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잘하고 싶고 1등도 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느껴야 할 '성취감' '자신감'은 작은 경쟁 속에서 성취하며 함께 자란다.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의 소소한 경쟁의 순간에 참 많이도 져주었을 것이다.
"누가 빨리 달리나 볼까? 우와 세모 엄청 빠르네? 엄마는 따라갈 수 없어!"
내가 1등을 해보는 경험, 그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 보는 순간들은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이건 아이가 '친구들'과 경쟁하게 되기까지 이야기다.
아이가 작은 사회에 나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웃집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놀이'를 시작할 때 아이의 진정한 사회생활이 시작된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내가 타인보다 잘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니 잘하던 것도 내가 잘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쉬이 인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너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유독 ADHD 아이는 그 시기가 좀 더 오래간다.
"나만 이겨야 해."
이 마음이 좀 더 오래갔다.
당시 동생이 없던 세모는 유독 더 부모가 져주던 것이 익숙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아이의 사회생활을 위해, 조금씩 가르쳐주기로 했다. 때론 질 때도 있다는 것을.
"아 나 안 해!"
보드 게임을 할 때였다. 아이는 자신이 질 것 같을 때마다 게임을 중단했다.
어느 날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세모야 왜 울어?"
"재미없어. 엄마만 이기잖아."
그러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기도 했다.
"이번엔 이 규칙으로 할래!"
ADHD 아이는 사실 경쟁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면도 있다. 이 아이들은 아주 먼 옛날의 사냥꾼 유전자라고도 하니까.
'너무 이기적인 것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ADHD 아이의 이 경쟁심은 스포츠를 할 때나 실제로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것에서는 엄청난 몰입도를 보여주며 그 분야에서만큼은 멋진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의 뇌의 특성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에게 가르쳐야 했다. '잘 지는 법'을. 우린 전쟁터에 나가 먹잇감을 갖고 경쟁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 두루두루 친구를 사귀고 서로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행복감이 이 아이의 일상에 분명 더 필요한 것이니까.
1. 사전에 규칙을 스스로 말해보게 한다. 그리고 규칙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 약속하고 시작한다.
2. 놀이의 목적을 알려준다. 경쟁보다 즐거움이라는 것을. 엄마도 너도 함께 즐기는 이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한번 더 알려준다.
3. 이기는 횟수를 미리 정하면서 점점 지는 횟수를 늘려가 본다. 지는 연습을 시작한다. "세모야, 오늘은 엄마가 한번 이겨볼 거야."
4. 졌을 때 눈물이 나고 화가 날 때, 속상한 마음은 언제든 '말'로 표현하도록 알려준다. "엄마가 이기니까 속상해. 내가 이기고 싶은데 슬퍼." 속상한 마음은 공감해 준다.
5. 졌을 때 울지 않고, 화내지 않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다. 엄마가 이겼을 때, 만약 울지 않거나 화내지 않았다면 가정에서 줄 수 있는 보상(칭찬, 포옹, 스티커, 간식 등)
6. 게임 중간에 규칙을 바꾸거나 졌을 때 울고, 화를 낸다면 바로 게임을 중지할 것을 약속한다.
7. 게임에서 진 상대를 위로하는 법도 알려준다. "그래도 엄마도 잘했어. 다음엔 엄마도 이길 수 있을 거야."
8.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 대신 정리를 하는 것도 좋다.
9. 자신이 지고 엄마가 이겼을 때,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도 '축하'하는 말을 연습한다. 이것이 최종 목표가 될 수 있겠다. "엄마, 축하해. 이번 게임 재밌었어."
그렇게 잘 지는 법을 가정에서 많이 연습한 세모는 적어도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나 형들에게 게임에서 열외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아이는 이제 잘하지 못하는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지금 돌아보니 감격스럽다.
아이가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우리 아이는 왜 배려를 하지 않을까? 많은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어려운 거예요.'
사실 그렇다. 어른도 어렵다.
자꾸 지기만 하는 게임, 재미가 있을 리가!
ADHD 아이의 사회성은
마냥 기다린다고 자라지 않고,
다그친다고 갑자기 생기지도 않는다.
포기하지 않되, 시간의 힘을 믿는 것.