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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 봉 Sep 11. 2024

라이프스타일이 쌓여 취향이 된다.

상봉 조감도 : 2023년 12월 호

아래 내용은 '상봉 조감도'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한 2023년 12월 호입니다. 뉴스레터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2023년 한 해가 벌써 다 흘러갔습니다. 올해가 기억에 남을 것만 같은 이유는 이제 서른이 되어서 스무 고개를 다 넘어버린 탓일까요. 학창시절에 '서른'은 이미 인생 대부분을 깨우쳐버린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학생이었던 때보다 훨씬 연약하고 가여운 존재이지 않을까요?


아무튼, 환영합니다.

'상봉 조감도'를 처음 받아보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기존에 구독하신 다른 뉴스레터들보다는 양적, 질적으로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상봉 조감도 탄생 배경


1. 하필 조감도?


좋아하는 카페 옆 길을 우연히 걸어가다 공사현장의 조감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공사를 통해 건물 외관, 주변 환경 변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그림을요. 조감도는 이름 그대로 '새가 아래로 내려보듯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뉴스레터도 비슷합니다. 독자분들이 새처럼 제가 세운 건축물을 한눈에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거든요. 제가 경험한 것과 그 과정에서 얻었던 생각, 감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왕이면 쉽고 재미있게 말이죠.


이전에는 이런 뉴스레터 서비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만 멈춰있었습니다. 현재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져서,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생각을 꺼냈습니다. 술술 써내려 간 기획을 바탕으로 예상 독자를 선정했습니다.


이런 성향을 가지신 독자분은 좋아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본인만의 취향을 알고 있고, 앞으로 알아가고 싶은 분

글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즐기는 분

가볍게 기분 전환이 필요하신 분


또한 뉴스레터의 컨셉이라고 할까요. 독자분들이 느낄 수 있는 '감도'를 한번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총 3가지인데요. 아래 항목이 빠졌다고 느끼신다면 쏜살같은 피드백을 부탁 드립니다.


sensible 감각적인 : 주로 사진을 통해서 보여드립니다. 우리의 뇌는 글보다 이미지를 더욱 더 강력하게 인식하니까요.

witty 재치 있는 : 사진과 글에서 잘 흘러나오길 (제가) 기대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독자 판단이기 때문에... 더 보기

plain 분명한 : 뉴스레터 시작부터 끝까지 쉽고 명확하게 쓰겠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휘리릭 넘기면서 보기 편한 글을 쓰는 게 목표!


2. 그래서 앞으로 어떤 내용을?


우선, 파일럿으로 이번 2023년 12월 호는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많이 머물렀던 공간'들을 함께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제 1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을 소개해 드리는 것이 어쩌면 꽤 괜찮은 라포 형성 방법이지 않을까 하고요.


주제와 소재는 다양하게 선정합니다. 제가 관심 있는 취향이 담긴 모든 것, 예를 들면 공간과 음악 또는 책의 구절 같은 것들이요. 건강과 환경오염 등 관심 있는 분야도 마음껏 콘텐츠로 소화시킬 예정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씩 전해드리면, 자유롭게 소비해주세요.


2023년 회고


개인적으로 적잖이 힘에 부친 한 해였습니다. 일터를 세 번이나 바꾸기도 했고, 다시 취업을 위해 준비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되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일과 직장, 직업이라는 게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돈을 위해서, 아니면 자아실현이라는 좀 더 고차원적인 목적을 위해서도 일은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그게 상실된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계속 불안과 좌절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습니다. 원두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애정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활자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도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고, 드디어 그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머물렀던 공간 3곳은 모두 카페로 선정했습니다. 카페라는 곳은 기호식품인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이제는 취향을 구매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가고 싶은 카페의 기준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공간이 주는 깔끔함, 사람에게서 나오는 친절함 등 여러 요소를 갖춘 곳을 소개합니다.


@bahamascoffeebar

@lowpressnowhere

@stock_cafe.official


1. 바하마스 (서울 강동구 진황도로 123)

디자인 오피스 및 카페를 겸하는 바하마스는 감각적인 오브제와 넓은 통창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매장 한 켠에 포인트 요소들이 놓여져 있고, 알맞은 날씨에는 개방감 있게 안팎을 연결해 줍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 오픈하여, 지금까지 이웃 주민은 물론 먼 곳에서 발걸음하게 만드는 바하마스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인상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길을 걷다 본 바하마스는 당시 제 카페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할 수 있었죠. 10월의 적당한 날씨, 노을이 사라진 저녁, 카페의 은은한 조명,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 한 편의 영화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생활반경이 넓지 않음에도 바하마스는 매일 들를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런 공간입니다. 글을 읽고 쓰기에도 여유로운 큰 테이블,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은 자리, 그리고 때마다 머무를 수 있는 바깥 공간까지. 한 번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2. lowpressnowhere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 270-1 201동 1층 1-158호)

로우프레스는 올해 오픈한 하남시, 미사의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도시에 거주하는 멋진 사람들이 드나드는 이곳 역시 내부가 훤히 보이면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오아시스 역할을 담당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밝은 에너지로 맞아주시는 사장님 덕분에, 발걸음할 때마다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때에 따라 다르게 선곡되는 음악들과 자리마다 느껴지는 분위기,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의 메뉴들은 덤. 이것들이 한데 모여 이곳만의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로우프레스를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 요소는 이곳에서 다양한 팝업, 이벤트들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플리마켓부터 디제잉 클래스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재미와 상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죠. 더욱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주세요.


3. 스탁 (서울 강동구 상일로21길 17 1층)

스탁은 5호선 상일동역 근처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다채로운 색감과 기분 좋아지는 맛의 타르트 메뉴를 선보이는 강동구의 숨은 강자죠. 최근 하남 미사에 로스터리를 오픈하여 독자적인 로스팅 시스템까지 갖췄습니다. 어디서든 스탁의 원두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네요.


사실 이곳은 제가 올 여름 몸 담았던 곳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탁만이 가지고 있는 친절함, 기분 좋은 에너지를 온 몸으로 느끼고 찾아주시는 손님들께 전할 수 있었는데요. 한 가지 TMI를 전해 드리자면, 한 분을 제외하고 직원분들과 사장님의 MBTI가 같다는 사실!


스탁에서 일하면서 얻었던 재미와 따뜻한 순간들은 저를 모나지 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나 애정하는 이 공간에서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겠네요. 혹은 갖가지 종류로 구성된 스탁 타르트로 연말연시를 기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에게 2023년은?


여러분들의 2023년은 어떤 색과 향으로 칠해져 있나요? 앞서 소개드린 세 곳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순간을 담으면서 저는 '검푸른'색이 떠오르는데요. 그 이유는 굽이친 파도와 바다를 정말 원 없이 본 한 해라 그렇습니다. 때로는 잔잔한, 또 거친 향을 내쉬던 바다는 한결같이 마음의 안정을 건네줬거든요.


그런 색을 담은 제 2023년을 잘 흘려보낼 수 있게 하는 음악을 마지막으로 준비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Daniel Caesar의 Always입니다. 아래 링크 혹은 자주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노래와 함께 이번 호를 천천히 다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https://youtu.be/pKFd12id5oQ?feature=shared

위의 앨범 커버처럼 어딘가로 향하기도, 어딘가로부터 멀어지기도 했던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곧 기억 속에 자리하게 될 2023년, 충분히 끌어안고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1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로 향해 나아가고 올 한 해를 놓아주는 시간이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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