해야 될 일은 많아져만가고
후....
임팩트로 한걸음 다가서 볼까.
앞으로 좀 내 기준보다
한 10%씩만 좀 더 질러 보자.
기대해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